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어디로 기우나···튀르키예 대선에 초조한 서방·러시아
14일(현지시간) 치러지는 튀르키예 대선은 ‘올해 가장 중요한 선거’로 꼽힐 정도로 전세계 외교·지정학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임에 도전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야당 연합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후보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향후 튀르키예의 대서방·대러시아 외교 축이 흔들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권 20년 동안 비동맹 노선을 고수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서방과 러시아 사이 중립을 지켰다. 그 결과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속했음에도 다른 회원국들과는 결을 달리했다.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러시아의 교역 통로이자 에너지 시장이 됐다. 그 대가로 튀르키예는 러시아산 원유를 큰 할인가에 공급받았으며 러시아는 튀르키예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있다. 러시아 관광객 또한 유럽이 아닌 튀르키예로 몰려 경기 부양에 일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공공연히 반대해왔다. 최근에도 “야당은 서방의 명령을 받고 있다. 바이든이 에르도안을 무너뜨리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발언하는 등 미국에 날을 세우는 행보를 이어갔다.
만약 클르츠다로울루 후보가 당선될 경우 튀르키예가 좀더 서방에 친밀한 쪽으로 기울 수 있다. 클르츠다로울루 후보는 최근 선거 국면에서 “러시아가 음모론과 딥페이크 등을 유포함으로써 튀르키예 선거에 간섭했다”며 “튀르키예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그는 에르도안 정권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정권을 잡으면 미국 및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겠다고도 전제했다.
이처럼 두 후보의 상반된 대외관계 성향 탓에 서방과 러시아는 이번 튀르키예 대선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방이 자신들의 선호를 공식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에르도안이 패배한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 지도자들이 기뻐하리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인권 문제·대러시아 정책 등에서 서방은 “더 쉬운 튀르키예”를 원한다는 것이다. 튀르키예 정권이 교체될 경우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승인될 것으로 나토는 기대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튀르키예가 더 소중해진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튀르키예와의 경제적 결속 외에도 러시아는 에르도안을 계기로 나토 동맹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꾀했다. 이번에 에르도안이 질 경우 러시아가 잃는 것 또한 많아지는 셈이다. NYT는 “에르도안이 축출되면 푸틴 대통령은 확실히 패배자로 간주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4일 득표율 과반을 넘기는 후보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는 2주 뒤 결선 투표를 치른다. 이렇게 될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거나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등 튀르키예가 정치적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2일 현지 인터뷰에서 “패배시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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