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 “내 나이 오십 다섯···아직 괜찮아, 즐깁시다”
일흔 넘는 나이 무색 두 시간여 25곡 열창
조 “저는 멘트 별로 없어”···관객들 “알아요!”
매 순간이 절정인 공연이었다. 대형 축제의 피날레에서나 터질 법한 화려한 폭죽이 오프닝을 장식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효과가 눈을 사로잡았다. 물론 주인공은 노래다. 조용필은 ‘가왕’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흔들림 없이 2시간 동안 명곡 메들리를 선사했다.
지난 13일 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23 조용필&위대한 탄생 콘서트’가 열렸다. 한국 대중음악의 상징이자 올해로 데뷔 55주년을 맞은 조용필은 이날 공연의 포문을 ‘미지의 세계’로 열었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의 단독 콘서트는 2018년 데뷔 50주년 이후 5년 만이다.
“여러분, 제 인생을 여러분과 함께해왔습니다. 제 나이가 몇 살인지 아시죠? 오십다섯입니다. 아직 괜찮습니다(웃음). 오늘 저하고 같이 노래하고 춤도 추고 마음껏 즐깁시다!”
‘미지의 세계’ ‘그대여’ ‘못찾겠다 꾀꼬리’ 세 곡을 잇달아 부른 조용필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인사를 건넸다. 반짝이는 검은색 슈트에 화려한 무늬의 셔츠,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그는 단 몇 마디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셀 수 없이 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조용필의 콘서트답게 명곡의 향연이 이어졌다. ‘어제 오늘 그리고’ ‘자존심’ ‘바람의 노래’ 등 1980~1990년대 발표한 곡들부터 2010년대 히트곡인 ‘바운스’까지 50여년 가수 역사를 훑는 듯한 선곡이었다. 지난달 발표한 미니 앨범 <로드 투 트웬티 - 프렐류드 투> 수록곡인 ‘필링 오브 유’를 라이브로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해 11월 4년 만에 연 콘서트에서 부르지 않은 ‘비련’ ‘돌아와요 부산항에’도 들을 수 있었다. 조용필은 “작년에 안 했던 곡들이 많다. 콘서트 할 때마다 ‘내가 이 곡 들으러 갔는데 왜 안 해주냐’는 말씀을 하시는데 ‘사정이 좀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준비했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화려한 무대로 유명한 조용필의 공연답게 한 곡 한 곡 노래가 이어질 때마다 색다른 무대효과가 펄쳐졌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를 때에는 거대한 배 한 척이 항구(무대 위)로 들어오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신곡 ‘세렝게티처럼’에서는 야생동물이 뛰노는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조용필이 세렝게티에서 노래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조용필 측이 직접 제작해 전 관객에게 무료 배포한 응원봉은 또 다른 장관을 연출했다.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해 중앙 제어된 응원봉은 시시각각 다른 빛을 내며 객석과 무대를 하나로 만들었다.
관객 3만5000여명은 조용필의 열창에 거대한 함성으로 보답했다.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고추잠자리’ 등 히트곡에 맞춰 떼창이 이어졌다. 여느 K팝 아이돌 콘서트 못지않은 재치 넘치는 손팻말도 눈에 띄었다. ‘갖고 싶다 조용필’ ‘조용필 그는 신이야’ ‘오빠!!!’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응원봉과 함께 흔들었다. 흥이 오른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 내내 방방 뛰며 공연을 즐겼다.
콘서트 시작 몇 시간 전부터 공연장 앞은 기대에 부푼 표정의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매표소 앞에 마련된 조용필의 등신대는 순식간에 ‘포토존’이 돼 인증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생겼다.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지만 20~30대 관객도 적지 않았다. 조용필의 음악이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두 시간가량 이어진 콘서트에서 조용필은 앙코르곡까지 총 25곡을 쉼 없이 내리 선보였다. 일흔을 훌쩍 넘긴 가수의 공연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저는 별로 멘트가 없습니다.”(조용필) “알아요!”(관객들) “여러분 다 아시니까 그냥 즐기세요. 저는 노래할게요(웃음).”
이날 공연은 조용필과 오랜 인연이 있는 올림픽주경기장에서의 8번째 콘서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조용필은 2003년 데뷔 35주년 기념으로 이곳에서 콘서트를 했는데 솔로가수로는 최초였다. 이후 20년간 이곳에서 7번의 공연을 해 전석 매진시킨 국내 유일한 가수라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조용필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전야제를 통해 처음 이 무대에 섰다. 그는 이날도 당시를 떠올리며 올림픽에 앞서 발표한 정규 10집 앨범 수록곡 ‘서울 서울 서울’을 불렀다. 올림픽주경기장이 오는 6월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고 있어 의미를 더했다.
조용필은 오는 27일 대구 스타디움 콘서트를 끝으로 이번 공연 일정을 마무리한다. 올해 안에 정규 앨범 20집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20집을 앞두고 두 개의 미니 앨범을 내며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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