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서 軍 골병들어"…사문화 된 9.19군사합의[김관용의 軍界一學]
전 정부 北 비핵화 정책 비판…軍 대응태세 지시
군비통제 정책 철회…9.19 군사합의 사실상 무효화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과거 정부에서 국군통수권자가 전 세계에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니 (대북) 제재를 풀어달라고 해 결국 군이 골병이 들고 말았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방혁신위원회 첫 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가 정치 이념에 사로잡혀 북핵 위협에서 고개를 돌려버렸다”며 “우리가 이런 비상식적인 것을 정상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지적은 문재인 정부의 판문점 선언과 9.19군사합의 체결 등으로 군의 교육·훈련과 대비태세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북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과도한 ‘군비통제’ 정책 추진으로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것입니다.
文, 군비통제로 평화협정 전환 추진
문재인 정부는 남북간 휴전을 끝내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을 시작으로 운용적 군비통제→구조적 군비통제→군비축소를 지향했습니다.
군비통제는 양측 군사력의 운용과 병력·무기를 통제하고 합의사항 위반을 제재함으로써 전쟁위험과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는 ‘운용적 군비통제’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운용적 군비통제는 병력의 이동·훈련·배치 등 군사태세 관련 쌍방이 조정·참관·통보하도록 합의함으로써 기습 가능성을 최소화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이 ‘구조적 군비통제’ 단계로 군사력의 축소·제한·폐지 등으로 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이 군비축소, 즉 군축으로 무기를 축소하거나 없애고자 하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같은 과정에서 북한 핵 폐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신뢰구축 조치가 선행되지 않고 이뤄져 9.19군사합의는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북한은 비핵화 약속만 했을 뿐, 여전히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남북군사합의가 성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상호적대행위금지구역 설정에 따라 대북 감시·정찰 활동이 어려워진게 사실입니다. 공군이 운용하는 금강·(RC-800) 및 새매(RF-16) 정찰기를 통한 영상정보 수집이 일부 제한됐습니다. 육군이 운용하고 있는 군단급 무인항공기(UAV)의 작전 영역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당시 정부는 비무장지대(DMZ)를 중심으로 남북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치한 것과 관련, ‘등거리 등면적’으로 했기 때문에 공정한 합의라고 설명했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남측이 방어하는 입장이고, 북한이 공격하는 입장입니다. 북한은 남측의 북침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상황에서 전방 근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DMZ는 최전방이지만, 북한 입장에선 그렇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그간 각종 정찰기와 무인기를 띄워 평양까지 내려다 보면서 북한군의 동태를 파악하며 평화를 유지해왔던게 사실입니다. 북한은 정찰자산을 활용할 필요도 없고 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남북 모두의 비행을 금지한 것이 공평해 보일 수 있지만, 북한 요구를 들어준 공평하지 않은 협정일 수 있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해 연말 북한의 무인기 침투 사태와 관련, “북한이 다시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무인기 뿐만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포함해 9.19 군사합의 위반이 일상화되는 ‘비정상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군의 단호한 대비태세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9.19 군사합의 주요 위반 사례는 총 17건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15건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사이에 이뤄졌습니다. 2019년과 2020년 각 1건에 불과하던게 2년 만에 8배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북한 비핵화 협상 실패에 이후 북한 핵 프로그램이 본격화 되고, 대북 강경 노선을 택한 윤석열 정부 이후 북한의 대남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군도 전력 증강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3축 체계의 획기적 강화가 현 국방태세의 핵심입니다. 이에 더해 미국의 확장억제력 실효성 강화도 추구하고 있습니다. 군비통제 노력은 후퇴하고, 군비경쟁 체제로 전환된 모양새입니다. 핵전쟁이 일어나면 누구도 승리할 수 없다는 이른바 ‘상호확증파괴’(MAD)의 냉전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9.19 군사합의는 사문화 돼 가고 있습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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