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공통점 마음아파" 미얀마인들도 오월영령 추모 발길

이승현 기자 2023. 5. 1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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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서울·인천 등 전국 각지서 추모 이어져
전날에만 4만8856명 방문…추모 열기 계속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을 나흘 앞둔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참배객들이 오월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2023.5.14/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광주와 미얀마는 국가폭력이라는 공통점이 있죠…많은 분들이 희생돼 마음 아픕니다."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을 나흘 앞둔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이른 시간과 내리쬐는 뜨거운 햇빛에도 오월영령에 참배하려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은 헌화·분향한 뒤 묘역을 찾아 오른 주먹을 꽉 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가 하면 직접 만들어 온 5·18 관련 역사 요약본을 참배객들과 공유하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오월영령을 추모했다.

해설사에게 당시 설명을 들으며 수첩에 기록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미얀마 출신 참배객이다.

미얀마는 지난 2021년 2월1일, 미얀마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구금되고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2년이 지난 현재도 자국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과 체포, 구금 등이 진행, 국가폭력 5·18민주화운동의 판박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미얀마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전남대학교 국어교육학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마웅씨(28·여)는 "광주의 5·18과 미얀마는 국가폭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했다. 많은 분들이 희생돼 마음이 아프다"며 "고향민들 또한 당시 광주시민처럼 학교도 직장도 가지 못 한 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군인들은 길거리에 돌아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애꿎은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빨리 사태가 해결돼 미얀마에도 한국처럼 민주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다"며 "미얀마 국민들이 시위를 하는 것은 도와달라는 구조의 신호다.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우리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미얀마 쿠데타 전 5·18묘역을 참배한 뒤 4년 만에 방문했다는 샤인씨(30)는 "쿠데타를 겪기 전인 2019년 찾았을 때와 쿠데타를 경험한 지금과는 참배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며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오월영령들을 뵈니 고향에 있는 지인들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친구들도 미얀마에서 민주화를 위해 시민군으로 활동해 부상을 입고 사망하기도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고향 사카임 지역은 내전이 가장 심한 곳이다. 가족들은 매일 총소리를 듣고 있다. 총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는 날엔 멀리 도망을 갔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는 생활을 하고 있다"며 "고통스러운 시간에서 벗어나 희망을 찾고 싶다. 미얀마를 응원해달라"고 했다.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을 나흘 앞둔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미얀마 출신 참배객들이 오월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2023.5.14/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타지에서도 오월영령을 추모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강원도 원주에서 온 최상일씨(67)는 전남대학교에서 같이 동아리 활동을 했던 선배 박효선 열사의 묘를 찾았다.

최씨는 "형님은 들불야학에서 공부하며 5·18당시 선전부장을 했다"며 "오랫동안 못 찾아뵌 것 같아 죄송한 마음에 멀리 강원도서 오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형님은 항상 먼저 떠난 동지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다"며 "이제는 다 잊고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고 추모했다.

수도권에서 온 참배객들은 추모와 함께 교육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홀로 묘역을 찾은 임지혜씨(25·여)는 "43주년이 다가오지만 진상규명과 사과는 아직도 더디다"며 "국가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들 또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처럼 꾸준히 5·18을 찾고 기억하기 위한 추모 행렬이 이어진다면 결국 진상규명 등은 빛을 보게 될 것이다"고 했다.

인천 시민 박새봄씨(28·여)는 "오월영령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에 민주화는 없다. 그러나 올해 교과과정에서 5·18삭제 논란이 일었다"며 "가까운 역사를 왜곡 말고 잘 지켜내 후대에게 알리고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최현지씨(23·여·경인교대)는 "5·18 주범인 전두환씨의 손자가 사과하는 등 예년과 달리 조금씩 변화가 보이고 있다"며 "광주시민 뿐 아니라 타지 시민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단언했다.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을 나흘 앞둔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참배객들이 오월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2023.5.14/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한편 전날 국립5·18민주묘역을 찾은 참배객은 4만8856명이다. 이는 올해 5월 들어 가장 많은 참배객 수로 집계됐다.

이날도 종교단체와 시민연대, 노동조합 등의 참배가 예정돼 추모 열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5·18기념식 전날인 17일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광주에 방문할 예정이며 같은 날 문재인 전 대통령 측도 참배할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기념식 당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출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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