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자본시장법으론 처벌 어려우니...김남국이 당당한 이유

이가영 기자 2023. 5. 1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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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하고,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가상자산 이상 거래 의혹 논란에 자진탈당을 선언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탈당 의사를 밝혔습니다. 처음 위믹스 코인 60억 원어치 등을 보유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게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졌고, 이후 밝히지 않은 코인 보유 지갑이 추가로 드러난 데다 상임위원회 일정 중에도 코인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나온 탈당 선언입니다. 하지만 김 의원은 “허위사실에 기반한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며 사과나, 의혹을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왜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걸까요?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 문제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한민국 최상위 규범인 헌법 제46조에선 국회의원에게 청렴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또 지위를 남용해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을 이용해 이익을 얻을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 제2조에선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직자는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가 자신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직무수행의 적정성을 확보해 공익을 우선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규정입니다.

수사 중인 상황이니 김 의원에게 죄가 있다,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으로 미루어보아 헌법상 청렴의무 및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이라는 비판을 벗어나긴 힘들어 보입니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왜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면서 검찰 탓을 하는듯한 발언을 하는 건가요?

김 의원이 현재까지 진행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방식은 일반인이 흉내 내기 어려운 전문가의 수준입니다. 그리고 투자 과정에서 상상할 수 없는 막대한 이익이 발생했다는 점도 명확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놓고 보면 비공개 주요 정보를 이용했다는 주장도 가능하고, 이를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검찰 역시 자본시장법 불공정 거래 해당 여부를 살펴보았을 텐데요. 현재 가상자산 투자에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기 위해선 3가지 법리적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고전적 의미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을 검토하려면 ‘증권성’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증권이 되려면 ‘재산권이 화체(embody)’ 되어 있어야 합니다. 좀 어렵죠. 보통은 회사가 발행하는 증권은 회사의 실체로 인해 그 가치가 증권에 화체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자본시장법에 ‘지분증권’에 주권, 신주인수권이 표시된 것, 법률에 의하여 직접 설립된 법인이 발행한 출자증권을 명시하고 있어 규제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재산적 가치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대단히 모호합니다. 또한 자본시장법에서 규제 대상인지도 모호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가상화폐에 증권성을 인정할지 또 자본시장법상 규제가 가능한지 갑론을박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현재 가상화폐가 가진 위상을 고려해 가상화폐 중 ‘투자성 코인’에 대해선 자본시장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데요. 투자성 코인이라 함은 “회사가 발생한 코인에 회사의 이익이 귀속되는 구조”를 가진 코인을 말합니다. ‘투자성 코인’을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고 규제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지금 김 의원이 보유한 위믹스 코인은 위메이드라는 회사가 만든 코인으로, 회사 이익이 위믹스 코인에 반영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그야말로 ‘떡상’을 기대해 엄청난 전매차익을 노린 코인입니다. 그래서 자본시장법 적용이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 만일 위믹스 코인을 ‘투자성 코인’으로 본다 해도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봐야합니다. 그렇다면 자본시장법상 ‘투지계약증권’엔 비공개 정보 위반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오직 사기적 부정거래 조항만 적용됩니다.

즉, 비공개 주요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심이 가더라도 현재로선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김 의원이 당당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본시장법이 갖고 있는 최대의 맹점입니다. 하루속히 가상자산법이 제정되고, 자본시장법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김 의원 지갑에서 약 50만개의 위믹스 코인이 이체된 내역. /뉴스1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시해 김 의원 빗썸 계좌 영장을 2번이나 청구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직 수사 중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대법원은 ‘정치자금’의 범위에 대해 “정치 활동을 위해 정치 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금전 등 일체를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또 정치자금법에서 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보도를 종합하면 김 의원은 2022년 1월 21일부터 2월 14일까지 매일 자신의 빗썸 계좌지갑에서 클립 계좌지갑으로 코인 41만개를, 업비트 지갑으로는 85만개를 옮기는 등 총 127만개(시세 약 85억원)의 위믹스 코인을 이체했습니다. 가상자산 실명제(트레블 룰)가 2022년 3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던 시점입니다. 이에 앞서 빗썸은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옮길 때 실명과 지갑주소를 사전에 등록하겠다”는 공지를 그해 1월 19일에 했습니다.공지 이후 김 의원은 빗썸에 있던 127만개 위믹스 코인을 다른 가상거래소로 분산 이체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러한 이체를 ‘이상거래’로 보고 업비트가 FIU(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합니다. 이를 분석한 FIU 역시 이상거래로 보고 검찰에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검찰은 2022년 10월쯤 김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빗썸 계좌에 있던 127만개의 위믹스 코인을 정치자금으로 보고 명의자 및 계좌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가상화폐를 보유한 사실’만으로는 범죄혐의가 있다고 의심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다고 전해집니다.

◇앞으로의 검찰 수사, 어떻게 이어질까요?

김 의원은 해명했다고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새로운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가상자산을 많이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현재 문제가 되는 위믹스 코인은 블록체인에 기반을 두고 있어 거래(트랜잭션) 내역이 기록되고, 이 정보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거래 정보는 공개된 자료입니다. 그렇기에 법원이 왜 공개된 자료에 대한 영장 기각을 했는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통상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공공기관에 범죄와 관련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냥 달라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할지라도, 나중에 기관 내부 문제가 생길 수 있을 때는 공식적으로 영장을 청구하는 때도 있습니다. 이런 영장은 100% 발부되는 게 통상적입니다. 계좌영장이란 것이 개인 주거지, 휴대전화와 같이 사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도 아닙니다. 입법권을 가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과 관련된 일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더 엄중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없다면 신속하게 논란을 잠재워야 합니다. 이때 영장이 발부되어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다면 지금의 논란은 제기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실명제 이전의 경우 익명성을 가진 지갑에서 모든 실제 명의자를 찾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만약 김 의원이 실명 거래를 하지 않는 외국 계좌 및 콜드월렛(개인USB 소지)을 사용했다면, 이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김 의원의 가상자산 논란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수사에는 2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죄 있는 사람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죄 없는 사람을 최대한 빨리 수사 선상에서 제외해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검찰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사해서 김 의원의 여러 논란에 대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입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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