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점차 열세에도 1점에 기뻐하던 팬들, 수베로가 가슴에 새긴 '그날'

고유라 기자 2023. 5. 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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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수베로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팀을 포기하지 않는 팬들에게 감사하며 선수들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수베로 전 감독은 11일 대전 삼성전에서 4-0 승리한 뒤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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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를로스 수베로 전 한화 이글스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공항, 고유라 기자] 카를로스 수베로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이 팀을 포기하지 않는 팬들에게 감사하며 선수들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수베로 전 감독은 11일 대전 삼성전에서 4-0 승리한 뒤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12일 한국 짐을 정리한 수베로 전 감독은 13일 아내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날 인천공항에서 만난 수베로 전 감독은 경질 통보의 충격에서 벗어난 듯 한층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수베로 전 감독은 배웅을 위해 나온 구단 직원들, 취재진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2년 연 간 한국 생활을 마무리했다.

수베로 전 감독에게 한국에서 야구를 하며 얻은 것을 물었더니 "수많은 아들들"이라고 했다. 수베로 전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많은 한화의 리빌딩 책임을 맡아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직접 몸을 부대끼고 땀흘리며 많은 정을 쌓았다. 몇몇 선수들은 11일 작별 인사를 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배운 것은 한국 야구 팬들의 열정이다. 수베로 감독은 특히 한 경기에서 팬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수베로 감독은 "우리는 많은 경기를 졌지만 충성도 높은 팬들을 가졌다. 한화 팬들은 17점차로 질 때도 밀어내기로 얻은 1점에 '아파트' 노래를 부르며 진심으로 기뻐해줬다. 진심어린 사랑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이 말한 경기는 바로 지난해 5월 26일 대전 두산전. 한화는 이날 두산에 무려 3-24로 패했다. 무려 1회초 11점을 내주면서 일방적으로 끌려갔다. 클리닝 타임 때 이미 1-18 17점차로 뒤져 있었다.

▲ 출국하는 수베로 전 감독. ⓒ고유라 기자

한화는 2-24로 뒤진 9회말 2사 만루에서 김태연이 김동주를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그순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채운 4000여 명의 홈팬들은 마치 역전이라도 한 듯 열광적인 함성을 쏟아내며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힘을 줬다.

한화가 바로 이런 팬들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잊지 말라는 메시지기도 했다. 수베로 전 감독은 아들 같은 선수들에게 "매번 꼴찌를 하고 매번 같은 패턴으로 지는 것에 분할 줄도 알고, 신념을 갖고 야구하고 신념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한화는 강팀이 될 준비가 된 팀이지만 아직 성장할 부분도 많이 있다. 계속 성장해서 웃는 팀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팬들에게도 "지금도 많은 SNS 메시지를 받고 있는데 다 읽지 못했다. 하나 하나 답장하겠다고 약속하겠다. 그리고 또 하나 장담할 것은 한화는 계속 성장하고 있고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끝까지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수베로 전 감독은 2020년 11월 한화의 12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수베로 감독은 106승15무198패 승률 0.349를 기록했다. 한화는 이달 들어 최하위에서 탈출하기는 했지만 '이기는 야구'를 위한 셋업을 선언하며 최원호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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