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실수’ 460억 날리고 파산한 한맥…대법 “거래소 잘못 아냐”

한맥투자증권, 싱가포르 펀드에 반환 소송 최종 패소

한맥투자증권. 연합뉴스

주문실수로 460억여원의 손실을 내고 파산한 한맥투자증권 쪽이 당시 거래로 큰 이익을 본 외국계 펀드에 100억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최종 패소했다. 또 한맥이 당시 미납 결제대금을 대신 납부한 한국거래소에 411억원을 갚아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도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한맥투자증권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싱가포르 소재 사모투자신탁 캐시아캐피탈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한맥은 2013년 12월12일 파생상품 자동주문 프로그램 변수 중 일부를 잘못 입력해 대규모 착오거래를 일으켜, 약 462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캐시아캐피탈은 이 거래로 약 360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됐는데, 한맥 쪽은 이 중 100억원을 돌려달라고 청구했다. 캐시아캐피탈이 착오주문을 이용한 ‘약탈적 주문’으로 이익을 얻었으므로 관련 민법 규정에 따라 이 거래는 취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1·2심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민법 109조는 거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으면 취소할 수 있지만, 착오가 거래 당사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면 취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한맥 쪽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고 캐시아캐피탈이 이런 착오를 이용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도 캐시아캐피탈이 한맥에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한맥의 ‘착오로 인한 취소’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이 옳다”면서 “단순히 한맥이 제출한 호가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로 (캐시아캐피탈이) 한맥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맥과 한국거래소 사이의 소송도 한맥 패소로 결론이 났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한맥의 거래대금을 대신 납부한 한국거래소가 한맥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한국거래소 승소로 확정판결했다. 또 한맥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맞소송을 최종 기각했다.

대규모 착오거래 발생 당시 한맥이 거래 결제대금을 납부하지 않자 한국거래소는 ‘손해배상공동기금’으로 대신 미납 결제대금을 납부했다. 이후 국내 증권사들 대부분이 피해액을 돌려줬지만 411억원이 충당되지 않았고 결국 한국거래소는 한맥을 상대로 이를 갚으라고 소송을 냈다. 그러자 한맥은 한국거래소가 감시 및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배상하라는 맞소송(반소)을 제기했다.

1·2심은 한국거래소의 손을 들어줬다. 한맥은 캐시아캐피탈과의 소송과 똑같이 “착오로 인한 거래였으므로 관련 민법 규정에 따라 해당 거래는 취소된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한맥 쪽에 중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거래가 취소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맞소송에서도 한맥의 손실은 한국거래소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