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보니] 학폭으로 자식 잃고 12년···"학교 폭력, 예전보다 더 악랄해져"

윤영균 2023. 5. 14. 11: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2년 전 물고문, 구타, 금품 갈취 등 학교 폭력으로 스스로 목숨 끊은 고 권승민 군의 어머니 임지영 씨 "지금 학폭은 더 악랄해지고 더 심해지고 더 흉포해져···정부의 학폭 대책은 피해자는 더 힘들어지고 변호사에게만 좋은 대책"

드라마 '더 글로리'의 흥행에 더불어 정순신 변호사 자녀의 학교 폭력 논란까지 화제가 되면서 교육부가 4월 12일 학교 폭력 대응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학교 폭력 조치사항을 대입에도 반영하도록 손보고 학교 폭력 관련 조치사항을 졸업 후 최대 4년까지 보존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피해 학생 동의가 있어야 학교폭력 기록을 삭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교사들은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교육부 대책에 새로운 게 없다며 학생들의 정서적 요인을 간과하는 우리 사회문화적 경향을 짚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2011년 물고문, 구타, 금품 갈취 등 같은 반 학우들의 상습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권승민 군(당시 대구 덕원중 2학년)의 어머니 임지영 교사와 이를 최초 보도한 대구MBC 김은혜 기자를 만나 12년이 지난 2023년 대한민국은 학교폭력과 관련해 교육 현장은 얼마나 변했는지 알아봤습니다.

임지영 (학교 폭력으로 목숨 끊은 권승민 군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2011년 12월에 학교 폭력으로 자살한 권승민 군의 엄마 임지영입니다

Q. 승민이에 대한 기억은?
우리 아들은 귀여운 아기 곰 같은 아이였어요.

약간 포동포동하고 그러면서 이렇게 방실방실 웃고 재밌는 얘기도 많이 해주고 아들인데 약간 딸 같은 귀엽고 그런 곰살맞은 아이였거든요? 조금 제가 힘들어한다거나 막 이러면 와서 막 앞에서 노래도 불러주고 그다음에 춤도 추고, 그다음에 또 어깨도 주물러주고 우리 집에서 늘 분위기를 이끌어 주는 분위기 메이커를 역할을 하는 그런 아이였어요.

Q. 승민이 떠난 날은?
그날은 학력 평가 날이었거든요? 승민이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고 나는 출근 준비를 해서 "엄마 갔다 올게" "안녕히 다녀오세요" 그게 마지막 인사였어요. 그리고 저는 출근해서 시험 준비한다고 학교에 있는데 담임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학교에 안 왔다고, 그래서 걱정이 되니까 집으로 오는 중이었어요.

그래서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았어요. 사고가 났다고, 그러니까 집 앞으로 오라고 그러더라고요. 집 앞으로 오니까 경찰관도 계시고 우리 경비 아저씨 계시고 이렇게 하얀 천이 이렇게 덮여 있고 신원을 확인해달라고 그래서 탁 젖혔는데 우리 승민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아니라고, 그리고 애를 이렇게 안았는데 따뜻해요. 그래서 이거 보라고, 따뜻하다고, 아니라고, 아니라고 막 계속 얘기를 했더니 경찰분이 얘기하시더라고요? 의사 선생님이신데 확인하셨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뛰어내린 것 같다라고 얘기하면서 창문을 이렇게 보는데 창문이 이만큼 열려 있더라고요.

Q. 가해 학생 사과는?
사건 있고 바로 가해자 부모님들이 오셨어요. 그런데 가해자는 안 왔어요. 애는 숨겨놓고 부모님들만 오셨어요. 와서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뭐 선처를 해달라 계속 그 얘기였어요.

결국은 정말 잘못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러 온 게 아니라 자기 아이 처벌 좀 적게 해달라고 온 거였어요.

담임선생님도 그때 손을 그렇게 내가 손잡았을 때 손을 빼시고는 안 오셨어요. 장례 끝날 때까지 이사를 안 한 거는 찾아와서, 저는 형량이 다 끝나고 나면 찾아와서 사과할 줄 알았어요. 평범한 학생이었으면 그러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부모님들도 그렇게 잘못했다고 얘기했으면 그 정도는 시키지 않았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안 오더라고요. 그래, 지금은 그래요. 알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사과하러 오지 않을 거라는 것도 거의 믿어요.

Q. 현재 학폭 실태는?
'더 글로리'에 대해서는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결국은 학폭이라는 것을 개인의 복수로 해결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안 되거든요. 승민이 사건이 있고 또 학폭 법도 만들고 그러면서 굉장히 많이 좋아질 거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결국은 그대로인 거죠. 그러니까 이런 것에 사람들은 열광하는 거고, 그 과거의 일들에 대해서 분노하는 거고, 거기에 대한 미투도 계속하는 거고, 그래서 그런 걸 보면서 이 사람들의 그 상처를 누가 해결해야 할 것이냐? 결국 우리 사회의 미래가 그 사람들일 텐데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는 이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

그리고 또 저런 모습을 보면서 또 따라 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그런 걱정도 되게 많이 했거든요.

Q. 학폭 대책안 실효성은?
정순신 그 사건을 보면서 결국은 학폭 법이라는 건 그 법을 악용하는 사람한테는 못 당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법을 아무리 잘 만들어 놔도 소용이 없고 법을 아무리 강하게 해도 결국은 그런 식으로 나갈 거다. 그래서 씁쓸하죠. 지금은 저도 솔직히 씁쓸해요.

학폭은 변한 게 없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학폭은 일어날 수밖에 없고요. 왜냐하면 많은 학생이 같이 있는데 어떻게 다툼이 없겠어요? 그거는 뭐 당연히 일어나는 일인데 그 해결에 대한 문제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그리고 오히려 지금이 학폭이 더 악랄해지고 더 심해지고 더 흉포해졌다는 거.

그런데 대책은 사실 효과가 없거든요? 아마 일선 선생님들은 다들 그렇게 느끼실 거예요. 그래봤자 소용없다. 아무 짝에 소용없는 제도 아닌가? 그렇게 학생부 기록을 좀 더 연장하고 그러면 누가 제일 이득일 것 같아요? 저는 변호사들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그러면 학폭이 생기면 무조건 피해자, 가해자 전부 다 변호사 대동할 거고 변호사가 자기네들은 수임료 받으니까 막 할 테고, 결국은 법정 싸움이 될 거고, 학생들도 괴롭고 피해자, 가해자 서로 괴롭고. 지금은 그렇게 됐어요.

김은혜 대구MBC 기자 (해당 사건 최초 보도)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 MBC 보도국 소속 15년 차 취재기자 김은혜라고 합니다. 지금은 대구시청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이전에는 주로 사건 사고를 담당하는 사회팀에서 취재를 꽤 오래 했습니다.

Q. 승민 군 학폭 첫 보도는?
2011년 12월 겨울밤이었던 것 같은데요. 회사로 전화가 왔습니다. 학생 한 명이 죽었고 유서가 있는데 내용이 너무 심각해서 보도됐으면 좋겠다, 이런 내용의 제보 전화가 왔었고 유족분들 만나서 그때 권승민 군의 유서를 직접 제가 현장에서 읽게 됐습니다. 이거는 보도를 바로 즉시 해야겠다고 판단했었고 바로 서울에서 보도가 됐었습니다. 이 사건 자체가 유서가 없었다면 솔직히 그만큼 파장이 없었을 사건이었는데 정말 많은 것을 써 내려갔구나, 많은 것을 기록해 놨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Q. 통계로 본 학폭 실태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라고 사람들이 부르는데 그 이후로 학교 폭력 대책이 발표됐었습니다. 전에 없었던 조치들이 많이 생겼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발표를 보면서 저는 달라지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요. 요즘에 (학폭) 뉴스 같은 게 많이 보이니까 아직 여전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통계를 좀 보면 피해 응답률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는데요. 2012년에, 조사 첫해인데 그때는 12.3%로 나타났지만, 그 이후에 2.2%, 1.4% 그리고 1% 아래로 떨어졌다가 2018년 이후에 다시 1%대로 올랐습니다.

코로나 때 학생들이 등교를 잘 안 했기 때문에 또 피해 응답률 수치가 낮아졌다가 대면 등교가 시작되면서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에는 1.7%로 응답률이 나왔는데요. 이게 1.7%면 도대체 몇 명인가 싶으실 텐데요. 우리 학생들 2022년 기준으로 전국의 321만 명 중에서 5만여 명 가량이 학교 폭력의 피해가 있다, 이렇게 응답을 한 겁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직접 신고해서 학폭위에 회부돼서 심의한 심의 건수 통계를 보면요, 2012년에 2만 4천여 건에서 2013년에는 1만 7천여 건으로 조금 줄었다가 2017년부터는 다시 3만 건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가 되다가, 역시 코로나 때 학생들이 등교를 안 한 탓이 큰 것 같은데요, 그때 다시 줄었다가 대면 등교가 시작되면서부터 다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통계들을 보면 완벽하게 가늠해 볼 수는 없지만 완만한 우상향, 그러니까 코로나 이후 시점만 봐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임지영 (학교 폭력으로 목숨 끊은 권승민 군 어머니)

Q. 학교 폭력 대책은?
학교 폭력을 보는 시각 자체가 기존의 시각은 틀렸습니다. 학교 폭력을 보는 시각에 가장 중심에 있어야 하는 건 피해자거든요? 그래서 피해자가 온전히 회복해서 학교를 잘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거기에 초점을 둬야 하고 그걸 해결할 방법을 계속 모색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거는 두고 그냥 가해자 처벌이나 이런 주변의 것들에만 신경을 쓰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정말 중심에 있어야 하는 피해자는 여기서도 외면당하고 저기서도 외면당해요. 피해자가 회복되면 돼요. 가해자 처벌 세게 하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온전히 회복되면 그게 학교 폭력의 해결책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Q. 사고 이후 처음 찾은 학교는?
그때 이후로 처음이죠. 한 번도 안 와봤어요. 사건이 있고 그냥 우리 애는 이 학교에 다닐 때, 1학년 때 굉장히 즐거워하면서 다녔거든요? 나쁜 거에 대한 거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1학년 때 정말 행복해하면서 다닌 그것만 기억하고 싶어요.

Q. 승민이에게 하고 싶은 말?
그때 몰랐던 거에 대해서는 내가 정말 사과를 하는 게 맞을 거고, 미안하다고 얘기할 거고, 하지만 그래도 이 엄마는 그 미안함과 그다음에 도와주신 분들에 대해 감사함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학교 폭력이 조금이라도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거는 좀 알아주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Copyright © 대구M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