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거부권 움직임에 간호계 준법투쟁…PA업무 손놓는다
간호계 "1만여명 PA 간호사 합법적인 업무만 해야" 경고
(서울=뉴스1) 음상준 보건의료전문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전국 대형병원과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준법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2020년 전공의 파업에 준하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간호계에서는 간호사들이 법적 처벌까지 감수하면서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 일명 'PA(진료지원간호사·Physician Assistant)' 업무를 해왔지만, 간호법 제정이 거부될 경우 더는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지난 2020년 의사단체 파업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외에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응급환자 처치와 수술 등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전공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PA 간호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PA 간호사는 국내 의료시스템의 어두운 그늘을 상징한다. 의사들이 해야 할 업무를 간호사들이 비공식적으로 해오기 때문이다. 이는 낮은 수가(의료서비스 대가)와 전공의 등 부족한 의사 수 때문이다.
전공의들이 24시간 근무를 설 수 없기 때문에, 사각지대에서는 경력이 풍부한 간호사들이 일부 업무를 대체했다. 의사 채용과 비용 부담이 큰 대형 의료기관도 이런 행태가 불법인 줄 알지만, 묵인해왔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PA 제도를 암묵적으로 묵인하는 모습을 보인 게 사실이다. 최근에야 PA 간호사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추정하는 PA 간호는 약 1만명이다.
간호계 한 관계자는 "3교대 근무는 기본이고 의료기관은 간호사들에게 업무 범위를 넘어선 PA 업무를 줄기차게 요구한 게 사실"이라며 "정부와 여당, 의사단체 논리대로라면 간호사도 간호사 업무 범위에 한해서만 일해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 공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간호사들에게 PA 업무라는 희생을 강요하고, 실제 형사 처벌 위기에 놓이면 제대로 구제받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간호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철저하게 법을 지키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PA 간호사 업무는 대리처방과 수술 및 검사 시술 보조, 검체 의뢰 등 대학병원 주요 업무를 포괄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10일에는 PA 간호사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PA 간호사 등 다른 직역이 대처 처방 등의 업무를 암묵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동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들은 면허 범위 내 업무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계 최대 숙원사업이다. 의료법에서 간호사 조항을 따로 떼어내 법제화했다. 간호사 업무범위뿐만 아니라 처우와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간호법 제1조는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 명시돼 있다.
간호조무사 학력 요건은 '특성화고 간호 관련 졸업자'와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과정 이수자'로 규정한 의료법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만을 앞두고 있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포함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오는 17일 간호법을 반대하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의료연대는 지난 3일과 11일 부분파업, 일명 연가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 국민의힘과 복지부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할 예정이다. 간호법 제정안은 16일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간호법 제정안의 윤 대통령 거부권은 오는 19일까지 행사할 수 있다.
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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