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럽서 K배터리 턱밑 추격...정부 지원 확대 절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이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글로벌 배터리의 최대 격전지 EU 배터리 시장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같이 주문했다.
14일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역내 배터리 제조역량을 강화하고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글로벌 배터리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2030년 EU가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많은 글로벌 배터리 기업이 현지 설비투자 및 증설 계획을 발표 중이다.
EU 역내 배터리 소재·장비의 공급 역량이 부족하고 주요 회원국들이 배터리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적 지원에 나서고 있어 투자에 유리한 여건 조성된 가운데, 인플레이션방지법(IRA)으로 미국 진입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의 EU 투자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 기업과의 점유율 경쟁이 심화하는 추세다. 중국의 EU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2020년 14.9%에서 지난해 34%로 확대됐다. 이 기간 한국은 68.2%에서 63.5%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EU 완성차 OEM과 배터리기업의 제휴가 본격화되는 향후 1~2년이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판도를 좌우하고, 배터리가 대규모 설비 투자가 선제적으로 수반되는 수주 산업인 만큼 완성차 업체별 상이한 요구사항에 맞춰 생산 설비를 빠르게 확충할 수 있는 자금력과 기술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공장 건설과 수율 확보를 위한 시 운전 기간 등을 고려할 때 향후 1~2년 내 수주 경쟁의 결과가 5~6년 이후의 시장 점유율을 좌우하게 되므로 단기적인 자금 조달 능력이 수주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 내다봤다.
EU 배터리 시장의 성장에 따른 매출과 점유율 확대는 국내 배터리 소재 및 장비 업체들의 수출 증대로 연결돼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가 사용하는 제조 장비의 국산화율은 약 90%에 육박한다. 소재·부품 국산화율도 30%에 달하여 EU 내 배터리 생산이 증가할수록 배터리 소재, 부품 및 장비의 수출도 늘어나는 구조다.
3사의 유럽 배터리 공장이 가동되기 전인 2016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대(對)EU 양극재 수출 증가로 인해 국내에 유발된 생산액은 53억6000만달러, 부가가치액은 12억1000만달러, 취업 인원은 1만1751명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양극재 수출 증가분만 반영된 결과로 다른 소재·장비의 수출 증가분을 감안하면 경제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게 무협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우리 기업이 EU 시장에서 중국과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 확대 △핵심광물 공급망 확충 △투자 세액 공제의 실효성 강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첨단전략 산업 지원을 목적으로 기존의 기간산업 안정 기금과 유사한 구조를 갖는 '국가 첨단전략 산업 진흥기금(가칭)'을 조성하고 한국수출입은행 신용공여 한도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입법 추진 중인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기본법)'상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활용하여 해외자원 개발, 핵심광물 비축 등에 나설 수 있도록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임시투자세액공제 기간을 연장하고 배터리 기업이 이익이나 손실과 관계없이 공제받지 못한 세액을 직접 현금으로 환급받거나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제도 도입 검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폐지된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해외광물자원 직접투자 기능을 회복하고 2013년 일몰된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를 재도입하는 등 해외 자원 개발 활성화가 추진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배터리는 국가첨단전략산업이자 수출·생산·고용 등의 파급효과가 큰 한국의 주력산업"이라면서 "향후 1~2년 내 EU 시장에 충분한 설비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중국과의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EU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대등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배터리 산업에 대한 집중적 자금 지원과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시사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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