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교권···80%는 "다시 태어나면 교사 안해"
교직 만족도 2006년 67.8%
올해 23.6% 그쳐 역대 최저
문제학생 생활지도땐 면책 등
"교권 보호 시급" 지적 이어져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만 생각하며 생활 지도에 개입하고, 학생들은 교사 말을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그래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처음엔 열정과 의욕으로 버텼지만 이제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경남의 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40대 교사는 “학부모·학생을 무서워 할 정도로 교권이 추락하니 팔다리가 잘린 기분”이라며 “교사가 가급적 생활지도를 피하게 되면서 학교가 망가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교권을 존중하고 스승을 공경하자는 취지로 지정된 '스승의 날'이 올해로 42번째를 맞았지만 올해 교원들의 사기는 역대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치열한 임용 경쟁을 뚫어 자긍심을 갖고 교편을 잡았지만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거나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택하겠다는 이는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교사들의 사기 진작과 무너진 교실을 다시 세우기 위해 교권을 보호할 법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14일 ‘제42회 스승의 날 기념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국 유초중고와 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교직생활에 대해 묻는 질문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3.6%에 불과했다. 2006년 첫 설문에서 67.8%를 기록한 이래 처음 20%대로 무너지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교원들도 20%에 불과했다. 이 역시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교직 만족도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교권 추락이다. 교사들은 교직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으로 ‘문제행동·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30.4%)’와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5.2%)’를 꼽았다. 교권은 잘 보호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69.7%에 달했다. 이 답변의 비율은 2021년 50.6%, 2022년 55.8%로 매년 늘고 있다.
현직 교원의 사기 저하는 예비교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 감축 기조에 교권 추락까지 맞물리면서 한때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교사는 ‘기피 직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입시 업계에 따르면 전국 10개 교대 경쟁률은 2021학년도 2.1대 1, 지난해 2.2대 1에서 올해 1.87대 1로 하락추세며 입학 이후 자퇴 비율마저 높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교원들의 사기 저하와 교권 하락에 따른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46.3%는 ‘학생 생활지도 기피와 관심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수업에 대한 열정 감소로 교육력 저하(17.4%)’ ‘학교 발전 저해와 교육 불신 심화(14.7%)’ 등의 답변도 적잖았다.
교사들은 무너진 교권과 교실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강력한 교권 보호 입법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교총은 “정당한 교육활동?생활지도는 민?형사상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며 “수업방해 등 교권침해 학생에 대해 교원이 지도·조치할 수 있는 내용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담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학생인권 보호에 앞장서 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마저도 교권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실정이다. 조 교육감은 최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교권추락 위기의식에 대한 우리 사회 공감대 이뤄진 것 같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조 교육감은 지난해 교권 보호를 골자로 한 ‘교육활동보호 조례’를 추진했으나 서울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는 “조례 수준에서는 한계가 있긴 하겠지만 노력의 의미는 있을 것”이라며 “조례 외에도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를 엄격하게 하는 등 교권 보호를 위한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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