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에 ‘K’를 입혔더니 나온 것은[플라스틱 넷제로]
지난해 포장재 재생플라스틱 적용 30% 달성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
탄소 흡수량 계량화 역부족
지속가능경영 투명성·이행성과 우수
유한킴벌리의 환경경영의 뿌리는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애국’이라는 아시아권 문화의 가치에 뿌리를 둔다. 파타고니아 등 글로벌 우수 기업사례와 비교하면 제품의 공정 과정이 아닌 ‘국가적 공익사업’을 중심으로 주요 스토리가 구성됐다.
그러나 기업경영에 공동체적 가치를 우선순위에 둔 경영의 결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우수 기업으로 꼽히는 글로벌 기업들과 상당부분 유사한 결을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록 기존 공익사업은 정확한 계량화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유한킴벌리의 기업가치와 위상에 견줘볼 때 환경경영을 통해 이윤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은 충분히 입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한국형 ESG(K-ESG) 모델로 유한킴벌리에 대한 사례연구가 이어져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1971년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가는 76세의 일기로 숨을 거두면서 자신의 소유주식 전부를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에 기증했다. 유한양행은 1936년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전문경영인제도를 시행해 현재 유한양행 경영형태의 기초를 마련했다. 지배구조(G) 측면에서 보면 경영권 세습이 여전한 요즘과 비교해도 파격적이다. 기업을 사유화하지 않는 유 박사의 이 같은 행보는 앞선 사례분석에서 다룬 글로벌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드 창업가의 행보와도 매우 유사하다.(기사참조: 파타고니아가 ‘환경’에 진정성을 획득한 방법은)
1960년대 정경유착을 거부한 보복으로 대대적 세무조사를 받았지만, 그간 탈세를 하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지며 오히려 모범납세기업으로 선정된 일화는 유명하다. 그에 대한 평전에 따르면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 사상은 국익과 혁신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실용주의와 낭비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 근검절약과 청지기 정신으로 집약된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 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이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다소 비장한의 유한양행의 애국경영을 전 지구적 가치로 끌어올리는 시도가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의 숲 가꾸기 캠페인을 통해 구체화했다. 유한킴벌리는 매출액의 1%를 환경보호비용으로 사용한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화재로 소실된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엔 여의도 11배 면적인 3529ha의 면적에 나무가 심어졌다. 현재는 몽골 유한킴벌리숲으로 불린다. 이 밖에 국공유림 나무 심기, 공공근로사업으로 숲 가꾸기, 170개 학교에 학교숲 조성, 북한 산림 복구 노력 등 유한킴벌리의 나무심기는 기업 공익사업을 국가적 사업으로 끌어올리면서 기업브랜드를 각인시키는데 일조했다. 유한킴벌리는 40여년간 약 54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소나무 기준 7그루의 나무는 약 1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그러나 이를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 Mechanism, CPM)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손승우 유한킴벌리 전무는 “기존에 유한킴벌 리가 해왔던 것들을 투자자 관점에서 ESG평가로 전환하는 작업을 해보니 산정이 안된 부분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라며 “추정은 가능하지만 과학적으로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다. 좀 더 구체화하고 계량화하기 위한 보완 작업을 하는 계속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ESG경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선언과 이행의 일치는 유한킴벌리를 우수사례로 꼽는 주요 배경이다. 유한킴벌리는 현재까지 선언한 목표치를 모두 달성한 상태로 파악된다. ESG경영에서 항상 따라오는 논란 중 하나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다. 특히 선언에 그칠 우려가 높아 미이행에 대한 패널티가 활발히 논의되는 상황이다.
이데일리 취재 결과 유한킴벌리는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약속한 2022년까지 모든 제품의 필름류 포장재를 재생플라스틱이 30% 적용된 제품으로 적용하겠다는 발표를 준수했으며, 지속가능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초과(2022년 목표 35% 대비 45% 달성)했다. 특히 재생플라스틱 30% 달성은 우리나라의 낮은 재생플라스틱 생산 생태계를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국가 전체 재생플라스틱의 사용 비중은 0.2%(2019년 기준)에 불과하다.
다만 동종업계에 동참을 촉구하고 국민적 소비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간 파타고니아 사례와 비교하면 이 같은 공정 전환의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노력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선도기업으로써 공정 전환의 과정을 알리고, 이를 통해 탄소감축 등 환경적 효과(Impact)에 대한 대외 메시지가 주는 긍정적 2차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유한킴벌리는 앞서 2020년 3월 환경경영 3.0을 발표, 2030년까지의 환경목표를 제시했다. △지속가능제품 전체 매출의 95% 이상 △201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25% 저감 △제품 포장재에 재생플라스틱 및 바이오매스 소재 50% 적용 등을 내놨다. 플라스틱 포장재 부문 외에 제지회사라는 기업의 주력 생산품목에서 보면 지속가능펄프 및 고지(K-C 친환경펄프구매 정책인증기준)의 사용은 이미 100%를 달성했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전 대표는 이달 초 제주에서 열린 ‘2023 세계ESG포럼’ 개회사에서 “기업이 나라에 나무를 심는데 벌금을 안내도 되는데 11년이 걸렸다”면서 “세상을 바꾸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리지만, 이는 굳건하게 기업을 장기간 영위하도록 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문 전 사장은 1974년 유한킴벌리에 입사해 1995~2007년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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