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이 돌아왔다… 데뷔 55주년 콘서트 조용필
기대 저버리지 않은 최고의 감동 무대 선사
5년 만에 다시 주경기장 무대에 선 조용필이 첫 곡 ‘미지의 세계’를 부르는 동안 귀를 찢을 정도의 폭죽 소리와 함께 화려한 불꽃쇼와 레이저쇼가 펼쳐졌고 관객들은 조용필이 무료로 나눠준 야광봉을 흔들며 함성과 떼창으로 화답했다. 가왕의 데뷔 55주년과 주경기장 귀환을 환영하는 의식 같았다. 조용필은 이어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는 리듬의 ‘그대여’와 떼창을 유도한 ‘못찾겠다 꾀꼬리’를 부른 뒤 열기가 달아오르자 잠깐 쉼표를 찍었다.
한 손을 흔들며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한 그는 행복한 기분을 발산했다. “평생을 여러분과 함께 해왔습니다. 제 나이가 올해 몇인 줄 아시죠? (오른손을 두 번 쥐었다 펴면서) ‘오십 다섯’입니다. 아직 괜찮습니다”라며 능청도 떨었다. 데뷔 55주년을 자기 나이에 비유한 것이다. 하늘도 이날 만큼은 비를 뿌리지 않으며 가왕의 기념비적인 축제를 도왔다. “이 무대 설 때 비가 많이 왔었는데 오늘은 괜찮네요. 이따 조금 비가 올 줄도 모른다고 연락왔는데 괜찮죠? 자, 오늘 저하고 노래하고 춤도 추고 맘껏 즐깁시다. 오케이?”
조용필의 주경기장 단독 콘서트는 일곱 번째(횟수로는 8회)인데 첫 무대였던 2003년 ‘35주년 기념 공연’과 2005년 전국투어 ‘필 & 피스’ 서울 공연, 2018년 데뷔 50주년 콘서트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이 때문에 ‘비를 부르는 남자’라 불리기도 했지만 조용필은 날씨와 상관없이 항상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모든 가수에게 꿈의 무대로 꼽히는 주경기장에서 조용필이 유일하게 여덟 차례나 공연하고 모두 전석 매진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조용필이 ‘창밖의 여자’에서 애절하게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를 부른 순간 객석에선 “오빠”를 외치는 소리가, 다음 곡 ‘비련’에서 그 유명한 첫 소절 ‘기도하는∼’이 나오는 순간 “꺄∼”라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여행을 떠나요’에선 다같이 흥겨운 여행을 떠나듯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신나게 뛰며 따라 불렀다.
특히, 이번 공연은 반타원형의 거대한 LED 전광판을 활용한 영상미가 돋보였다. 곡마다의 노랫말에 어울리는 영상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이야기를 전하며 관객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컨대 조용필이 지난해 내놓은 ‘세렝게티처럼’을 부를 때 광활한 초원과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펼쳐져 객석의 탄성을 자아냈다.
가왕은 앙코르 곡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바운스(Bounce)’를 마친 뒤 관객을 향해 “감사합니다”를 연달아 외치며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가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 읊은 내레이션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가 귓가에 맴돌았다. 2시간 남짓 공연 동안 꿈 같은 여행을 다녀온 팬들의 얼굴엔 행복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10대 초반이던 1979년 TV에서 조용필을 접하고 팬이 됐다는 ‘이터널리’ 남상옥(55) 회장은 연합뉴스에 “조용필이라는 뮤지션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분이고, 새로운 음악을 위해 대중에게 끌려가지 않고 오히려 대중을 이끌어나가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팬들이 쫓아가기에 너무 힘든 음악이지만, 그런데도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세련된 음악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오는 27일 대구 스타디움 콘서트에서 2차 콘서트가 열린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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