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소리 날수록 잘 팔린다… 韓, 럭셔리카 격전지로 부상 [뉴스 인사이드-고가 수입차 인기 가속도]
렉서스 1∼4월 판매량 작년 2배로 ‘껑충’
아우디·랜드로버도 57%?122%씩 늘어
수입차 대중화… 국내 5대 중 1대꼴 달해
명품처럼 희소성 높은 비싼車 선호현상
벤틀리 작년 775대 팔려 日판매량 제쳐
방한 홀마크 회장 “韓, 럭셔리시장 선도”
슈퍼카 구매자 4명 중 3명 법인차 등록
세제 혜택 위해 등록 후 사적 이용 빈번
“번호판 단순 낙인… 실효성 의문” 지적도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8만259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4802대)에 비해 2.6% 감소했다.
전체 판매량은 주춤했지만 대중 브랜드보다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브랜드의 판매는 늘었다.
독일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1∼4월 국내 시장에서 총 411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3323대) 대비 23.7% 증가했다. 특히 4월 판매량에서 포르쉐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에 이어 국내에서 많이 팔린 수입차 브랜드 4위에 올랐다. 포르쉐는 차량 1대 평균 판매 가격이 1억5000만원 수준인 고가 브랜드로 꼽힌다. 한국 법인 설립 이후 9년 새 판매량이 4배 넘게 증가했으며 지난해 8963대를 판매하며 한국 시장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쪼그라들었던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도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4월 판매량은 지난해 2019대에 비해 2배 이상(114.0%) 늘어난 4321대를 기록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히는 아우디는 1∼4월 7387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4702대)보다 57.1% 늘었고, 영국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브랜드 랜드로버는 같은 기간 2071대를 팔며 전년 동기(932대)에 비해 122.2% 증가했다.
수입차 중 가격이 더 비싼 대형 차량 판매가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배기량 2000cc 미만 수입차 판매 비중은 지난해 1∼4월 58.3%(4만9409대)에서 올해 1∼4월 54.5%(4만5047대)로 줄었다. 반면 배기량 4000cc 이상 대형 차량의 점유율은 1.1%(925대)에서 2.6%(2138대)로 확대되며 131.1% 증가했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고가인 전기차 비율도 지난해 4.9%에서 올해 6.6%로 확대됐다. 절대적인 판매량은 내연기관차에 못 미치지만 5417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4151대)에 비해 30.5% 늘었다.
국내에서 고가 수입차 선호 현상이 갈수록 강해지는 것은 수입차가 대중화되면서 차별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19.69%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도로에 보이는 차량 5대 중 1대가 수입차인 셈이다.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각각 2만8318대, 2만1166대씩 판매되며 웬만한 국산차 판매량을 뛰어넘기도 했다.
수입차가 흔해지며 소비자들이 희소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고가의 브랜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패션 명품시장에서 명품이 흔해지자 갈수록 더 비싼 모델에 소비자가 몰리는 현상과 비슷하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수입차 가격에 대한 심리적 장벽도 과거보다 낮아졌다. 차량을 구입할 때 다양한 금융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고, 세제 혜택을 받는 법인차로 구입해 개인용도로 써도 큰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고급 자동차 브랜드의 수장들도 잇따라 한국을 찾아 한국 시장의 특성을 직접 확인했다.
영국 고급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의 애드리안 홀마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벤틀리 CEO 중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한국 시장의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홀마크 회장은 “한국은 글로벌 럭셔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로, 아주 역동적이고 럭셔리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 시장의 미래 잠재력이 더 크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벤틀리는 국내에서 지난 한 해 775대 판매되며, 일본(644대)을 제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53.2% 늘어난 수치이자 벤틀리가 200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롤스로이스의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CEO도 지난해 한국 시장 최대 실적 달성을 기념해 지난달 한국을 찾았다. 한 대에 5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의 국내 판매량은 2020년 171대, 2021년 225대, 2022년 234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롤스로이스의 고객이 젊은층으로 확대되며 판매량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오트보쉬 CEO는 “13년 전 전 세계 롤스로이스 구매 고객의 평균 연령은 56세였지만, 현재는 42세”라며 “새롭게 내놓은 차종과 함께 구매 고객 평균 연령대는 점점 낮아져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차로 구입해 사실상 개인 차량으로 사용하는 ‘무늬만 법인차’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하반기부터 법인차 전용 번호판을 도입할 예정이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12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운행 중인 대표적인 슈퍼카 브랜드의 차량 4192대 중 3159대(75.3%)가 법인 등록 차량이다. 브랜드별로 람보르기니는 1689대 중 1037대(80.7%)가 법인차였다. 페라리는 2099대 중 1475대(70.3%), 맥라렌은 395대 중 313대(79.2%)가 법인 소유였다. 고가 차량 중 법인차 비중이 높은 모델은 람보르기니 우루스(85.9%), 롤스로이스 고스트(78.0%), 마이바흐 S클래스(76.7%), 벤틀리 벤테이가(75.4%·사진) 등이다.
국토교통부의 최근 5년 집계를 봐도 취득가액 1억∼4억원 차량의 71.3%, 4억원 초과 차량의 88.4%가 법인 소유 승용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차량일수록 법인차 비중이 높은 것이다.
법인차가 고가 수입차에 집중되는 것은 세제 혜택을 받아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법인이 구매·리스한 업무용 차량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차량 감각상각비는 연간 최대 800만원, 차량유지비는 최대 1500만원까지 경비로 인정된다. 운행기록부를 작성할 경우 경비를 한도 없이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법인차가 탈세의 온상으로 지목되자 정부는 하반기부터 신규 등록하는 법인차에 연두색 바탕의 전용 번호판을 부착하겠다고 올초 예고했다. 전용번호판을 달도록 하는 것은 법인차 구분을 쉽게 해 쉽게 사적으로 유용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법인차라는 것을 낙인찍는 효과만 있을 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인차 등록 기준과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방법으로 용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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