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결아 일어나”…위패 든 아빠, 관 부여잡은 엄마

김태희 기자 2023. 5. 1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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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스쿨존 사고’ 눈물의 발인
지난 10일 경기 수원시 호매실동의 한 스쿨존에서 우회전 신호 위반 버스에 치여 숨진 조은결군(8)의 발인이 14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일어나 은결아. 우리 아기 어떡해.”

지난 10일 ‘수원 스쿨존 사고’로 숨진 조은결군(8)의 발인이 14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발인식은 조군의 유족과 친척,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날 오전 11시48분 조군의 위패를 든 아버지는 빈소 밖으로 향했다. 그 뒤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조군의 영정사진을 든 형과 다른 유족들이 뒤따랐다.

빈소를 빠져나온 유가족들은 계단을 따라 내려와 운구차 앞에 섰다. 나란히 선 부자는 위패와 영정사진을 각각 든 채 침통한 얼굴로 조군이 나오길 기다렸다.

조군의 관은 오전 11시55분 운구차에 실렸다. 관이 실리자 가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곳곳에서는 ‘은결아’ ‘우리 강아지 어떡해’ ‘은결아 어떡하면 좋아’ 등의 말과 함께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조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관을 부여잡은 채 한동안 일어서지 못하다가 친척들의 부축을 받고 간신히 일어섰다. 가족들은 “피어나지 못한 꽃망울이 가족의 품을 떠난다”는 마지막 말과 함께 묵념으로 조군을 떠나보냈다.

조군의 관을 실은 운구차는 싸이카 2대와 순찰차 1대의 호송을 받으며 오후 12시1분쯤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지역을 책임지는 경찰로서 이번 사고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조군의 마지막 길을 지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운구차는 연화장으로 가기 전 조군이 생전 다녔던 학교에 잠시 정차했다. 학교 정문 주변에선 조군의 친구, 같은 학교 재학생들을 비롯한 학부모, 주민 300여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하얀 손수건을 손에 쥐고 조군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운구차가 학교를 떠나자 주민들은 손수건을 흔들며 “은결아 잘 가, 다음 생엔 행복해”라고 외쳤다.

앞서 지난 10일 오후 12시30분쯤 수원 권선구 호매실동 스쿨존에서 시내버스 운전자 A씨는 스쿨존에서 우회전을 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조군을 치었다. 조군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지난 1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 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10일 경기 수원시 호매실동의 한 스쿨존에서 우회전 신호 위반 버스에 치여 숨진 조은결군(8)의 사고 현장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14일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사고 발생 이후 수원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원시는 경찰에 관내 우회전 전용신호등 추가 설치를 요청했다. 또 버스·택시 운수종사자의 안전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50명(30개 학교)인 ‘어린이 보행안전지도사’ 인력은 100명(60개 학교)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사고가 발생한 초등학교에는 보행안전지도사 2명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버스 운수종사자의 시야를 방해하는 교차로의 가로수에 대해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불법주정차 차량 단속을 강화해 운전에 방해되는 시설물을 정비할 계획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는 ‘스쿨존 내 음주운전, 신호위반 사고 엄중 처벌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서가 게시됐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1만5648명의 동의를 얻었다. 조군의 아버지라고 밝힌 작성자는 “이번 사고로 인한 허탈함과 슬픔은 어떤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며 청원서 작성의 취지를 밝혔다.

작성자는 스쿨존 내 안전장치와 교통법규 위반 차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안 5가지를 청원했다. 우선 교차로 회전구간과 횡단보도 거리를 확장하고, 스쿨존 내 펜스와 안전장치를 강화하자고 했다. 또 범법행위 시 벌점을 부여하고, 면허취득 결격 기간을 늘리거나 벌금을 강화하는 등 운전면허 관리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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