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투는 멎었지만 불씨는 그대로…‘예루살렘의 날’이 관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가 교전을 벌인 지 닷새 만인 13일(현지시간)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등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데다 오는 18일 일부 극우 유대인들의 ‘예루살렘의 날’ 행진도 예정돼 있어, 언제든 교전이 재개될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AFP통신은 이날 이집트의 중재로 이스라엘군과 이슬라믹 지하드가 휴전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에서 “휴전을 성사시키려는 이집트의 적극적인 노력에 대해 이스라엘의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슬라믹 지하드도 휴전안에 합의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우리는 이집트의 노력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측은 휴전에 합의하면서도 언제든 교전이 재개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이스라엘 측은 “이집트의 중재를 받아들인 것은 (이슬라믹 지하드의 공격이 멈춰) 고요한 상황이 유지된다면 이를 깨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이스라엘에 다시 공격이나 위협이 가해질 경우 방위를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라믹 지하드 역시 “앞으로도 점령군의 어리석은 행태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유혈사태는 이슬라믹 지하드의 고위 간부인 카데르 아드난이 이스라엘 감옥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다가 지난 2일 사망한 것을 계기로 촉발됐다. 이슬라믹 지하드 측은 이스라엘이 아드난의 치료를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드난의 사망 소식에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영토로 로켓이 발사됐고, 이스라엘도 대응 공격에 나서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지난 닷새간의 교전으로 발생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최소 33명이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사망자 대부분이 어린이와 여성 13명을 포함한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도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휴전이 발효된 13일 오후10시 이후에는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번 휴전 협상 과정에서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하나도 해결되지 못해 언제든 교전이 재개될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의 군사력 증강, 이스라엘이 점령한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등 민감한 사안들은 합의 테이블에서 제대로 다뤄지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18일로 예정된 ‘예루살렘의 날’ 행진이 또 다른 충돌의 기폭제가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루살렘의 날은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 전쟁에서 요르단 영토였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로 꼽힌다. 극우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거주지를 통과해 동예루살렘을 행진하는 과정에서 2021년 5월에도 충돌이 빚어져 11일 동안 교전이 이어진 바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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