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가 중학교서 코딩수업을…"'코'자도 몰랐지만 재밌어요"

김수현 2023. 5. 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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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업이 학생에게 직접 SW·AI 교육하는 '디지털 새싹캠프' 학기 중 확대
'코딩으로 드론을 날리자' 수업 듣는 학생들 (세종=연합뉴스) 지난 10일 세종 고운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디지털 새싹 캠프'에 참여해 '코딩으로 드론을 날리자' 수업을 듣고 있다. 2023.5.14 [교육부 제공]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지난 10일 세종 고운중학교.

정보 수업 시작 시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1학년 6반 학생 20여명이 강당에 마련된 책상에 한 자리씩 앉아 있었다.

학생들 앞에는 각자 노트북과 드론도 준비돼 있었다.

이날은 정보 수업 시간 내 특강으로 '코딩으로 드론을 날리자' 수업이 진행되는 날이다.

이 학교 정보 교과 교사가 교육부의 '디지털 새싹 캠프'를 신청해 상지대 김성호 교수팀과 매칭되면서 코딩 특강 수업이 열리게 됐다.

디지털 새싹 캠프는 학생들의 디지털 소양을 기르기 위해 대학, 기업, 공공기관이 정부 지원을 받아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겨울 방학 때 도입돼 인기를 끌자 교육부는 학기 중으로 디지털 새싹 캠프를 확대했다. 현재 초등 늘봄학교와 연계된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중·고등학교 정보 교과 수업 내 특강 형식으로 디지털 새싹 캠프가 운영 중이다.

평소 보던 교사가 아닌 대학교수가 직접 수업에 나서는 것이 어색해서인지 학생들은 말소리도 없이 고요했다.

얼어붙은 분위기를 먼저 깨보려고 나선 것은 김 교수 측이었다.

김 교수팀 연구원이 노트북으로 5대의 드론을 이륙시키고 배경 음악으로 블랙핑크의 '뚜두뚜두'까지 띄우자 굳어 있던 학생들 표정이 조금씩 풀렸다.

음악에 맞춰 드론 5대가 중앙에 설치된 링을 하나씩 통과하고 이후 링 주변을 시계 방향으로 돌며 아래위로 움직이는 시범 비행을 선보이자 학생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시범 비행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직접 과제도 냈다.

각자 드론을 이륙시킨 후 강당 중앙에 설치된 링을 통과해 제 자리로 돌아오도록 코딩을 설계해보라는 것이었다.

김 교수가 학생들에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묻자 학생들 사이에선 "못 해요"라는 대답이 제일 먼저 나왔지만 김 교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면 된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김 교수의 격려에 힘입어 학생들은 그 뒤 노트북에 블록 코딩(텍스트를 직접 입력하는 대신 블록 모양으로 된 명령어를 순서대로 연결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몇 줄씩 입력하며 과제 해결 방법을 모색했다.

영어로 된 명령어였지만 블록 코딩 형태인 데다 초등학생 때부터 코딩 교육이 대중화된 덕분인지 학생들은 7∼8줄에 달하는 코딩을 금세 완성해나갔다.

과제 시작 5분쯤 지나자 강당에는 1개 드론이 '윙' 소리를 내며 처음으로 이륙했다.

10분 정도 지나자 7∼8개 드론이 이륙하기 시작했다.

일부 드론은 강당 중앙에 있는 링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지만, 링 앞에서 추락하거나 통과하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성공에 다가갈 뻔한 학생들은 드론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다시 머리를 싸매며 고민을 거듭하며 명령어를 수정했다.

결국 과제 시작 15분 만에 첫 학생이 드론을 링에 통과시킨 뒤 제자리로 착륙하는 '임무'를 완수하자 강당엔 탄성이 울려 퍼졌다.

'코딩으로 드론을 날리자' 수업 듣는 학생들 (세종=연합뉴스) 지난 10일 세종 고운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디지털 새싹 캠프'에 참여해 '코딩으로 드론을 날리자' 수업을 듣고 있다. 2023.5.14 [교육부 제공]

수업에 참여한 양준환 군은 "평소 정보 수업은 지루했는데 디지털 새싹 캠프로 기계를 직접 다루다 보니 재밌었다"며 "원래 코딩에 '코' 자도 모르는 아이였는데 이번 수업을 하면서 코딩에 많은 흥미와 관심이 생겼다"고 웃어 보였다.

윤여운 군 역시 "드론을 (예전에) 좀 다뤄보다가 안 했는데 오늘 해봐서 다시 관심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방학 때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디지털 새싹 캠프 운영 기관으로 참여 중인 김 교수는 학생들의 디지털 소양을 함양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겨울방학 때보니 아이들이 신난다는 반응이 많은데, (수업이) 일회성으로 끝나다 보니 아이들이 더 못 배워 아쉬워하더라"라며 "장기적으로 디지털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정규 교과목에 (디지털 새싹 캠프가) 스며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번 학기 총 31개 기관을 디지털 새싹 캠프 운영 기관으로 선정하고, 총 3만8천160명이 SW·AI 교육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더 나아가 교육부는 일회성 교육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 수준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디지털 새싹 캠프를 점차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디지털 새싹 캠프 기획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심화 프로그램도 개설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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