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고용된 장애인 더 많아진다…사업장에 자회사 공동출자 허용

지주회사 체제 내 자회사끼리, 손자회사끼리
공동출자해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운영 허용
장애인 고용 의무 불이행 기업 명단공표 강화
중증장애인 출퇴근비 지원 확대

정부가 대기업이 더 많이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지주회사 체제 내에 자회사끼리 또는 손자회사끼리 공동 출자하는 방식으로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를 위해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중증장애인을 더 많이 고용하려 할 때 공정거래법상 공동출자 제한을 일부 완화한다.

LG유플러스가 2013년 7월 4일 오전 경기도 금천구 시흥고객센터에서 장애인 표준사업장 '위드유' 출범식을 열었다. 이상철 부회장이 직원에게 단말기 검수 작업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조선DB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1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6차 장애인 고용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기본계획은 장애인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1998년부터 5년마다 수립하는 것으로, 이번 제6차 기본계획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적용된다.

이번 기본계획은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기업 등이 중증·발달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왔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더 많이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고용부와 공정위가 지주회사 체제인 대기업이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중증장애인을 더 많이 고용하려 할 때 공정거래법상 공동출자 제한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현장의 호소를 수용한 결과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에 적합한 생산·편의·부대 시설을 갖추고,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한 사업장이다. 상시 근로자 대비 고용 비율은 전체 장애인은 30% 이상, 중증 장애인은 15% 이상이다. 장애인에게 최저임금 이상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622곳으로, 장애인 약 1만4000명이 일하고 있다.

대기업 등이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지난해 말 128곳으로, 장애인 약 6117명이 근무 중이다. 이중 중증장애인이 77.6%다. 장애인 고용률을 산정할 때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에 고용된 장애인은 출자 비율만큼 모기업이 고용한 것으로 인정해준다.

이정식 고용부장관은 브리핑에서 “전통적 정책 수단인 의무고용률, 부담금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기업에 실질적인 장애인 고용 방법을 제시하고, 장애인이 새로운 분야에 더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선도하는 해외와 달리 한국은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이 저조해, 더 많이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특례규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공정거래법상 공동출자 제한의 예외를 허용해 지주회사 체제 내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가 공동 출자한 표준사업장 설립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이 경우 자회사·손자회사가 장애인 표준사업장 지분 100%를 소유하고, 공동출자회사 중 1개사는 지분율이 50%를 넘어야 한다.

금융회사와 의료법인도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도 마련한다. 또 장애인 고용 의무가 있는 사업체가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1년 이상 도급 계약을 하면 부담금 일부를 감면하는 연계고용 적용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민간기업과 공공기관만 이런 연계고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에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의무 불이행 기업에 대한 명단 공표 기준을 강화한다. 현재 3곳인 장애인 대상 디지털·맞춤 훈련센터를 2025년까지 17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내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1000명)의 장애인 훈련시설인 경기남부 직업능력개발원도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 문을 연다.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전용 공공훈련기관 신설도 검토하기로 했다.

출퇴근 비용을 지원하는 중증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자에서 기초·차상위 중증장애인으로 확대한다. 지원 대상 중증장애인은 작년 3850명에서 올해 1만5000명으로 늘어난다.

이 장관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헌법상 근로의 권리를 맘껏 누려야 할 당당한 주체”라며 “정부는 장애인이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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