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비 횡령 의혹 제기한 조합원 제명시킨 노조…100일간 신고 1000건

조합비 사용내역 열람 요구했으나 거부…시정명령도 이행 안 해
정규직 채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노조 운영비 지원한 기업도

A 노동조합은 B조합원이 이 노조 지부장이 5억원 상당의 조합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B조합원을 제명시켰다. 노동당국은 B조합원 제명 처분이 노조 규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방노동위원회에 결의처분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했다.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13일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26일 홈페이지에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개설한 후 지난 5일까지 100일간 이 사례를 포함해 총 973건의 신고를 접수했다고 14일 밝혔다. 하루 평균 10건 꼴이다. 접수된 신고 중 697건은 개선하도록 조치 완료했고, 남은 276건은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신고된 사건 유형은 노조 조합비 횡령과 부당 집행, 부정한 채용 청탁, 노조 가입·탈퇴 방해 등 노조의 불법행위 신고와 사용자의 노조 활동 방해, 포괄임금 오남용, 임금 체불, 직장 내 괴롭힘 등 노사 전반에 걸쳐 다양하다.

C 노조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몇 년간 외부 행사나 쟁의행위가 없었지만, 이 기간 쟁의기금·직책 수행비·판공비·접대비 등 조합비 6000여만원이 유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동당국은 노조 간부에게 형법 등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소관 기관인 경찰로 넘겼다.

D노조는 조합원이 회의록과 조합비 사용내역 열람을 요구했으나 거부했다. 관할 자치단체가 지방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노조에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관할 노동관서는 E노조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조사한 후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E노조는 위원장이 지위를 이용해 지인을 소속 회사의 용역업체에 입사시킨 후 2년이 지나 소속 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되도록 부정한 청탁을 했다. 관할 노동관서는 채용절차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F기업은 일을 하지 않는 노조 간부 5명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간부용으로 차량과 유류비를 지원했다. 또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운영비를 노조에 지원했다. 관할 노동관서는 노조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G기업의 근로자들은 일주일에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경우에도 하루에 4시간까지만 연장근로수당을 받았다. 관할 노동지청은 이 사업장에 근로감독을 벌여 직원 80여명이 연장근로수당과 연차휴가미사용수당 5000여만원을 지급받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시정지시를 내렸다.

H학원은 학원 시간강사가 1년 넘게 일한 뒤 퇴직했으나, 후임 강사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했다며 퇴직금을 주지 않았다. 관할 노동지청은 H학원 사업주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으로 사법처리했다.

I식당은 3년 넘게 서빙 일을 한 아르바이트생을 아무런 이유나 예고 없이 해고했고, 근무기간 동안 주휴수당도 주지 않았다. 관할 노동관서 지도로 I식당은 이 아르바이트생에게 주지 않은 주휴수당과 해고예고수당을 전액 지급했다.

고용부는 “접수된 불법 행위는 노사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 또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에게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고, 포괄임금 오남용 기획감독과 근절대책 마련, ‘공정채용법’ 개정 지원, 불공정채용 집중 점검에 정책역량을 집중한다. 노동조합 회계 공시시스템 도입, 조합원 정보요구권 강화,회계 감사원 자격 신설 등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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