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원전, 정확한 계측으로 규모 6.5 이상 지진 때 즉시 '정지'

손차민 기자 2023. 5.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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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발전소마다 가속도계측기 6대…1초 만에 탐지
주제어실 빨간색 경보등 울리면 '수동 정지'

[울산=뉴시스]유국희 원안위 위원장이 원전 지진관측망 현장점검에 나선 가운데, 지진 경보등을 가리키고 있다.(사진=원안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손차민 기자 = "지진이 발생할 때 지반가속도 0.1g(규모6.0)가 뜨면 저 빨간색 경보등에 불이 들어오고 0.01g 트리거(trigger) 수준이 발생하면 주황색의 등이 켜집니다. 0.2g(규모 6.5)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원자로가 정지하게 되어 있습니다."

최근 원전이 밀집해 있는 동해안에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국민 불안이 큰 가운데, 원전 안전을 확보하고 있는 고리2호기와 신고리2호기 현장을 찾았다.

지난 12일 울산시 신고리2호기 주제어실에서 만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를 가정한 상황을 설명했다. 원전을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뇌'에 해당하는 곳인 주제어실은 평상시 기준 6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분주하게 업무를 하는 근무자들 머리 위에는 1100여개의 조작계가 달려 있었다.

주제어실 조작부 입구 옆 벽에는 빨간색 경보등과 주황색 경보등이 있었다. 빨간색 경보등은 운전기준지진(OBE)인 0.1g 수준이 발생하면 울리고, 그 10분의 1 수준인 0.01g 지진이 발생하면 주황색 경보등이 켜진다. 운전기준지진(OBE)은 원자로 부지에 영향은 미치지만 발전 장비의 기능이 유지되고 안전에는 큰 위험이 없는 지진을 의미한다.

이와 별개로 지진 등 재해 발생 시 방사능 유출 위험을 알리는 백색·청색·적색경보등도 옆에 달려 있었다. 만약 지진 등 재해가 발생했지만 방사능 유출 등이 없으면 백색, 원전 내부에 국한되는 영향이라면 청색, 원전 밖으로 유출될 수 있다면 적색경보가 울린다.

한수원은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지진 감시 설비를 표준화했다. 당초 지진 감시 설비는 가속도계·지진스위치·첨두계측기 등이었지만, 가속도 계측기로 일원화한 것이다. 발전소별로 원자로에 3대, 보조건물 2대, 자유장 1대 등 총 6대를 설치해 지반가속도를 측정 중이다.

이날 찾은 고리2호기는 비상디젤발전기 앞 잔디에 있는 'YE-3276C(찰리)'를 비롯해 원자로 건물에 'YE-3276A(알파)', 보조건물에 'YE-3276D(델타)' 등 6개의 지진계측기를 두고 있었다.

지진계측기로부터 데이터가 들어오면 보조건물 지하 2층에 있는 계측기 센서가 이를 감지한다. 고리2호기는 센서가 4개 설치되어 있는데 이 중 2개가 0.18g(안전정지지진(SSE)은 0.2g이지만 계측 오차를 고려한 값) 신호를 받아 동작할 경우, 제어봉으로 가는 전원을 차단한다. 전원이 끊긴 제어봉이 아래로 떨어져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하는 시스템이다. 이 과정은 4초, 거의 즉시 일어나게 된다.

지반가속도를 기준으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단계적으로 안전 대응책을 갖추고 있다. 우선 지반가속도가 지진경보 설정값인 0.01g 이상이 관측되면 주제어실에서 주황색 경보등이 울린다. 이후 구조물이 손상됐는지 면밀한 평가를 거쳐 원전 운전을 멈출지 여부를 결정한다.

지반가속도가 0.1g 이상으로 운전기준지진(OBE)을 초과했다면 주제어실의 빨간색 경보등이 켜진다. 이 경우 원자로를 수동 정지하고 백색경보를 발령한다. 수동 정지 전 필요한 각종 안전 설비 운전을 점검한 이후 정지가 이루어진다. 실제 2016년 9월 경주 지진이 발생했던 당시엔 지반가속도가 0.1g를 도달하진 않았지만 스펙트럼 안에 있다고 판단해, 월성 원전 4기에 대한 가동을 수동 정지한 바 있다.

지반가속도가 안전정지지진(SSE) 기준인 0.2g을 넘기게 될 경우 전례가 없는 대형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이럴 경우 원자로는 자동으로 멈추게 되고 청색경보가 발령된다.

비상 계획에 원자로 가동이 멈춘 후엔 방사선 비상 계획에 따라 조치가 이루어진다. 화재도 발생했다면 화재방호계획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이후 다시 재가동을 위해선 발전소원자력안전위원회(PNSC)의 안전성 평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가동 승인이 필요하다.

[울산=뉴시스]원안위와 기상청이 지진관측망 공동활용을 추진하기 위해 12일 간담회를 열었다.(사진=원안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지진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정확한 계측이다. 이를 위해 원안위와 기상청은 지난해 지진·기상 및 원자력 안전 분야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원전의 지진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지진관측망을 조밀하게 확충하고, 이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원안위 관측소가 국가 지진관측망으로 활용이 될 경우 원자력 지역은 지진 탐지가 1초 안에 가능해진다.

발전소 안에 지진 계측 정확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원전 밖 주변 지역에도 13개소의 관측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 9개소는 기상청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수원은 원전의 내진성능 자체를 끌어올리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관측을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되고 있는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 이후 지진 안전 강화 대책을 추진 중이다.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곧바로 원전 자동정지시스템이 가동되어 제어봉이 떨어지며 원자로를 정지시켜 원전을 안전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골자다. 안전성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 지진 규모 7.0 이상을 기준으로 내진 성능을 높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r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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