“내 나이 오십다섯…아직 괜찮아” 데뷔 55주년 무대 선 전설의 歌王

고보현 기자(hyunkob@mk.co.kr) 2023. 5. 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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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위대한 탄생 단독 콘서트
‘꿈의 무대’ 주경기장 3.5만명 집결
“제 인생 여러분과 함께 해왔다”
폭죽, LED 디스플레이로 축제분위기
신곡 ‘필링 오브 유’ 무대 선보여
지난 1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에 단독 콘서트 무대에 선 가수 조용필.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지난 13일 해가 지지 않은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앞 ‘한정판 앨범’ ‘야광봉 굿즈’를 파는 부스에 줄이 길게 늘어섰다. 들뜬 얼굴로 연신 기념사진을 찍던 이들은 다름아닌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 팬. 경기장에 들어서니 ‘대한민국 넘버원 대중음악의 중심’ ‘꺼지지 않는 영원한 신화’라는 대형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한국 대중음악사와 그의 인생이 그야말로 궤를 같이 해왔으니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올해로 데뷔 55주년을 맞은 가왕(歌王)의 ‘2023 조용필 & 위대한탄생 콘서트’는 이날 밤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5년 만에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에는 3만 5000명의 팬이 모여 왕의 귀환을 반겼다.

조용필은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03년 첫 공연을 가졌다. 이후 이번 콘서트까지 무려 8차례 같은 무대에 섰고, 그 중 7번의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검은 선글라스와 정장을 입은 그가 무대에 등장하자 팬들의 떠나갈듯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관중석에선 ‘오빠’를 외치는 팬들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렸다. 최고의 공연만을 선보이기로 유명한 콘서트에선 이날도 끝없는 불꽃놀이와 레이저광선, 불기둥이 나타났다. 특히 LED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미디어 아트는 팬들의 눈을 휘둥그래지게 만들었다. ‘세렝게티처럼’에선 드넓은 초원과 푸른 하늘이, ‘바람의 노래’를 부르는 순간에는 안개에 싸인 큰 나무가 영상에 그려졌다.

“옛일 생각이 날 때마다/우리 잃어버린 정찾아/ 친구여 꿈속에서 만날까”. 밤하늘 은하수를 배경으로 ‘친구여’의 가사가 스크린에 뜨자 그와 관중이 하나가 됐다. ‘미지의 세계’로 시작된 명곡의 향연은 ‘못찾겠다 꾀꼬리’ ‘어제 오늘 그리고’ ‘창밖의 여자’ ‘돌아와요 부산항에’ ‘서울 서울 서울’ ‘단발머리’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1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에 단독 콘서트 무대에 선 가수 조용필.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이날 조용필은 “여러분 제 나이 몇인지 아시죠”라고 물은 뒤 “오십다섯입니다. 아직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데뷔 55주년을 빗대 농담을 던진 것이다. 그는 “제 인생을 여러분과 함께 해왔다”며 “오늘 저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맘껏 즐깁시다. 오케이?”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올해 정규 20집 발표를 앞두고 최근 선보인 신곡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 무대도 공개됐다. 트로트와 엔카, 하드록, 오페라, 민요 등 수많은 분야를 섭렵한 그가 내놓은 신스팝 장르의 노래다. 트렌디한 분위기와 희망적인 메시지, 3D 애니메이션으로 완성시킨 뮤직비디오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젊어진 조용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대형 스크린 속 뮤직비디오에는 파란 머리, 선글라스에 기타를 짊어진 소년 조용필의 마스코트가 전통민화 ‘작호도’ 속 호랑이, 까치와 함께 무릉도원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담겼다. 현대적인 영상 위 마이크를 붙잡고 ‘필링 오브 유’를 부르는 가왕의 실루엣이 오버랩됐다. 모험가이자 승부사 기질을 타고난, 위대한 거장의 모습이었다.

공연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흥을 참지 못한 관객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놓여있던 1층 잔디석이 순식간에 열광의 스탠딩석으로 바뀌었다. ‘여행을 떠나요’ 멜로디가 흐르자 너도나도 ‘브이자’ 손을 하늘에 찌르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지난 1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에 단독 콘서트 무대에 선 가수 조용필.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팬들의 앵콜 요청이 이어지자 가왕은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바운스’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2013년 발매된 ‘바운스’는 발표 당시 파격적인 신선함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성공을 거뒀다. 10년이 지난 지금 조용필은 그때보다 더욱 젊어진 아티스트로 돌아왔다.

곡이 끝나가자 그는 “더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며 아쉬운 미소로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70대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파워풀한 에너지를 선사한 가수와 행복한 얼굴로 야광봉을 흔들던 팬 모두 나이를 잊고 즐긴 120분이었다.

이날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조용필은 오는 27일 대구 스타디움 콘서트를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

지난 1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에 단독 콘서트 무대에 선 가수 조용필. <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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