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일까, 무리수일까”…정용진 ‘와인클럽’의 성적표는?
몸집 키웠지만, 수익성이 미지수
수요 감소에 수입사들 재고 쌓여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4일 스타필드 하남 지하 1층에 국내 최대 규모의 체험형 와인 전문매장 ‘와인클럽’을 선보였다. 약 1650㎡(500평) 규모로 꾸려진 이 매장에는 와인은 물론, 위스키와 수입맥주 등 7000여종 상품이 구비됐다.
와인클럽은 공식적으로 문을 열기 전부터 업계 관계자들의 단골 대화 소재였다. 롯데그룹 ‘보틀벙커’, 현대백화점그룹 ‘와인리스트’에 이어 3사 중 가장 늦게 개점하는 만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차별화됐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업계에서는 특히 입고되는 와인 등 주류의 종류가 얼마나 될지가 주된 관심사였다. 롯데그룹이 보틀벙커 1호점을 개점할 당시 4000여종을 들였는데 그보다 많지 않겠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이 점쳤던 예상치는 6000여종이었다.
전망을 훌쩍 뛰어넘는 대규모 매장이 꾸려진 데는 ‘와인 애호가’ 정용진 부회장의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류회사 MD는 “정 부회장이 들일 수 있는 건 전부 가져오라 직접 주문했다고 (신세계그룹 관계자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유통 빅3에 모두 납품하는 중소기업 규모 와인 수입사 A사는 최근 수입량을 40%가량 줄이기로 결정했다. 연말께부터 영업실적이 부진해 팔리지 않은 와인 재고가 창고에 가득 쌓여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 대량으로 공급해왔는데 최근 판로를 잃었다. 당분간은 재고를 소진하는데 모든 역량을 동원할 계획”이라며 “많은 물량의 재고가 급하게 필요한 경우에만 와인을 선별해 수입하려 한다”고 귀띔했다.
앞서서는 신세계그룹의 주류 부문 사업을 맡고 있는 신세계엘앤비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엘앤비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3.1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45.28% 감소했다. 순이익은 무려 57.41% 줄었다.
주류업계 종사자 B씨는 “와인클럽은 전국 이마트 내 주류 발주를 전담하는 C사를 통해 제품을 발주하는 방식”이라며 “중간 마진이 발생하기에 소비자가격이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가격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어 “와인클럽이 위치한 스타필드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과 무자녀 신혼부부가 많이 찾는다”며 “이들은 주로 중저가 와인을 선호하는데 중저가 제품은 시중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어 조금이라도 비싸면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러 부정적인 전망과 더불어 롯데마트 보틀벙커를 견제하고자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정 부회장은 지난 3일 “(와인클럽은) 보틀벙커를 선보이기 이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것”이라고 일축했다. 업계에서는 반신반의하며 와인클럽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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