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작 안에 김민재 있다..데뷔 23년차 배우의 고민 [★FULL인터뷰]
두 눈으로 단번에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성장은 아니지만, 조금은 느려도 오랫동안 꾸준히 커가는 식물처럼 활동하는 것. 바로 배우 김민재의 올해 목표다.
김민재는 2000년 데뷔 후 지금까지 단역, 조연, 주연 등으로 출연한 영화만 60여 편, 드라마까지 더하면 약 80여 편에 달한다. 1년에 최소 서너 작품에 출연하며 열일 행보를 펼친 셈. 올해는 디즈니+ '카지노'에 출연한데 이어 영화 '범죄도시3'와 '범죄도시4'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재는 새 드라마 '삼식이 삼촌' 촬영 중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제가 기존에 알던 마동석과 제작자로서의 마동석을 모두 보게 됐는데 굉장히 달랐어요. 이제는 한국 영화 산업을 만들어가고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지 않나. 작품의 흥행을 떠나서 '범죄도시'라는 장르 자체가 사회적으로 대중들의 전반적인 불암감을 해소시켜주고 건강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굉장히 놀라운 작품이죠. 단순히 오락적인 작품으로만 각광받는 게 아쉽긴 해요. 나중에는 한국의 다크나이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민재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다큐멘터리로 방영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만큼 제작자인 마동석은 물론, 모든 배우와 스태프의 엄청난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 김민재는 "마동석 형은 정말 늘 열심히 하신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대중들이 '범죄도시'가 얼마나 열심히 해서 만들어지는 작품인지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다른 작품도 이렇게 열심히겠지만, '범죄도시'는 시나리오가 나왔는데도 회의를 계속하고 현장에서도 끊임없이 고민한다. 즉흥적으로 촬영하는 게 아니라 고민을 많이 한 후 나오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또한 김민재는 '범죄도시3'에서 빌런 역할을 연기한 이준혁에 대해 "너무 순하고 늘 반듯한 친구다. 예의도 바르고 있는 그대로 성실하다. 배우로서 항상 도전하려고 하는 열망도 강하다. 캐릭터를 준비하고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범죄도시3' 첫 오프닝을 보고 박수를 쳤다. 너무 좋다"고 칭찬했다.
첫 장면부터 박수를 칠 정도로 김민재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범죄도시3'. 그렇다면 약 1269만명을 동원한 '범죄도시2'에 이어 시즌3도 천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을까. 김민재는 "기본적으로 대중이 많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마석도라는 인물 자체가 긴장되고 타이트한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캐릭터이지 않나. 마동석이라는 브랜드의 힘인 것 같다. 마동석의 유머러스한 부분들을 본받고 싶었는데, 이번에 많이 배웠다. 꼭 이게 정답은 아닐지라도..."라며 '범죄도시3'의 흥행을 예고했다.
더 나아가 김민재는 '범죄도시3' 크랭크업과 동시에 곧바로 촬영에 돌입한 '범죄도시4'도 기대케 만들었다. "시즌1, 2에 비해 액션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김민재는 "단순히 타격감만 보여주거나 가짜로 때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복싱 기술도 굉장히 전문적으로 바뀌었다. 복싱 프로들도 '대충 액션으로 흉내낸 느낌이 아닌 것 같다'며 놀라더라. '범죄도시4'도 장난 아니다"라며 웃었다.
김민재는 '삼식이 삼촌'에 캐스팅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신연식 감독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는데 '삼식이 삼촌' 출연 제의를 받았다고.
"신연식 감독님께서 먼저 제안을 해주셨어요. '역할이 많지는 않은데 두 가지 정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회사로 직접 찾아와주셨죠. 그래서 송강호 선배와 같이 호흡하는 역할을 부탁드렸어요. 후배로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죠."
김민재의 바람대로 극중 유연철은 삼식이 삼촌과의 케미가 가장 기대되는 캐릭터다. 실제로 김민재는 현재 송강호와 많은 촬영을 진행하면서 배우로서의 본분을 배우고 있다.
김민재는 "현장이 너무 좋다. 송강호의 열정은 우주 최강인 것 같다. 격조가 있으시고 배려심이 남다르다. 또 굉장히 우직하고 로맨티스트 같은 느낌이 있다. 본인 직업에 대해 투철한 사명감이 있고 현장에서는 오직 작품 이야기만 한다. 보통 촬영 중간에는 사담을 나눌 수도 있는데, 선배님은 오롯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라며 작품을 향한 송강호의 열정을 극찬했다.
이어 김민재는 "송강호는 본인 촬영분이 끝나도 현장을 안 떠난다. 모든 촬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박수를 치고 떠난다. 촬영 현장 자체는 물론,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자신의 일을 진짜 좋아하는구나'라는 마인드가 느껴질 정도다. 이건 누구도 이길 수가 없다. 때문에 나도 '시들어져가는 마음이 생긴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같은 송강호의 연기 열정은 동료 배우들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심지어 김민재는 '컷' 소리와 동시에 송강호를 향해 박수를 치게 될 정도였다고.
김민재는 "'크라' 설립은 내가 했지만, 현재는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크라'가 주체적으로 운영이 됐으면 하는 게 나의 방향성이었다. 잘못하거나 실수해도 괜찮은데 팀원들이 자꾸 나의 눈치를 보더라. 그래서 더 자유롭게 운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대표직에서 내려온 후 지금은 예술 감독으로 있다"며 '크라'를 소개했다.
이어 김민재는 "젊은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 다들 제주도를 떠나 대도시로 가더라. 때문에 인구도 많이 줄어 제주도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분들 뿐이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더 많은 인구가 감소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도 '떠나야하나?'라는 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아내와 고민 끝에 해당 지역에 아이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 놀이터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라며 '크라'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좋은 교육을 위해 유명 학교에 입학시키는 것보다 아이가 도전하려는 걸 가로막지 않고 부모로서 아이들이 충분히 도전할 수 있게, 다치지 않게끔 보호하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모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게 아니라 그 욕구에 대해 물어봐주고 잘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싶었죠."
'크라'는 '주도적으로 자율성 있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놀이터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김민재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에 김민재는 최근까지 심리학 전공자들과 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공연을 만들며 예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김민재가 꿈꾸는 '크라'의 최종 목표를 무엇일까. 김민재는 '행복'을 손꼽았다. "그냥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김민재는 "'크라' 자체가 '쉼'이 됐으면 좋겠다. '경쟁에서 벗어나 그냥 쉬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수준 높은 예술 교육을 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크라'에 들어오면 쉼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더불어 김민재는 "동료를 도구라고 생각하거나 신분상승으로 생각하지 않는, 나 자신을 상품화시키려고 집중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대중에게는 시대적인 거울이 돼주고 싶다. '우리 작품 어떻게 보셨어요?'가 아니라 작품을 보면서 어떻게 느끼셨는지, 관객이 주체가 되고 나의 활동이 대중의 삶에 정돈이 되는 하나의 예술적 가치로서 좋은 영향을 끼쳤는지 등 대중의 이야기를 잘 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며 배우로서 자신의 목표를 털어놨다.
이승훈 기자 hunnie@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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