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4분30초만에 닫히는 원전 방벽…10m 해일도 막는다
지난 12일 오후 3시쯤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이하 고리원전) 신고리3호기 주제어실. 5조3교대로 24시간 빈틈없이 돌아가는 이곳을 기술자 6~7명이 지키고 있었다. 주제어실 한 가운데에는 백색, 청색, 적색의 방사능 경고등과 함께 지진 경보를 나타내는 계기판이 자리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진 해일의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도 지진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내 원전은 지진 환경이 유사한 외국보다 강한 내진 구조를 구축했는데, 이에 더해 강진 발생시 방사능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감시 태세를 풀지 않고 있다.
고리원전은 해발고도 약 5m에 설치돼있기 때문에 방벽 높이를 포함하면 10m 높이의 지진해일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동해안에 닥치는 최악의 지진해일 시나리오는 일본 열도 서쪽 해안에 위치한 대규모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다. 이 경우 3~4m의 지진해일이 당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고리원전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10m 방어벽을 세웠다.
원전 내부에도 지진에 대비하는 장치는 곳곳에서 눈에 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독자적인 지진 가속도 계측기다. 고리원전은 전국 지진 관측망 외 별도로 지진 감지 장비를 운용한다.
지반 가속도를 기준으로 0.01g(중력 가속도 단위)가 감지되면 중앙제어실에 경보가 발령된다. 리히터 규모 4에 해당한다. 이 경우 구조물의 손상을 평가해 가동 정지 여부를 판단한다.
리히터 규모 5.6 수준의 지반 가속도 0.1g 이상 감지되면 백색비상이 발령됨과 동시에 원자로는 수동 정지에 들어간다. 이상 감지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원자로에 차단봉을 즉각 삽입해 가동을 멈춘다. 원자로가 자동정지 되는 기준은 0.2g로 리히터 규모 6.5에 준한다.
국내 원전은 0.2g에서 0.3g(리히터 규모 7.0)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한반도와 지진 환경이 유사한 미국 중동부 또는 유럽과 동일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2016년 경주에서 규모 5.8, 이듬해 포항에서는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또 지난해 10월 29일 충북 괴산에서는 규모 4.1 수준의 비교적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중부 지역에 대규모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단층이 존재한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상청은 먼저 원안위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 국가 지진관측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총 390개 관측소가 평균 약 16㎞ 격자 간격으로 설치돼있는데 이를 2027년까지 총 851개까지 늘려 조밀도를 7㎞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진 탐지 시간도 현재 3.4초에서 1.4초로 2초가량 줄어든다. 현재 기상청은 지진 최초 관측 후 5~10초 이내 지진경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경보 시간 역시 2초가량 앞당겨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지진동의 전달 속도보다 먼저 대피하는 '근거리 대피' 가능 지역도 넓어진다. 현재는 지진 발생 위치로부터 40㎞ 떨어진 지역부터 가능하지만 관측망이 확대되면 36㎞까지 줄어든다. 연구에 따르면 근거리 대피가 가능한 경우 인명피해를 80% 가까이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기상청과 원안위는 지진뿐 아니라 기상·기후 변화에 따른 위험기상 대응 협력도 꾸준히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울주(울산)=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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