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으로 세계 정복, ‘캐릭터’를 키워라… ‘유통업계 각축전’
현대백 강아지 ‘흰디’·신세계백 흰곰 ‘푸빌라’ 등
편의점도 ‘CU프랜즈’ ‘원둥이’ 자체 캐릭터 키우기
캐릭터 시장 20조원…4050도 열광 ‘돈 되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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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서 ‘제2의 라전무’(카카오 라이언 전무)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귀여움’이라는 무기 하나로 한국은 물론 세계시장을 정복할 수 있는 존재는 캐릭터다. 잘 키운 캐릭터 하나가 열 셀러브리티(유명인사·셀럽) 몫을 거뜬히 해내는 시대, 유통업계가 브랜드를 알리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체 캐릭터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포켓몬·원피스·짱구 등 국외 인기 캐릭터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협업(콜라보)을 진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식재산권(IP)을 오롯이 소유한 캐릭터를 성공시키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다.
롯데홈쇼핑 ‘벨리곰’의 성공…유통업계 “자체 캐릭터 키우자”
유통업계가 ‘가능성’을 본 것은 롯데홈쇼핑이 사내 벤처를 통해 2018년 개발한 ‘벨리곰’이 지난해 대유행을 하면서다. 자체 유튜브 채널인 ‘벨리곰 티브이’를 통해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몰래카메라’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유명해졌다. 이어 지난해 롯데월드타워 광장 등에 15m짜리 대형 벨리곰을 전시해 325만명이 방문하는 성공을 거뒀다. 현재 벨리곰 티브이는 60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으며, 누적 콘텐츠 조회 수는 3억 뷰를 넘어섰다. 에스엔에스(SNS) 팔로워도 145만명에 달한다.
롯데홈쇼핑의 성공을 본 다른 유통업체도 앞다퉈 자체 캐릭터 띄우기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독일 일러스트 작가 ‘크리스토프 니만’과 손잡고 지난 2019년 흰색 강아지 ‘흰디’를 선보였다. 이후 2020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에 대규모 펫파크 ‘흰디 하우스’를 오픈하는 등 다양한 행사, 캠페인 등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는 전국 16개 백화점과 아울렛 7개점에서 점포 내·외부를 흰디와 하트 그래픽으로 꾸미는 ‘흰디 비긴즈’ 테마 행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사운즈포레스트에는 360도 회전하는 15m 대형 흰디를 배치하고, 20여종의 굿즈를 파는 팝업스토어도 열고 있다. 김진우 더현대서울 판매기획팀 선임은 “당장의 매출보단 흰디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캐릭터의 활용성·집객력·파급력을 높이기 위한 준비단계”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도 백곰을 닮은 솜뭉치 ‘푸빌라’를 선보였다. 네덜란드 일러스트 작가 ‘리케 반 데어 포어스트’와 협업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에 쓰이며 신세계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푸빌라 엔에프티(NFT, 대체불가능토큰)를 만들기 위해 누리집 ‘푸빌라 소사이어티’를 열어 엔에프티 1만여개를 분양하기도 했다. 이달에는 여의도 타임스퀘어점에서 펭수와 함께 콜라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유명 캐릭터 콜라보로 재미를 봤던 편의점업계도 자체 캐릭터 키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씨유(CU)는 2016년 업계 최초로 선보인 자체 캐릭터 ‘헤이루 프렌즈’를 지난해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씨유 프렌즈’로 재탄생 시켰다. 이어 지난달에는 씨유 프렌즈의 플래그십 스토어 ‘케이행성 1호점’을 송파구 올림픽광장에 오픈했다. 신세계 계열인 이마트24는 정용진 부회장을 형상화한 캐릭터 ‘제이릴라’의 동네 동생인 ‘원둥이’를 자체 캐릭터로 내세웠다.
성공하면 돈 나오는 ‘화수분’…세계관 확장에 사활
유통업계가 자체 캐릭터에 집중하는 이유는 ‘돈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출시한 롯데홈쇼핑 벨리곰 굿즈의 누적 매출액은 약 50억원에 달한다. 처음 10여종에 불과했던 굿즈 종류도 1년 사이 100여개로 늘었다.
국내 캐릭터 시장의 규모 역시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를 보면, 지난 2005년 2조700억원대였던 캐릭터 시장은 2011년 7조2천억원, 2019년 12조5천억원으로 급성장했으며,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정체기를 거쳐 2022년엔 20조원 규모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캐릭터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주로 어린이 타깃이었던 캐릭터가 이제는 엠제트(MZ)를 넘어 4050 세대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벨리곰을 좋아하는 3040세대의 이른바 ‘벨리맘’은 어린이 팬 못지않은 캐릭터 구매자다. 더현대서울 ‘흰디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이승은씨는 “평소 짱구를 좋아해 일본 원정까지 다닌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라면, 비슷한 상품의 2~2.5배 가격까지 지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콘텐츠 산업백서>에 수록된 ‘캐릭터 이용자 실태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인 3500명의 소비자 가운데 64.2%가 “상품 구매 시 캐릭터의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으며, 53%는 “캐릭터 상품에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소비’를 부르고, 소비는 또 다른 소비를 낳는다. 이를 위해 업체들은 캐릭터의 세계관을 만들고 확장하는 데 집중한다. 예를 들어 “벨리곰은 우연히 ‘유령의 집’에 방문한 어린이가 흘린 풍선껌에서 탄생했는데, 태생이 유령이기 때문에 사람을 놀라게 하고 행복을 주는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서사를 부여하는 것이다. 여기에 벨리곰의 친구들을 등장시킨다. 김은진 롯데홈쇼핑 캐릭터팀 크루는 “현재는 ‘꼬냥이’라는 이름의 고양이만 공개한 상태인데 올해 안에 고슴도치, 너구리, 라마 등 벨리곰의 친구인 서브 캐릭터를 공개하고, 굿즈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여유로운 행성 ‘웨스티’에서 태어난 흰디가 지구에서 온 젤리씨앗단(젤핑·젤뽀·젤봉) 세 친구를 만나 모험을 떠난다”는 세계관을 담은 짧은 소개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씨유도 친근한 알바생 ‘하루’, 애완박스 ‘샤이루’, 씨유의 비밀을 파헤치는 ‘케이루’, 신상품을 좋아하는 씨유 마니아 ‘시우’ 등 입체적 관계를 설정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벨리곰의 1차 성공을 바탕으로 다른 브랜드와 협력은 물론 콘텐츠 제작과 국외 진출까지 나섰다. 박지은 롯데홈쇼핑 캐릭터팀 책임은 “지난달 벨리곰 테마송을 공개한 데 이어 곧 애니메이션·웹툰 제작이 예정돼 있다. 이미 아모레퍼시픽, 골프존, 크리스피크림도넛, 롯데칠성 등 다른 브랜드와 상품 기획 콜라보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6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2023 라이선싱 엑스포’에 한국 대표 캐릭터로 참가해 해외 진출을 본격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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