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발명가로 인정해달라”..탈러 박사가 던진 빅퀘스천 [아이티라떼]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3. 5. 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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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30일 오후 1시 55분. 서울행정법원(B205호 법정)에서 흥미로운 판결이 선고됩니다.

바로 인공지능(AI)을 사람과 같은 ‘발명가’로 인정할지 여부에 대한 대한민국 첫 사법부 판단이 나오는 것이죠.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이는 미국인 스티븐 탈러 박사(73·사진)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화학 석사를, 미주리콜럼비아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엔지니어이자 창업가로 인간 신경계와 유사한 구조로 작동되는 창조적 AI 시스템인 ‘다부스(DABUS)’를 개발했습니다.

다부스의 정식 명칭은 ‘통합 지각으로 자율 처리 기능을 수행하는 장비’(Device for the Autonomous Bootstrapping of Unified Sentience)입니다.

그는 미국과 영국, 호주, 한국 등 주요국을 상대로 다부스가 개발한 열전달률이 높은 프랙털 구조의 식품용기 등 2건의 발명 사례를 특허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후 각국 특허 당국과 사법부는 “발명의 자격이 부여되는 존재는 ‘자연인’(Natural person)”이라는 취지로 특허 출원을 거절했습니다.

최근 미국 대법원 역시 같은 논리로 탈러 박사의 패소를 확정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작년 말 특허청으로부터 거절 결정을 받고 탈러 박사는 변호사와 변리사 등 국내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서울행정법원에서 정식 재판을 시작했습니다.

선진국 특허 시스템에서 연거푸 패소를 하고 있음에도 탈러 박사가 굳이 사람이 아닌, AI 시스템을 발명자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는 뭘까요.

탈러 박사는 다부스가 단순한 AI가 아닌, “사람처럼 감각적 경험을 하고 꿈을 꾸며, 의식의 흐름까지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연구자의 명령을 토대로 결과값을 산출하는 수준을 넘어, 자연인 발명자와 동일한 역량으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낸 만큼 발명자로서 법적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탈러 박사가 AI 시스템을 발명자로 인정 받고 해당 특허에 대한 보호를 받으려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그가 창업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역시 다부스가 내놓는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 새로운 기술 아이디어를 다른 기업에 팔거나 자체 상업화를 하는 방식입니다.

그 첫 단추가 각국에서 발명자로서 AI 시스템의 권리를 인정 받는 것이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2일 특허청과 탈러 박사 측 소송 대리인이 입회한 가운데 처음이자 마지막 변론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오는 6월 30일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추가적인 상호 공방 절차가 없이 한 번의 변론기일로 선고 날짜가 확정된 점, 최근 미국 대법원의 불리한 판단 등을 고려할 때 한국 법원에서도 탈러 박사는 패소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러나 탈러 박사의 각국 소송 제기가 기술 전문가들은 물론 학계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생성 AI 등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이를 이용한 반도체, 신약 개발 등 산업계 생태계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자연인’으로 발명자의 권리를 좁혀 해석하는 지금의 법체계도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죠.

미국에서는 탈러 박사의 소송에서 유력 상원의원들이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했습니다.

상원 법사위 지재권소위에서 활동하는 크리스 쿤스(민주당)·톰 틸리스(공화당) 상원의원은 작년 10월 바이든 행정부 내 특허상표청장 등에게 서한을 보낸 것이죠.

이들은 탈러 박사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특허상표청과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이것은 현행법(current law)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이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두 상원의원은 “앞으로 법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what the law should be in the future)에 대해서도 우리는 동일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AI로 생성된 발명 및 창작물의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과연 현행 법률에서 어떤 변경이 이뤄져야 할 지를 논의하는 기구를 미국 특허상표청(USPO)과 저작권청(USCO)이 공동으로 개설해 새로운 법적 프레임워크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생성 AI 시대가 열린 상황에서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는 현행 특허법은 산업계의 거대한 지식재산권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허, 디자인, 상표, 저작권 등에서 생성 AI가 쏟아낼 방대한 지식재산의 법적 권리를 두고 국내에서도 조속히 관련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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