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 로버 만든다는 현대차는 왜 달 지질 연구하는 지질연을 패싱했나
달 광물·환경 분석이 목적… 지질연, 관련 분야 활발히 연구
개발 초기엔 협력… “우주 분야 융합 연구 필요해”
현대자동차가 우주 로버(탐사차량) 분야로 모빌리티 영역을 확장한다고 청사진을 발표했지만, 정작 국내에서 우주 자원과 달 지질 연구를 진행하는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협력 대상에서 제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는 당장 협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과학·기술계에서는 한화그룹과 협력을 하고 있는 지질연을 일부러 ‘패싱’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뜩이나 미국이나 일본, 중국 같은 우주개발 선도국보다 출발이 늦은 한국 우주산업에서 기업들의 불필요한 신경전이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0일 우주 분야 역량을 보유한 국내 연구기관과 달 탐사 로버 개발모델 제작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달 탐사 로버는 태양광 자체 충전 시스템을 사용하는 소형 자율주행 모빌리티로 향후 달 남극에서 광물 채취와 환경 분석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현대차그룹은 달 탐사 로버 개발을 위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손을 잡았다. 대부분 국내 우주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하반기쯤 달 탐사 로버 개발모델을 제작하고, 이후 달과 유사한 환경에서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달의 남극에서 광물을 채취하고 환경을 분석하는데 달 탐사 로버가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달에선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미래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 ‘헬륨3′과 같은 전략자원을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손을 내민 대상에 지질연이 빠졌다는 점이다. 지질연은 국내 우주 자원·환경 분야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출연연 중 하나다. 최근에는 국토우주지질연구본부를 중심으로 우주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질연은 모사 월면토 개발과 달 자원 추출, 달 원소 지도 작성 등 환경 분석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달 현지 자원 활용을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룩셈부르크 우주청(LSA)과 함께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고, 곧 프랑스 연구기관과도 협력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달 탐사 목표와도 일치하기 때문에 우주 분야 과학기술계에선 지질연이 제외된 이유를 갖가지 추측이 나왔다.
일각에선 지질연이 한화그룹과 손을 잡았기 때문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지질연은 202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2032년 달 착륙선 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재계 경쟁사인 한화그룹과 자신들의 노하우나 개발 역량을 공유하게 될 상황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질연은 현대차의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에서 관련 사업 기획보고서를 요청해 보내고, 우주 자원 현지활용 관련 연구자료를 보내는 등 협력을 위해 애썼는데 현대차가 개발 과정에서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자신들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지질연 관계자는 “개발 기획 초기에는 현대차와 교류가 있었지만, 무슨 이해관계가 있는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현대차가 협업할 수 없다고 결정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우주 분야는 국가적으로 다양한 역량을 가진 출연연과 기업이 융합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자원 탐사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더욱 아쉬운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광의의 표현에서 광물 채취하고 표현했지만, 달에 있는 물을 연구할 예정이라 당장 지질연과 뭔가 하고 있지 않다”며 “협력할 부분이 있다면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질연은 현대차 대신 다른 기업이나 스타트업과 달 탐사 로버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복합소재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코오롱그룹, 우주 로버를 제작하는 무인탐사연구소와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년 1월에는 우주 자원 탐사에 활용될 수 있는 ‘로버 경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내 우주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선도국에 비해 한국의 우주 개발 시점이 늦고 개발 역량도 부족한 편인데 서로 눈치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우주 분야는 기업이나 기관의 장벽을 허무는 융합 연구를 통해 국가적인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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