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기] '임원 승진' 생각 없다? 직장인들 이유 들어보니

이지현 기자 2023. 5. 1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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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직장인의 절반 이상은 임원까지 승진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취업플랫폼 잡코리아가 MZ세대 직장인 11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54.8%가 '임원 승진 생각이 없다'고 답했죠.

가장 큰 이유는 '책임지는 위치가 부담스러워서(43.6%)'였습니다.

'임원 승진이 어려울 것 같아서(20.0%)', '워라밸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13.3%)', '회사생활을 오래 하고 싶지 않아서(9.8%)'가 뒤를 이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리더의 모습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아요”



“임원이 되면 돈은 잘 벌겠지만, 그만큼 압박을 크게 받잖아요. 거기서 오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경제적 이득보다 클 것 같아요. 그걸 생각하면 딱히 욕심내고 싶지는 않아요.” (31세 하모 씨, 대기업 엔지니어)

“승진하면 저희 국장님처럼 되는 건데, 별로 좋아보이진 않아요. 10년 뒤, 20년 뒤 그 모습이 되기보다는 노력해서 다른 직업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36세 김모 씨, 공무원)

임원 승진 생각이 없다고 JTBC 취재진에게 이야기한 인터뷰이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직장 임원들의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임원이 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죠.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을 조사해보니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확률은 0.83%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힘들게 임원이 된다고 해도 책임감과 압박감에 시달려야 합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책임은 크고, 자기 시간과 생활이 조직에 얽매여있는 직책자들의 모습이 MZ세대들이 보기에는 좋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과거 세대는 직장, 국가, 공동체를 우선시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높여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MZ세대에게 직장은 '소득중심'일 뿐이고, 자신의 여가나 개인 생활을 보장받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잡코리아〉

이직 잦은 Z세대…“승진에 큰 관심 없어”



“지금 다니는 회사를 임원이 될 때까지 오래 다닐지 모르겠어요. 좋은 기회가 오면 당연히 이직해야죠.” (28세 최모 씨, 공기업 근무)

국내 상장기업의 3년 차 이내 신입사원 중 83%는 퇴사나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종합비즈니스 플랫폼 리멤버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사원급 재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MZ세대는 적정한 수준의 보상이 따르지 않거나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퇴사를 하거나 이직을 고민합니다. 그러니 몸담은 조직에서의 승진에 집중하기보다는 개인의 발전과 커리어를 먼저 생각하는 거죠.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일한 지 3년이 안 돼 이직하는 '중고신입'이 요즘 트렌드다. 또래 세대들의 이직이 잦다 보니 특히 Z세대에서 이직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리더십이나 승진에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쟁적인 삶 거부하는 MZ세대 특성 반영”



“임원까지 가려면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하잖아요. 몸과 마음 다 상해가면서요. 근데 그렇게 희생해도 꼭 된다는 보장은 없죠. 그럴 바에는 소소하더라도 확실한 지금의 행복을 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33세 임모 씨, 은행원)

“임원이 되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막상 임원 달고나면 계약직이니까 금방 짤릴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굳이 생각을 안 하는 거죠.” (37세 진모 씨, 대기업 개발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성향도 임원 승진을 욕심내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구정우 교수는 “굳이 직장에서 힘 빼지 말고 주어진 일만 잘하자는, 워라밸이 깨지는 상황은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며 “MZ세대는 상명하복식의 조직 문화와 경쟁적인 삶의 방식 등 당연시되던 룰을 거부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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