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고 22일만에 귀국한 이재용 회장
[편집자주]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재계 '총'수들의 한주의 현장 활동을 '총'정리하고, 그들의 행보('총총'걸음)에 담긴 의미를 해석해 한국 기업들이 나아갈 길을 점검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11일에서 12일로 막 넘어간 자정 무렵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전세기로 장기간의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입국장을 나섰다. 그의 복장은 평소 출국이나 입국장에서 보던 정장이나 넥타이 없는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이 아니라 트레이닝복에 청바지의 편안한 차림이었다고 한다. 신경써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재용 회장인지 모를 정도로 평범한 차림으로 입국했다.
지난달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기 위해 출국한 지 22일만이다. 2014년 5월 10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그가 경영전면에 나선 이후 최장 해외출장길이었다.
그의 편안한 입국 복장은 22일간의 출장 길의 고단함을 벗어던진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자, 만족스러운 출장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그가 청바지 차림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드러낸 것은 미국 아이다호주 휴양지인 선밸리에서 알렌앤코가 주최한 선밸리컨퍼런스에서 각국 최고경영자들과 편안하게 만날 때 정도다.(2016년 지니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와 사진에 찍힌 청바지 모습 )
휴가 시즌을 맞아 전세계 최고 경영자이 모인 휴양지 모임 때나, 사적으로 저녁식사를 하러갈 때 편한 복장으로 청바지를 입는다.
귀국길에 경직되지 않은 캐주얼한 복장은 장시간의 비행 동안 편안함을 위한 것도 있지만 그만큼 미국 출장 후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출장 기간 동안 현지에서 △첨단 ICT△AI(인공지능) △차세대 모빌리티 △바이오·제약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 CEO 20여명과 잇따라 회동했다.
스스로 이 회장과의 회동 사실을 공개했던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나 회동 사실 공개에 동의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외에도 영업비밀상 회동사실 공개를 거부한 많은 기업 최고경영자와 만났다.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와의 회동은 함께 저녁을 한 일식집(Sawa Sushi) 주인이 10일 오후 SNS에 그 모습을 공개하면서 알려지기도 했다. 일식집 주인은 매장 페이스북에 "정말 영광스러운 날이야! 엔비디아 사장, 젠슨 황, 삼성 이재용 회장의 특별한 방문!(What a honorable day! A special visit from Nvidia CEO, Jensen Huang, and Samsung Executive Chairman, Lee Jae-yong!)"이라며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 회장은 한때 삼성전자 서초 사옥 지하 1층에 위치한 '스시 사와(작은 계곡이는 뜻)'에서 식사를 하거나 도시락을 시켜 먹곤 해 젠슨 황 CEO와의 회동 장소가 같은 이름의 식당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 회장은 이 외에도 지난 10일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CEO와 삼성전자 북미반도체연구소에서 만나 완전자율주행 반도체 공동개발을 비롯한 차세대 IT 교류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참조: 14일 오전 11시 26분 내용 추가 수정)
재계 총수들은 4월말 방미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데 이어 5월 초에도 외국 정상들과의 회동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 초청으로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했던 재계 총수들은 지난 8일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에서 '경제인 간담회'를 가졌다.
다만 이번 회동은 지난 3월 일본을 방문했던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경제인들 중심이 아니라 경제단체 중심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해외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 구광모 LG 그룹 회장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경제단체 수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 회장), 구자열 무역협회회장(LS 이사회 의장) 등이 지난 3월에 이어 2개월만에 기시다 총리와 만났다. 이외에도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함께 했다.
경제6단체장은 기시다 총리와 반도체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한·일 양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의 협력을 통해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간담회 후 경제단체장들은 일본과의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화이트리스트 복귀 등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할지, 일본 측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1970년대 재계 서열 5위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50위권인 동국제강의 장세주 회장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2015년 6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이다. 장 회장은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 형기 6개월을 남긴 2018년 4월말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당시 5년간 취업제한을 적용받았으나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장 회장은 임시주총 직후 "지금까지 경험과 지혜, 지식을 마지막으로 다 쏟아부어서 지속가능한 동국제강 그룹이 되도록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 쏟아붓겠다'는 장 회장의 발언은 창업자인 조부가 일궈놓은 동국제강의 기업 정신을 이어받아 환골탈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장 회장의 할아버지인 고(故)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는 못과 철사를 시작으로 한국의 철강산업에 씨앗을 뿌렸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때인 1975년 본인 명의로 된 사재 30억 6300만원을 국가에 헌납했다. 현 시세로 환산하면 4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독실한 불자였던 그는 그 돈으로 불교진흥원을 설립해 불교방송(BBS) 개국 등 불교의 대중화에 앞장서기도 했다.
지난주엔 삼립식품(현 SPC삼립) 창업주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의 배우자이자 허영인 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순일 여사가 향년 100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1923년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5년부터 제과점 상미당(현 SPC삼립의 전신) 을 남편과 함께 운영했다. 창업 초기 허 명예회장은 제빵기술 수완이 뛰어나 생산관리를 담당했고, 고인은 경영관리 분야에서 활약해 연간 매출 8조원의 SPC 그룹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을 받는다.
고인은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SPC와 함께 했다.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고인의 빈소에는 통상 조문객들에게 제공되는 식사와 달리 SPC의 빵과 음료들이 제공돼 눈길을 끌었다. 삼립의 원조격인 크림빵을 비롯해 소보루빵과 베스킨라빈스에서 판매중인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종류의 빵과 간식, 커피 음료 등이 조문객들의 식탁에 놓여 고인을 다시 한번 기리게 했다.
이외에도 지난주 눈길을 끈 기업 총수로는 혼외자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다. 서 회장은 지난 8일 셀트리온 온라인 홈페이지에 '주주님들께 드리는 말씀' 을 올려 "주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죄 드립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제 개인의 잘못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오로지 저에게만 겨누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세아해암학술장학재단 이사장)은 지난 12일 세아해암학술장학재단 제31기 장학생 80명을 선발하고 세아타워에서 장학증서 수여식을 가졌다. 장학생에게는 2년 동안 등록금 본인 부담액 전액과 함께 국가장학금 감면액의 일부를 자기개발비로 1인 최대 연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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