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잇단 지진에…원전 밀집지 지진 탐지시간 '2초' 단축

이재영 2023. 5. 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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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동 기상청장·유국희 원안위원장, 고리원전 지진 대비 점검
이중삼중 대비 전제는 '신속 탐지'…원안위 지진계, 국가망 편입
원전 점검하는 원안위원장·기상청장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왼쪽)과 유희동 기상청장(오른쪽)이 12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고리 2호기 주제어실에 설치된 지진감시설비를 확인하고 있다. [기상청·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1초도 참 귀한 시간입니다."(이광훈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장)

유희동 기상청장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고리원자력발전소 지진 대비 현황을 점검한 지난 12일. 기상청과 발전소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지진을 탐지하고 경보를 발령하는 시간을 단 1초라도 앞당기는 것이 원전의 안전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동해에서 소규모지만 지진이 연속해서 일어나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지진이 발생하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원자력발전소 안전이다.

국내 원전은 동남권에 몰렸는데 동남권엔 국내 대표적 활성단층인 양산단층을 비롯해 14개 활성단층(현재부터 258만년 전 사이 한 번이라도 지진으로 지표파열이나 지표변형을 유발한 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고리·신고리·월성·신월성 원전은 양산단층과 매우 가까이 있다.

과거 원전 부지를 정할 때 정부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제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데 사실상 이견이 없다. 1980년대부터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왔는데 정부가 이를 등한시하고 원전을 건설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 2016년 9월, 1978년 이후 최대 규모 지진인 규모 5.8 '경주 지진'은 국내 원전들이 강진의 '사정권'에 들어있다는 점을 상기했다.

우리나라는 환태평양지진대에서 600㎞가량 떨어진 유라시아 판 내부에 위치해 큰 규모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낮고 지진이 발생해도 규모가 비교적 작다. 그러나 판 내부라고 강진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경주시 일대에서는 규모 6.1의 지진까지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월성원전에 지반가속도 0.134g의 흔들림이 가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동해 해저에 해안과 나란한 후포단층과 대보단층이 있다. 학계에서는 두 단층에 규모 6~7의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동남해안을 마주해서는 쓰시마단층이 존재한다.

동해에서 강진은 지진해일을 일으켜 원전을 위협할 수 있다.

일본 서쪽 해역에서 규모 8.1 지진이 발생하면 신한울원전에 높이 4.48m의 해일이 밀려올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모든 원전은 10m 해일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방어에 문제는 없는 수준이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해일의 높이도 높아질 수 있는 점이다. 해수면이 68㎝ 상승하면 앞서와 같은 조건에서 신한울원전에 밀려오는 해일 높이는 5.58m가 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볼 수 있듯 원전 등 기반시설을 무너뜨리는 데는 단 한 번 큰 지진이면 충분하다. 국내에서 발생한 적 없는 규모 6.5~7.0이 지진이 바로 아래에서 발생해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성능이 국내 모든 원전에 갖춰진 이유다.

지진은 땅만 흔들리는 재해가 아니라 땅이 흔들리고 이 때문에 해일 등 다른 재해가 이어서 발생하는 복합재해다. 그렇기 때문에 원전에 적용된 이중삼중 지진 대책은 하나도 빠짐없이 제대로 작동해야 의미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비상발전기가 가동돼 노심냉각이 유지됐으나 뒤이은 지진해일에 발전기가 침수되면서 참사로 이어졌다.

지진 대비책 정상 작동의 전제는 '정확하고 빠른 지진 탐지'이다.

모든 원전에는 6개 지진계가 설치돼 원전에 가해지는 지반가속도가 0.2g 이상이면 자동으로 운전이 정지되는 등 지반가속도에 따른 대응이 이뤄진다. 다만 원자로를 비롯한 원전 내 모든 시설을 지진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고 원전 운영자가 안전을 위한 '선제적 판단'을 내릴 수 있으려면 원전 주변에도 지진관측소가 촘촘히 구축돼야 한다.

원전 점검하는 원안위원장·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오른쪽)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이 12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지진계를 점검하고 있다. [기상청·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기상청과 원안위가 최근 내놓은 원전 지진 대책이 '원전 밀집지 중심 국가지진관측망 대폭 확충'이다.

이번 계획 특징은 원안위 지진관측소 220개(고리·월성원전 주변 150개, 한빛·한울원전 주변 70개)를 연내 국가지진관측망에 편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원전 밀집지와 수도권 등에 관측소를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계획대로 2027년 지진관측소가 851개로 현재(390개)보다 461개 늘어나면 원전 밀집지 등은 '지진 발생 후 최초 관측까지 시간'이 1.4초로 현재보다 2초, 나머지 지역에서는 2.7초로 0.7초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진을 처음 탐지할 때까지 시간이 줄면 당연히 대응할 시간이 늘어난다.

'1~2초 추가 확보'가 원전 안전도 향상에 큰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고리원전 관계자는 "(지진 탐지가) 2~3초 늦은 가운데 지진의 강도가 순간적으로 증가하면 원전을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데 필요한 기기들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라면서 "필요한 경우엔 1초라도 빨리 원전을 안전하게 정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지진계 검정 11일 충남 천안시 국가지진계검정센터에서 검정관이 지진계 검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상청은 국가지진관측망 확충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지진관측망 확충에 핵심 역할을 할 곳 중 하나가 2020년 6월 개소한 한국기상산업기술원 국가지진계검정센터이다. 원안위 등 기상청 외 기관이 운영하는 지진계를 국가지진관측망에 넣으려면 관측이 제대로 이뤄지는 장비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센터가 그 역할을 맡았다.

현행법상 지진센서와 지진기록계는 5년마다 센터로부터 검정받아야 한다.

작년의 경우 기상청 등 19개 기관 지진관측장비 773대를 검정한 결과 8%인 62대는 불합격해 교체나 수리 대상이 됐다.

이수영 지진계검정센터장은 "기상청이 지진계 검정을 수행하기 위한 인력과 장비를 적극적으로 확보해줬다"라면서 "현재는 연간 최대 1천대 지진계를 검정할 인력과 장비를 갖췄다"라고 설명했다.

국가지진계검정센터 국가지진계검정센터.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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