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中 여객선 운항 재개 앞둔 인천항, 긴장 속 방역 총력
인천항 검역관 20명 입항 선박 감염병 해외유입 차단 총력
“감염병 늘면서 업무 늘어…中 여객선 재개 땐 인력 부족 걱정”
“최근 유행하는 감염병이 늘면서 선원들을 검역할 때 확인해야 하는 증상이 많이 늘었습니다. 배안의 오수나 위생 상태도 꼼꼼히 보고 있습니다.”
이달 9일 인천항 국제여객부두에서 만난 조해영 임천검역소 검역관은 “항만 검역은 직접 승선해 선원들과 배안의 전 지역을 검역하다보니 처리할 업무가 많다”며 “지금은 아직 관광객이 안 들어와서 덜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인천검역소는 인천항에 들어오는 모든 입·출항 선박, 승객과 선원, 화물에 대한 검역을 맡고 있다. 1943년 12월 검역 업무를 시작해 2020년 9월 질병청 수도권질병대응센터 소속으로 편입됐다. 인천국제공항검역소와 마찬가지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엠폭스(옛 원숭이두창) 같은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막고 있다.
경인항과 영종도, 영흥도로 이어지는 인천항 검역구역은 제1독 앞 갑문기점 10㎞ 반경의 수역과 3.7㎞ 반경 이내 해안선에서 200m 떨어진 지역에 이르는 넓은 규모다. 입항 선박 70% 이상이 중국발 여객·화물선인 인천항은 한중 교역의 거점으로 꼽힌다. 2019년까지 연간 3만여척의 선박이 오가고 200만명이 넘는 여객으로 북적였던 곳이지만, 2020년 1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3년째 여객이 아닌 화물만 취급하고 있다. 여객은 줄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곳 검역관들도 바빠졌다.
감염병 별로 잠복기가 다르다보니 선박이 감시 대상이 되는 기간도 선박마다 다르다. 코로나19의 경우 출발 후 14일 이내인 경우, 엠폭스는 21일 이내로 감시 대상으로 지정된다. 검역관들은 여기에 맞춰 승선 검역을 진행한다.
인천검역소 검역관들은 2020년 1월부터 지난달 4월 20일까지 약 3년3개월간 총 2만2759척에 대한 검역을 실시했다. 선박 검역 또한 공항 검역과 마찬가지로 선원들의 자진신고가 가장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발열 체크나 육안으로 발진을 확인하지만 확진 여부를 가려내기엔 역부족이다.
인천검역소에서는 총 20명의 검역관이 주·야간 4조 2교대로 90㎞ 거리의 인천항 부두를 오가며 검역 업무를 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인천항 국제여객부두에 중국 화객선 ‘하모니윤광호’가 예정보다 30분 일찍 접안한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대기 중이던 김현미 검역관과 조혜영 검역관이 급히 검역 현장에 나갈 채비에 나섰다. 인천검역소 검역관은 이렇게 2인 1조로 검역 현장에 나간다. 조 검역관은 “보통 조별로 하루에 5~10척 정도 승선검역을 하는데, 야간은 비교적 적어서 이번 일정 이후엔 내일 새벽 2시반 승선 검역 일정이 하나 있고, 아침 9시 퇴근한다”고 말했다. 조 검역관은 입항한 선원들의 상태를 체크할 체온계, 마스크, 위생장갑, 가검물 채취 키트와 함께 검염 관련한 보건상태신고서, 검역질문서 등을 모두 가방에 챙겨 차에 올랐다. 이날 야근조인 두 검역관에겐 이날 첫 검역 일정이다.
두 사람은 검역소에서 5㎞ 떨어진 인천항 신국제여객부두로 향했다. 입구에서 보안 절차를 거쳐 부두 안으로 진입했다. 운전대를 잡은 조 검역관은 부두 곳곳에 가득한 적재 화물들을 피해 하모니윤광호가 접안해 있는 선석(선박 하역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축된 구조물) 앞에 차를 세웠다. 10m 높이의 이 흰 색 화객선은 중국 쓰촨성에서 화물 컨테이너 30여개와 선원 39명을 싣고 인천항에 입항했다. 이날부터 3~5일 정도 머무르며 하역 작업을 진행한다.
선박의 입출항을 돕는 도선사와 한국인 선원이 선박 입구에서 두 검역관을 맞았다. 오후 5시반 선원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갑판실 7층으로 이동했다. 김 검역관은 “지금 선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라며 “화객선에는 한국에서 물건을 파는 보따리상이 대부분인데, 한국인 선원들도 더러 있어 이렇게 선내 안내와 통역을 해준다”고 말했다.
7층에 도착해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니 큰 강당에 선원 39명이 한 줄로 서있었다. 이들은 두 검역관이 검역을 마치고 하선할 때까지 하역 작업을 시작할 수 없다. 검역관들은 가방에서 검역 물품을 꺼내 재빨리 검역을 진행했다. 김 검역관은 선원들 한 사람씩 직접 고막 체온을 측정했다.
옆에 있던 한국인 선원이 선원 명단에 체온을 받아적는 보조 역할을 했다. 조 검역관은 옆 테이블에서 선원 39명이 각자 발열, 인후통, 발진 등 자신의 증상을 표시해 제출한 개인 건강상태 질문서를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선박보건상태신고서, 검역조사서 등 서류를 작성했다.
조 검역관은 “유행 감염병이 늘면서 체크해야 하는 증상도 늘었지만, 아무래도 한 달 정도를 배 안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유증상자가 생기면 사람들이 다 신고를 해준다”며 “유증상자는 우선 선내 격리시킨 후에 국가격리병상으로 이송시킨다”고 했다.
약 10분간의 선원 검역을 끝낸 검역관들은 음식물과 오수의 위생 상태 검역을 위해 이동했다. 여객실과 마작실, 공용화장실 등이 위치한 복도를 지나 9층 식당으로 도착하자 저녁 준비에 한창이었다. 조 검역관은 냉장고나 창고에 보관된 식품의 유통기한, 위생상태와 해충이나 쥐나 바퀴벌레가 나오는지 있는지 곳곳을 확인했다. 김 검역관은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 물질 등 수인성 감염병 검역을 위해 개수대나 하수구 오수를 검사 키트로 채취했다. 이 키트는 질병청 수도권대응센터 진단분석과로 보내져 1일 후 결과가 나온다.
조 검역관은 “상한 음식이나 해충이 발견되면 곧바로 전원 하선 명령과 소독 명령을 내리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며 “화객선은 그만큼 하역 작업이 미뤄지니까 꽤 관리가 철저한 편”이라고 말했다.
약 30분간 검역을 마치고 배에서 내린 김 검역관은 “오늘은 날씨도 좋고 선원들이 검역에 아주 협조적이어서 난이도 최하였다”며 “선내 적재물들에 넘어지고 멍드는 게 일상인데 안전하게 잘 끝냈다”고 했다.
실제로 입국 승객들이 정해진 검역대를 줄지어 통과하는 공항보다 항만에서의 사고 위험은 큰 편이다. 부두에 수많은 화물 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잦은 편이다. 여기에 선박 문제로 접안이 어려운 경우엔 사다리 줄을 타고 직접 화물선을 오르는 외항 검역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때 사다리 줄이 끊어지거나 발이 미끄러지면 바다로 추락할 수도 있다. 심지어 불법 조업으로 해경에 나포된 중국 어선에 대한 승선 검역도 하고 있다.
김 검역관은 “바다에 떠있는 화물선에 직접 배를 타고 가서 25m가 넘는 높이의 배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외항 검역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나마 날씨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비라도 올 때면 정말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여객선 운항이 재개되면 500~1000명 규모의 여객선이 일주일에 30척씩 한꺼번에 입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상문 국립인천검역소장은 “그나마 지금은 여객이 안 들어와서 기존 인원들이 어느 정도 감수하고 있지만, 앞으로 한·중 카페리 노선이 재개되면 여객이 일주일에 최대 3만명씩 들어올 예정”이라며 “검역관 20명이 4인1조로 선박부터 부두, 여객터미널까지 실시간으로 뛰어다니며 선박과 관광객 모두를 검역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한·중 노선 중 가장 많은 10개 도시에서 인천항을 오가는 한·중 카페리 노선의 운항을 3년 만에 정상화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양국 간 구체적인 재개 논의를 거쳐 이르면 내달부터 운항이 재개될 예정이다.
박종하 질병청 검역정책과장은 “항만 검역 인력이 부족한 건 잘 알고 있지만, 충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최근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로 검역도 완화되고 있고, 공항에만 도입했던 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Q코드)을 올 7월까지 항만에도 도입해 검역 절차 단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처음 도입된 Q코드는 입국 전에 여권, 항공권, 출발 48시간 안에 검사한 유전자증폭(PCR) 음성확인서, 감염병 감염 이력이나 건강상태 정보를 QR코드로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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