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엔데믹 선언…기대와 우려 교차[코로나 종식⑤]

이연희 기자 2023. 5.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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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유행 없을 것" 낙관 VS "각자도생" 우려
"백신·치료제 활용 고위험군 보호책 필요"
상병수당 등 '아프면 쉴 권리' 보장도 강조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선언한 다음 날인 지난 12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마스크를 쓰거나 쓰지 않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3.05.14. bluesoda@newsis.com

[서울·세종=뉴시스]이연희 구무서 권지원 기자 = 오는 6월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3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해 겪었던 일상의 불편함이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매일 1만명 넘는 확진자가 꾸준히 나오는 만큼 앞으로 사실상 '각자도생'이 될 공산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에 걸리는 중증·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책,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는 것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14일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제 코로나19를 일반의료체계로 관리할 때가 됐다는 의견과 유행 확산세를 고려하면 일상회복 수위가 너무 빠르다는 의견으로 나뉘는 양상을 보였다.

천은미 목동이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미) 대부분 코로나19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고 중증도도 낮아졌다"며 "일반인들은 대부분 한 번씩 감염된 이력이 있어 (자연면역 형성으로) 일상생활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독감처럼 관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새로운 변이와 면역력 감소 현상으로 인해 1년에 두 번 정도 (코로나19) 유행이 왔다 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예전처럼 급격히 올라갔다가 내려가지 않고 1만명대에서 3만~4만명대로 증감하는 현상이 계속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만명 넘게 나오는 상황"이라며 "지난 3년 동안에도 일상회복을 예고했다가 대유행이 닥쳐 무산됐던 경우가 있지 않았느냐"고 우려했다.

그는 "과거처럼 거리두기를 하거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예상되는) 위험 요소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도 "최근에는 코로나19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지금의 확진자 수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백신과 감염으로 형성된 '하이브리드 면역'도 5~6월까지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오미크론 계열이 아닌 신종 변이가 나온다면 효과적인 백신도 개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경각심이 흐트러지면 가을 재유행 규모는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월부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마스크 의무가 해제됐지만 당뇨, 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는 고령층이 의료기관에서 감염될 우려도 있는 것"이라며 "결국은 스스로를 돌보며 '각자도생'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한 지난 11일 광주 북구보건소 의료진이 선별진료소에 설치됐던 간이 울타리를 걷어내고 있다. 북구는 당분간 선별진료소는 유지·운영하지만 이용 시민 감소 전망에 따라 검사 동선 등을 재정비했다. (사진=광주 북구 제공) 2023.05.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이미 코로나19 일상회복을 결정한 만큼 코로나19에 걸리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고령층과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은 오는 10~11월 연 1회 접종하는 전략으로 바꿨으며, 고위험군인 면역저하자와 65세 이상 고령층 중 의사 권고를 받은 사람은 오는 15일부터 2가 백신을 추가 접종하도록 권고한 상태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결국엔 고위험군을 어떻게 보호하고 중환자·사망자를 줄일 것인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핵심"이라며 "만약 올 가을 중환자가 많이 생길 경우 일반의료체계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백신접종 등 고위험군 보호전략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가짜뉴스' 등에 단호히 대응하는 등 방역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초기에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결국 폐렴이나 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독감에 걸리면 치료제 '타미플루'를 100% 가까이 처방하는 것처럼 코로나19도 치료제를 적극 처방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꼭 코로나19에 걸린 것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몸이 아프면 쉴 수 있도록 '아프면 쉴 권리'를 더 적극 보장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환자가 아픈데도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느라 병이 악화되거나 감염병이 추가 전파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천은미 교수는 "아플때 집에서 좀 쉴 수 있는 걸 지켜줄 수 있게 정부가 제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교수 역시 "상병수당 도입에 속도를 내는 등 꼭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아픈 환자들이 생계 걱정 없이 쉴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질병관리청은 '아프면 쉴 권리'에 대해 "각 부처가 아프면 쉴 수 있는 문화 형성과 제도화 노력에 힘쓰고 있다"며 "아프면 쉬는 동안 소득공백 지원, 유연근무제(재택근무 등), 병가 및 연차 휴가를 활용하도록 안내·홍보하는 등 부처별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nowest@newsis.com, lea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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