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중인데 한 총리가 스웨덴서 언급한 ‘CF100’? [주말엔]
지난 8일(현지시각), 유럽 순방 중이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울크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를 만났습니다.
한 총리는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외교와 경제,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 등 현안을 논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CF100'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 총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RE100을 CF100으로 가야한다"며, "양국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총리의 발언 이후 국내 산업계는 분주해졌습니다. 생소한 이 단어, 도대체 CF100이 뭘까요?
■ 기업이 사용하는 '무탄소 에너지' …'원자력'도 가능?
□ RE 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구매 혹은 자체 생산으로 조달
□ CF 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사용. 재생에너지 외 '원자력' 포함
'CF100'(24/7 Carbon Free 100%)은 '기업의 전력 사용 방식'입니다.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이 상대적으로 익숙하실텐데요. 시기상 RE100 캠페인은 2014년도부터 국제 비영리 환경단체 등이 주축이 돼 진행하고 있습니다. CF100은 RE100이 시작되고 난 후 UN 에너지 등이 제안했습니다.
그러면 RE100을 두고 왜 CF100이 등장했을까요?
취지는 둘 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방식을 바꾸자는 겁니다. 다만, 사용 가능한 에너지원의 범위와 종류가 다릅니다.
RE100의 경우,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태양광이나 풍력, 수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한정했습니다. CF100은 그 에너지를 '원자력'이나 '수소 연료전지'까지 확장해 사용하자는 겁니다. 재생에너지는 아니지만 '탄소 배출이 없는' 에너지도 포함하자는 거죠.
■ RE100 시행 중이지만…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RE100은 오래된 만큼 가입 기업 수도 많습니다. 올해 5월 기준 세계 406개 기업·국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31개사가 참여 중인데요.
문제는 '인프라'와 '비용' 입니다.
RE100은 재생에너지'만'으로 기업의 전력을 사용하자는 건데, 사실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하기가 어렵습니다. 국토가 작고 인구밀도가 높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 비중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RE100에 참여 기업이 증가하면 수요는 늘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수급에 문제가 생깁니다. 재생에너지 구입이나 전환 비용 자체도 비싸 기업의 경영이나 생산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지난해 대한상의 "기업 62%, CF100 찬성"
이런 가운데 제안된 게 CF100입니다. 사용 가능한 에너지원의 폭을 넓혀 현실성을 올리고,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란 건데요.
국내 재생에너지 여건을 고려해 기존 원전을 활용하면 에너지 전환 비용과 사용료 부담을 덜고, 기업에도 탄소 감축 목표 달성에 용이하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 300개사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약 62%가 CF100 추진에 찬성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을 CF100 관련 연구용역 기관으로 선정해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 RE100과 CF100은 '대립'이 아닌 '보완'
현실적인 이유에서 CF100이 대두되고 있지만, RE100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RE100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설치·사용하는 자가발전 외에도,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와 녹색프리미엄 등 구매실적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녹색 프리미엄이란 한국전력이 구입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일반 전기 요금 대비 높은 가격으로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도 대체 구매를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셈입니다.
CF100은 이러한 구매실적 인정 없이 순수하게 무탄소 전력 사용만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CF100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인증서 구매 등 대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RE100이 오히려 실질적인 탄소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반면 RE100을 지원하는 시각에서는 CF100이 도리어 기업에 부담되거나 목표 달성이 더 어려울 거란 의견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따져, 대체 구매 등 다양한 목표 달성 수단이 없이, '매일 24시간 내내' '현지에서 생산한 무탄소 전력만' 사용할 수 있느냐는 거죠.
논란의 경계를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는 원자력 발전이 있습니다. 사실상 국내에선 원자력 발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RE100과 CF100 가운데 어느 한쪽만을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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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슬 기자 (yes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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