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탄소중립으로 가는 핵심 기술, CCS
정부는 지난 4월 국가비전 ‘2050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목표로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이는‘탄소중립기본법’에 맞춰 최초로 수립된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에 관한 최상위 법령이다.
핵심 내용은 우리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NDC)를 책임성 있게 준수하되, 그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부문별 목표를 일부 조정하는 것이다. 그 중 핵심사항은 바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즉, CCUS 부문 목표 상향이다.
CCUS는 발전소나 산업체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배출되기 전에 포집해 지층에 저장하고 활용하는 방법이다. 전환, 산업, 건물, 수송 등 주요 부문에서 배출을 줄이는 것으로 계획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구조 특성상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어려운 분야가 존재한다. 따라서 네거티브 배출 기술인 CCUS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1996년 북해 슬라이프너 가스전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해저 심부 지층에 저장하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북미와 유럽, 호주를 중심으로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이 상용화돼, 전 세계적으로 연간 4000만톤 이상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CCS와 관련된 기술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나, 주요 기술선진국에 비해 원천기술 확보와 실증 연구가 미흡한 상황이다.
CCS의 구성요소 중 이산화탄소저장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육상이나 해양의 지층을 구성하는 암석의 공극(틈)내에 주입해 대기에서 영구 격리시키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저장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될 사항은 바로 대규모 저장소 확보다. 특히 대규모로 저장할 수 있는 지층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땅 속에 효율적으로 주입할 수 있는 지질 특성을 가짐과 동시에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누출되지 않아야 하는 등 여러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국내 대규모 저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2017년부터 물리탐사연구선 탐해2호를 이용해서 국내 대륙붕 탐사를 수행해 왔다. 그 노력의 결실일까? 서해 군산분지에 저장소로 적합한 유망구조를 확보해 두 개 대심도 해양에 2㎞ 깊이 탐사시추를 계획하고 있다. 저장소 확보를 통해 연간 100만톤, 총 1억톤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산분지와 같이 해양 심부 대수층에 저장하는 방법 외에도 고갈가스전을 저장소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2021년 생산이 종료된 동해 가스전을 저장소로 사용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데 연간 120만톤을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CS는 검증된 기술이지만, 포집·수송·저장의 CCS 가치사슬(value chain)에 따른 초기 인프라 구축 등으로 인해 비용 경쟁력이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 혁신과 함께 대규모 실증 등 연구개발(R&D) 투자의 확대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관련 산학연 기관들은 포집과 저장효율 향상 등 한계극복을 위한 기초·원천기술 확보와 대규모 실증에 힘쓰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개발과 더불어 CCS 사업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해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탄소중립은 최근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범 도입,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기존 환경이슈에서 경제문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며 그 판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현 시점에서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CCS 기술을 선택하고 집중할 수 밖에 없다. CCS의 상용화 촉진을 위해서는 범부처적인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R&D 투자로 연구사업 규모를 격상할 필요가 있다.
최근 CCUS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CCS와 연계한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면 CCS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CCS를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김구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CO2지중저장연구센터장 kykim@kigam.re.kr
김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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