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도 발의됐던 ‘김남국 방지법’…여야, 뒤늦게 처리 합의

2018년 1월 발의…20대 국회 임기만료 폐기
‘이해충돌 등록 대상 포함’ 국회법 개정도 논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25일 본회의 오를듯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정치권이 코인 등 가상자산을 국회의원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한 논의에 돌입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 십억원대 투기성 코인 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국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 같은 내용의 ‘김남국 방지법’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미 2018년부터 동일한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등 해외 주요국이 비슷한 시기 고위공직자들의 가상자산 내역을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과 달리 우리 정치권은 사건이 터지자 뒤늦게 논의에 나선 모습이다.

“재산축소 신고, 불법 증여·상속 악용 가능”…20대 국회서도 발의

김남국 방지법의 한 축은 현재 부동산과 1000만원 이상의 현금, 채권 등만 신고하도록 한 국회의원 재산등록 대상에 가상자산을 포함시키자는 주장으로 ‘공직자윤리법’ 개정 사항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국회의원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였던 2018년 1~2월 기동민·노웅래·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바 있다. 가장 먼저 법안을 발의한 정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최근 비트코인·리플·이더리움 등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그런데 현행법상 암호화폐의 정의와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공직자윤리법의 등록대상 재산의 범위에 암호화폐에 관한 내용이 없어 법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당시 법안들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에 상정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고,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결국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2021년 3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가장 먼저 관련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유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가상자산이 등록대상 재산에서 제외됐을 경우 재산등록의무자가 재산을 축소하여 신고하거나 부당하게 재산을 증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예금 계좌와 달리 가상화폐 전자지갑(계좌)은 국회의원 재산등록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보유 재산 중 일부를 12월31일 이전 전자지갑에 이체한 뒤, 재산 신고 이후 다시 현금화 하면 재산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재산등록이 매년 12월31일 보유한 재산을 기준으로 집계되는 점을 악용한 방법이다. 이 관계자는 “같은 이유로 같은 불법 증여·상속에도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1년에는 민주당의 신영대·이용우 의원도 동일한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남국 의원 사태가 불거진 이후인 이달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한규·이해식 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음. 특히 권 의원은 5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2018년부터 가상자산을 매수했을 경우, 매수일 기준 45일 이내에 매수 내용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가상자산의 액수뿐 아니라 보유한 가상자산의 종류와 보유거래소 등도 공개 대상이다. EU는 2020년부터 회원국 내 주요 공직자들의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가상자산도 ‘이해충돌 대상 포함’ 논의도

국회에서는 주식, 부동산뿐 아니라 가상자산도 국회의원 이해충돌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도 논의되고 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의원이 가상자산을 보유했을 때 관련 내용을 국회에 사적 이해관계 사항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의원이 당선된 이후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항을 등록할 때 본인과 가족 소유의 가상자산 보유 내역도 등록하도록 했다. 등록하지 않거나 허위 등록 시에는 징계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원 당선이 결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재선거·보궐선거는 10일 이내)에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항을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그 대상은 의원 본인과 가족이 임원·대표·사외이사 등으로 재직 중이거나 당선 3년 이내 재직·대리했던 법인·단체, 주식, 부동산 등이다.

여야, 김남국 방지법 처리 공감…25일 본회의 오를듯

김진표 국회의장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관련법 개정 의지를 밝힌 상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직자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시키고,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김남국 방지법’이 시급히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속한 민주당의 박광온 원내대표도 같은 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거래와 보유 문제로 공직자 재산등록 제도와 이해충돌 방지 제도의 보완 필요성이 분명해졌다”며 “관련 공직자 윤리법을 비롯해 관련 법을 신속히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을 재산 등록과 신고 대상으로 하고 이해충돌 내역에 포함시켜 법 미비점,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겠다”면서 “이미 신영대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이 있는 만큼 최우선적으로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속도를 내기로 합의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직자윤리법 개정과 관련해 “행정안전위원회에 양당 간사를 통해서 이미 법안은 제출돼 있으니까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행안위는 오는 22일 소위원회, 24일 전체회의를 연달아 열어 앞서 발의된 개정안들을 심사할 예정이다. 여야 합의안이 마련되면 오는 25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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