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정신 계승"…세계·전국 각지서 오월 영령 추모 열기(종합)
전날에만 4만8856명 방문…정치권도 참배 예정
(광주=뉴스1) 최성국 이수민 이승현 기자 =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을 앞둔 주말, 국립5·18민주묘지를 찾는 외국인과 전국 각지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오월영령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5·18기념일을 나흘 앞둔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는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에도 오월영령에 참배하려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참배객들은 추모탑에 헌화·분향한 뒤 묘역을 찾았다. 이들은 오른 주먹을 꽉 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가 하면 직접 만들어 온 5·18 관련 역사 요약본을 주변인들과 공유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오월영령을 추모했다.
해설사에게 당시 상황 설명을 들으며 수첩에 기록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가장 눈에 띈 것은 미얀마 출신 참배객이다.
미얀마는 지난 2021년 2월1일,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로 정부 고위 인사들이 구금되고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2년이 지난 현재도 자국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과 체포, 구금 등이 진행, 국가폭력 5·18민주화운동의 판박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미얀마 출신 마웅(28·여)은 "광주의 5·18과 미얀마는 국가폭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발걸음을 했다"며 "민주화를 위해 많은 분들이 희생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민들 또한 광주시민처럼 학교도 직장도 가지 못한 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하루빨리 사태가 해결돼 미얀마에도 한국처럼 민주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국제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우리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미얀마 쿠데타 전 5·18묘역을 참배한 뒤 4년 만에 방문했다는 샤인(30)은 "쿠데타를 겪기 전인 2019년 찾았을 때와 쿠데타를 경험한 지금과는 참배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며 "오월영령들을 뵈니 미얀마에서 민주화를 위해 시민군으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이 생각난다. 고통스러운 시간에서 벗어나 희망을 찾고 싶다. 미얀마를 응원해달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날에는 인도 타밀나두 마드라스 기독대학 학생들과 교수도 추모에 동참했다. 이들은 대학 평생 교육원에서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이화랑 교수의 제안으로 8시간 비행 끝에 광주를 찾았다.
이 교수는 평소 K문화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한국은 BTS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도 자랑거리"라며 한국의 역사와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교육해왔다.
학생들은 "한국 민주주의 투쟁이 벌어진 광주 도시에 찾아와보니 사회 발전 뒤에는 많은 시민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는 걸 배웠다"며 "인도는 한국, 광주와 같은 민주주의 투쟁 경험은 없지만 독립운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독립운동처럼 여기에 묻힌 수많은 젊은 열사들이 현재의 역사에 소중한 가치를 남겼다는 것을 느꼈다"고 참배 소감을 전했다.
주말 사이 5·18을 잊지 않으려는 10대 참배객과 대학생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다.
광양에서 온 자매 참배객 양승희양(13·광양제철중 1학년)과 재희양(11·광양중마초 5학년)은 고향 선배 황호걸 열사의 묘를 찾았다.
황 열사는 당시 방송통신고 3학년으로 부족한 관을 구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 화순으로 이동하다가 매복한 군인들에 의해 숨졌다.
양승희양은 "실제 현장에 와보니 사회책으로 배웠던 5·18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난다"며 "제가 만일 43년 전 사람이라면 저는 두려움과 무서움에 황호걸 열사처럼 시위대에 참여하거나, 봉사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 존경심이 든다"고 말했다.
경남에서 온 이설씨(23·여·경남대 식품영양학과)는 "이번 연도는 전두환 손자 사죄, 교과과정 5·18삭제 등 유독 오월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깊어져 광주를 찾게 됐다"며 "경남으로 돌아가면 오월정신을 모르는 학우들을 위해 사진전, 작품전시, 연극, 풍물패 등 우리만의 방식으로 오월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약속했다.
수도권 참배객들은 추모와 함께 교육이 계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홀로 묘역을 찾은 임지혜씨(25·여)는 "43주년이 다가오지만 진상규명과 사과는 아직도 더디다"며 "국가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들 또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처럼 꾸준히 5·18을 찾고 기억하기 위한 추모 행렬이 이어진다면 결국 진상규명 등은 빛을 보게 될 것이다"고 했다.
인천 시민 박새봄씨(28·여)는 "오월영령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에 민주화는 없다. 그러나 올해 교과과정에서 5·18삭제 논란이 일었다"며 "가까운 역사를 왜곡 말고 잘 지켜내 후대에게 알리고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전날 국립5·18민주묘역을 찾은 참배객은 4만8856명이다. 이는 올해 5월 들어 가장 많은 참배객 수로 집계됐다.
이날도 종교단체와 시민연대, 노동조합 등의 참배가 예정돼 추모 열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5·18기념식 전날인 17일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광주에 방문할 예정이며 같은 날 문재인 전 대통령 측도 참배할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기념식 당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출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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