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년 세월 쌓인 갯벌습지, 붉게 물든 폐염전 ‘명소화’ [인천 소래습지 ‘국가도시공원’ 도전장]
1999년 6월 폐염전 일대 66만㎡ 공원 개장… 생태전시관·염전학습장·갯벌체험장 들어서
인천시, 야심차게 ‘제1호 국가도시공원’ 추진… 소통협의체 꾸려 토지주들과 합의점 모색
인천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바다’라는 존재가 있다. 하천 등 민물과 만나 유일하게 바다의 힘이 조금 떨어진 장소. 그곳이 바로 소래습지다. 이곳에선 과거 염전으로 쓰였던 수많은 문화들과 함께 많은 생태계의 보고인 갯벌, 그리고 소금기 있는 땅에서 잘 자라는 염생식물까지 만날 수 있다.
앞서 이 소래습지는 지난 1999년부터 갯골과 폐염전 지역을 다양한 생물 군락지 및 철새 도래지로 복원시켜 생태공원으로 만드려는 노력이 끊이질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에는 습지 내 각종 해양생물을 관찰하고, 천일염을 생산했던 시설물과 자료를 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직접 천일염을 생산하고 습지 내 사는 다양한 동·식물을 볼 수 있는 자연학습장과 광활한 갈대 및 풍차, 산책로, 쉼터 등이 많은 시민의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소래습지는 인천이 가진 큰 가치 중 하나”라며 “민선 8기 공약에도 담겨 있듯, 이 소래습지를 제1호 국가도시공원으로 추진해 대한민국 명소로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는 토지주 등과 갈등이 있는데, 이를 잘 풀어 사업을 추진토록 하겠다”고 했다.
■ 소래습지의 가치
소래습지는 수도권 서부 한남정맥에서 발원한 만수천, 장수천이 만난 하천과 서해안 바다가 접하는 지역에 생긴 염생 갯벌습지다. 육상생태계와 해양생태계가 접하고 있는 에코톤(Ecotone)을 형성, 생태적 다양성이 우수하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염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염습지로서 국내 염습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염생식물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해홍나물 등 216종이 서식하고 있다. 1년내내 소래습지 전체를 붉게 물들여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갯벌생태계 유지로 보전가치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소래습지 갯벌은 8천년 이상의 형성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주 미세한 입자의 퇴적물이 쌓여 이뤄진 곳이다. 갯벌 위로 바닷물이 매일 드나들지 않기 때문에 조개류는 없는 대신 갯벌 상부에 게 및 갯지렁이 등 저서생물 436종이 서식하면서 먹이사슬을 형성한다. 소래습지는 철새들의 이동 통로로서 먹이 활동과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천연기념물 저어새 등 138종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소래습지는 인천 내륙지역에 남은 최후의 염전터다. 장수천 하류 갯벌 및 갯골형성과 해양도시 인천의 정체성을 간직한 중요한 장소성을 갖고 있다. 주변 개발 및 도시화 등으로 파괴고 있는 서해 갯벌의 중요한 대체 서식지로 꼽힌다. 소래습지는 또 하천, 산림 등 자연지형과 이어지면서 도심 가까운 곳에 있어 기후변화 대비 홍수, 태풍, 해일 등 각종 재해의 완충 역할을 한다. 이는 곧 도시 회복력을 높이며, 갯벌 고유의 탄소저감 기능, 각종 대기·수질 오염을 낮추는 능력 등을 갖고 있다.
■ 소래습지 생태공원의 조성과 변화
소래습지 중심부에 위치한 소래습지생태공원. 이 곳은 1930년대 중반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대규모 염전이다. 1970년대에는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였지만 1996년 소금생산 중단하면서 폐쇄했다.
1999년 6월 폐염전을 중심으로 약 66만㎡의 공원을 개장한 이후 생태전시관, 폐염전을 재생한 염전학습장, 자연학습장, 갯벌체험장 등을 만들기도 했다. 이후 2009년에서 2021년까지 지속적인 조성사업을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소래습지 생태공원으로 들어오는 바닷물은 소래포구 입구 갯골을 통해 들어온다. 하지만 포구 인근이 개발 과정에서 매립, 현재는 수로 폭이 좁아져 공원까지는 하루 2차례 바닷물이 드나들지만 소래습지 갯벌로는 바닷물이 매일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바닷물 조수 간만의 차이가 약 9m이상에서만 갯벌 위까지 바닷물이 올라가기 때문에 1개월에 2~3번만 갯벌이 바닷물에 잠긴다.
■ 소래습지 보전을 위해 염생식물을 심자
소래습지 생태공원은 염전 폐쇄 이후 땅에 염류가 빠져나가 염분농도가 감소하고 있다. 생태적 식물군집의 변화로 인해 퉁퉁마디, 칠면초 등이 사는 염생습지에서 산조풀, 갈대 등의 기수 및 담수습지로 변화하는 등 장기적으로 육상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그동안 이 같은 공원 변화에 따른 전문적 보전 방안 마련을 위해 각종 학술연구와 토론회 등을 해왔다. 그 결과 소래습지 생태공원에 있는 해수의 순환과 수체계 개선, 염생습지 유지를 위한 염생식물 관리 및 주변 훼손지 생태복원 등을 위한 최소한의 인위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인천시는 소래습지 생태공원의 지속적인 보전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달 중 시민과 함께 소래습지 생태공원에 염생식물을 심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 국가도시공원의 대두
국가도시공원은 국가적 차원의 필요에 의해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 제25조의2에 따라 국가에서 지정이 가능한 도시공원을 뜻한다. 이 법은 지방자치단체 고유사무로만 여기던 도시공원을 국가적 가치가 높은 장소에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 국가적 위상에 맞도록 지속가능하게 유지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목적과 달리 현재까지 전국에 1곳도 지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및 기후변화를 겪으면서 자연의 가치와 갯벌의 중요성이 부각, 전국적으로 국가도시공원 지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춰 다양한 경관과 역사가 자리 잡은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으면서 서해안을 끼고 있는 인천에서 전국 최초로 국가도시공원을 지정받는다면 그 의미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소래습지 일대는 관광자원으로서 소래포구와 경기도 시흥시로 이어지는 갯골과의 연계성이 높다. 세계적으로 자연의 가치를 인증받은 람사르습지도 이어져 있다. 수도권 배후에 입지하고 있어 서해안 시대, 대한민국 명소로 발돋움 하기 위한 중심 공간으로 잠재력이 높은 곳이다.
■ 제1호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위한 추진 계획
시는 소래습지 일원을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 받고자 지난 2021년부터 염전문화와 염생식물 테마, 세계적 문화프로그램을 주제로 기본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연말안에 마무리한다. 시는 이 과정에서 전국 규모의 전문가 포럼 개최, 대시민 홍보와 주민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시는 해마다 발생하는 갯골의 녹조화와 해수의 담수화로 육상화해 사라져가는 소래일원 갯벌의 염생식물을 보전하고 문화공간으로서 미래 세대에 그 가치를 지속가능하게 이어주려면 소래습지의 국가도시공원 지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 공원으로서 가치를 부각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이곳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토지주 등 주민과 일대 물류창고 기업 등과 아직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시는 소통협의체 등을 꾸려 토지주들도 적극적으로 합의점을 찾는데 나설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 및 중재를 통한 갈등 관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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