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마저 안되면, 어디까지.. 운전자 절반 "실효성 떨어져"

전국적 '스쿨존 내 안전사고' 잇따라
안전장치 강화, 위반차량 처벌 촉구
운전자 2명 중 1명 "민식이법, 한계"
"법만으로 안돼".. 실질적 조치 주문

최근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내 음주운전과 과속 등에 따른 어린이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운전자 절반 정도가 현 시행 중인 '민식이법' 만으로는 교통사고 예방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선 어린이 보호 등을 위한 스쿨존 안전 개선책으로, '불법 주정차' 구분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데 무게가 실렸습니다.

실질적으로 법의 효력을 발휘하기 위한 인프라 보완과 함께 적극적인 현장 경찰력 등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악사(AXA)손해보험이 전국(서울~제주)적으로 지난해 19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1,400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운전자 교통안전의식 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한데 따르면, 응답자 47%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민식이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답했습니다.

민식이법은 2020년 3월부터 시행 중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에 무인단속 장비 설치를 의무화했습니다. 이후 대부분 어린이 보호구역은 하루 24시간 내내 시속 30㎞ 제한속도가 적용돼 운전자는 이를 준수해야 하지만 최근 잇따른 교통사고로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실제 도로교통공단이 내놓은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현황 분석 등에 따르면 관련 사고는 지난 2019년 567건에서 2020년 483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523건으로 다시 늘었고 민식이법 도입 이전인 지난 2017년 479건과 비교해서도 큰 폭의 감소를 보이진 않았습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과속 단속카메라 등 설치와 사망·상해사고 가해자에 대한 가중처벌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9월 스쿨존에서 김민식 군(당시 9살)이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관련 사고 방지를 위해 이듬해 3월 25일부터 이 법이 시행됐습니다.

설문조사에 대부분 운전자는 스쿨존에서 운전을 조심해야 한다는 점은 인지했습니다.

응답자 93%가 민식이법의 스쿨존 운행 제한 속도에 대해 '30㎞'임을 명확히 알고 있고, 88%는 '스쿨존에서 절대 과속하지 않는다' 답했습니다.

스쿨존 내 안전을 위한 개선점으로는 '불법 주·정차 구분 명확화"(54.8%, 복수 응답), '어린이 보호 구역 안내 강화'(46%), '운전자의 보행자 안전의식 개선'(44.6%), '운행 속도 관리'(35.4%) 등 순으로 꼽았습니다.

반면 법 위반 때 처벌 기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쿨존 내 어린이(13세 미만) 교통사고의 경우 △어린이 사망 때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 징역 △어린이 상해 때 1~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3,000만 원의 벌금형이 적용됩니다.

위반에 따른 상해 처벌 기준 등을 제대로 아는 운전자는 24%로, 76%가 실제 처벌 기준보다 수위가 낮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스쿨존에서 어린이 보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운전자들이 관련 법 정비, 보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한 달 사이 부산, 대전, 수원 등 전국적으로 스쿨존에서 어린이 3명이 목숨을 잃는 등 관련 사고가 이어지면서, 가해자 처벌과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실정입니다.

관련해 지난 1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는, 자신을 수원 스쿨존 사고로 세상을 떠난 9살 초등학생 조은결 군의 아버지라고 밝힌 작성자의 청원서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작성자는 '스쿨존 내 음주운전, 신호위반 사고 엄중 처벌 요청에 관한 청원'이란 글을 통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 차량 처벌 강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제안 5가지를 청원했고, 오늘(14일) 오전 7시 현재 1만4,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공개일부터 30일 안에 5만 명 이상 동의하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고, 심사에서 채택될 경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됩니다.

관련해 법률 전문가들은 처벌 부분의 강화와 함께 적극적 대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운전자의 스쿨존 인식을 강화하고 방어 운전 등을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설 보완과 더불어, 강력한 제재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옵니다.

관계자들은 "스쿨존 내 안전구역 사고 상당수가 보행로나 안전시설 등 필수 인프라 부족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다"면서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에 대한 지속 단속을 물론, 속도 단속 역시도 경찰 등의 상시·상주 단속 등 적극적 개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