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회장단 경비를 세금으로?… 노인회법 제정 움직임에 반발 확산

김진영 2023. 5. 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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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 61명 대한노인회법 발의
노인회 회장단 경비 국가 지원으로
다른 노인단체들 "철회해야" 반발
대한노인회법안 철회를 위한 연대모임이 지난달 10일 국회 정문에서 대한노인회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노인회법안 철회를 위한 연대모임 제공

사단법인인 대한노인회 회장단 경비를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다른 노인단체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할 경우 현재 연간 34억 원이 지원되는 대한노인회에 5억 원의 세금이 추가 지원된다. 이 때문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노인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 법안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야 의원 61명 발의

14일 국회와 노인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야 의원 60명과 함께 대한노인회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정우택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안철수 윤영석 등 여당 의원들도 다수 이름을 올렸다.

법안 제정 목적은 대한노인회를 특수법인으로 규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법안에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범위 내에서 대한노인회 조직과 활동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하거나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노인회 간부들에게 예산 범위 내에서 직책 수행에 따른 경비 지급도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법안 발의 소식을 들은 다른 노인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은퇴자협회와 노년유니온, 대한노인체육회, 전국시니어노동조합 등 52개 노인단체는 대한노인회법 철회를 위한 연대모임(연대모임)을 조직하고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0일부터 국회 정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발의된 법안은 대한노인회 회장단 등 임원에게 매월 활동비까지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려는 꼼수”라면서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의 경우 기존 노인복지 전달체계와 중복된 기관으로 건립비로 매년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예산 낭비”라고 주장했다. 전북지역 27개 사회복지단체도 최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노인회법이 통과되면 회장단 등 임원에게 매월 활동비가 세금으로 지원돼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면서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대한노인회법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법안 통과 시 대한노인회 중앙회장과 연합회장, 지회장 등 노인회 간부 경비로 연간 5억2,900만 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현재 중앙회 1개, 연합회 17개, 지회 244개로 운영되는 대한노인회 구성을 전제로 추계한 것이다.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 설립 등 각종 신규 사업에 필요한 비용까지 합치면 투입 예산은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대한노인회운영지원 사업으로 올해 34억1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연대모임은 노인 대상 사업에 대한 대한노인회의 독점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대한노인회법에는 노인대상 체육시설운영, 장의업, 상조업, 관광업 및 추모공원 조성사업 운영 등 수익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대한노인회가 독점적 지위로 불공정 경쟁 구도를 만들게 된다"고 주장한다.

대한노인회 측은 그러나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는 300만 노인들의 문화 생활과 건강 관리를 위한 맞춤형 시설로 노인종합복지관과 같은 차원에서 비교할 수 없다"면서 "지회장 판공비는 자원봉사를 위해 활동하는 데 한계가 있어 지원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 재선 조력 의구심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6회 노인의날 기념식에서 김호일 대한노인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노인단체 일각에선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11개월 앞두고 노인층 표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의 재선을 의식한 법안이라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의 김 회장은 내년 10월 임기 4년의 대한노인회장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연대모임 관계자는 "법안은 김 회장이 그간 해결하지 못한 공약 대부분을 처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국회가 대한노인회장 개인의 선거공약을 그대로 받아주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원이 의원은 “특정인을 돕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김호일 회장의 요구 가운데 노인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간추려 법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주=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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