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경남농업] ⑫ 즙·당분 많고 야무진 창녕 양파

이정훈 2023. 5.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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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양파 시배지…품종 개량해 전국에 종자 보급
즙·음료·과자 등 양파 가공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

[※ 편집자 주 = 우리나라 농업은 농업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등에 직면하면서 지역을 불문하고 녹록지 않은 실정입니다. 경남에서도 농업인력과 경지면적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지만, 신선 농산물의 수출 실적은 국내 최상위권에 속하는 등 농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자체와 농협, 농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농가를 살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주요 작물을 소개하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농업 현장의 모습을 매주 한 차례 소개합니다.]

양파 하면 창녕 [창녕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창녕=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경남 창녕군 창녕양파연구회 노태직(67) 회장은 1982년부터 40년 넘게 이방면에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다.

노 회장은 "어릴 때부터 양파를 접하면서 자랐다. 자식들 학교 보내주고 공부시켜 준 고마운 작물"이라고 14일 말했다.

양파는 마늘과 함께 창녕군 대표 농작물이자, 지역 농민들 주요 소득원이다.

농민 1천700여명이 580㏊ 면적에서 양파를 재배한다.

지난해 창녕 농민들은 양파 4만6천t을 생산했다.

지역 농민들은 창녕군 양파 재배 역사가 곧 우리나라 양파 역사라고 자랑한다.

창녕군은 우리나라에서 양파를 상업적으로 처음 재배한 곳이다.

'양파 시배지(始培地)' 조형물이 창녕군 대지면 석리에 있다.

창녕군 대지면 석리에 있는 '양파 시배지' 조형물 [창녕군 공식 블로그 캡처]

대한제국 시기 1908년 서울 뚝섬 원예모범장에서 양파를 시험 재배했다는 문헌 기록이 있다.

이듬해 창녕군 대지면에 살던 성찬영 씨가 고향에서 양파 재배에 처음 성공했다.

성찬영 씨의 손자 성재경 씨는 한국전쟁 직후 농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보리를 대체하는 환금작물(시장에 내다 팔려고 기르는 작물)로 양파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1963년 성재경 씨를 중심으로 김성수, 하재호 씨 등이 창립한 농민단체 '경화회'(耕和會)는 양파 재배를 장려했다.

창녕군 농민들이 우리 기후·풍토에 맞게 육종한 '창녕대고', '영산오사리', '단오큰애기', '대지중가리' 등 양파 신품종 종자가 1960∼1970년대 전국 각지로 퍼져나갔다.

창녕 양파는 지금도 법적 보호를 받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2007년 6월 창녕 양파를 '지리적표시 농산물'로 등록했다.

지리적 표시란 특정 지역의 지리상 특성에 따라 농수산물이나 농수산 가공품의 명성·품질·특징이 결정되는 경우, 해당 지역에서 생산·제조·가공했음을 인정하는 제도다.

양파 수확 한창인 창녕 농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창녕군이 양파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면서 창녕 양파가 저장성, 조직감이 좋고 윤기가 좋다고 소개한다.

진문식 창녕군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 원예작물팀장은 "낙동강이 지나고 우포늪이 있는 창녕군은 작물 재배에 필요한 유기물을 골고루 함유한 비옥한 토양이 많고, 일교차가 커 양파 재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창녕 양파는 다른 지역 양파와 무엇이 다를까.

노태직 창녕양파연구회장은 "창녕 양파는 기름진 땅에서 자라 즙과 당분이 많고 향이 좋다"고 자랑했다.

그는 또 창녕 양파 특성을 '야물다'(경상도 사투리로 '일 처리·언행이 야무지다', '단단하다·딱딱하다'란 뜻)라고 표현했다.

창녕 양파 [창녕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육질이 단단해 저장성이 좋은 점도 창녕 양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창녕 양파는 주로 논에서 자란다.

매년 9월 초중순 논에 종자를 파종해 이듬해 5월 말∼6월 중순까지 양파를 수확한다.

양파 수확 후에는 모내기를 하고 벼를 키운다.

창녕군 농민들은 재배 방법이 비슷한 마늘 농사를 병행한다.

전국 최대 마늘 생산지가 창녕군이다.

마늘 수익이 좋은 최근 양파 생산량,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창녕군은 여전히 전국 5∼6위권 양파 생산지다.

경남도농업기술원 양파연구소, 창녕군이 설립한 양파장류연구소는 양파 재배법 개선, 품질향상, 저장·가공법 개발 등으로 창녕 농민들을 지원한다.

최근 싼 가격을 내세운 수입 양파가 시장에 쏟아지면서 창녕 양파 농민들은 우려가 크다.

창녕군과 지역 농민들은 양파 가공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 한다.

진문식 원예작물팀장은 "요리 재료로서의 양파를 넘어서 즙, 음료, 국수, 떡, 과자, 장류(醬類) 등 다양한 양파 가공식품을 개발해 창녕 양파 명성을 유지하고 소득증대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파 수확 [창녕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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