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틈에 핀 앙증맞은 하늘의 아기별 ‘바위취’…꽃말은 ‘절실한 사랑’[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5. 1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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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서울 서대문구 안산 응달 진 바위 틈에서 자라는 바위취. 잎은 사철 푸르다. 2022년 6월 4일 촬영

<꽃적삼 밑에 /하얀 단속곳 차림/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바위취꽃 /꽃잎 위 아래가/영 딴판이로구나/그런데/하늘거리는 집게발로/꿀샘을 지킬 수 있을까 >

경기 광주 시어골에 살며 향기로운 꽃편지를 보내는 한종인 시인의 ‘바위취꽃’이다. 5장 꽃잎이 위아래 크기가 달라 아래쪽 2장이 ‘집게발’처럼 독특한 바위취꽃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작은 꽃이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보통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꽃이 아니다. 위쪽 작은 꽃잎 3장은 연한 홍색 바탕에 짙은 홍색 반점이 있고, 아래쪽 2장의 긴 열편은 순백색으로 피어나는 모습이 앙증맞으면서도 깜찍한 느낌이다. 특히 아래쪽 2장은 크지만 그 크기가 일정하지 않으며 색은 흰색이다. 시인은 아래쪽 크게 난 2장의 꽃잎을 ‘하늘거리는 집게발’이라고 했다.

바위취 잎은 둥근 심장 또는 콩팥 모양이다. 2022년 6월4일 서울 안산의 바위취꽃.

10개의 수술은 완전히 드러난 채 사방으로 돌려나고 2개의 암술은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마치 리본을 곱게 묶은 모양이다. 한자의 큰 대(大)자 또는 작은 사람의 형상을 띠고 있기도 하다.

바위취는 쌍떡잎식물로 장미목 범위귀과속의 상록 여러해살이풀이다. 바위취는 습하고 응달진 곳을 좋아해 바위 틈의 그늘지고 축축한 땅에서 잘 자란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사계절 내내 화려한 잎을 보여 준다. 사철 잎이 푸른 바위취는 ‘휴케라(Heuchera)’의 일종이기도 하다.

바위취는 한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타이완 등 아시아 지역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중부 이남에 야생한다. 높은 산간지대의 음습한 곳에서 자란다. 남쪽 지방에서는 습한 바위틈에서 잘 자란다.

서울 안산 산책로의 바위취꽃. 2022년 6월 4일 촬영

학명은 삭시프라가 스톨로니페라 미어버그(Saxifraga stolonifera Meerb.).영어명은 크리핑 색서프리지(Creeping saxifrage) 또는 스톤브레이크(Stone-break), 스트로베리 저레이니엄(stawberry geranium)이다.

바위취는 꽃과 잎의 독특한 모양 탓에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동글동글한 심장(콩팥) 모양의 잎에 부드러운 털이 나 있는 모습이 호랑이 귀를 닮았다고 해서 ‘호이초(虎耳草)’, 꽃잎이 귀를 닮아 ‘등이초 (橙耳草)’, 바위 틈에서 피는 연꽃이라는 의미의 ‘석하엽(石荷葉’) 등으로 불린다. 줄기에는 홍자색의 선모(샘털)가 촘촘히 있다. 꽃이 활짝 피면 한자의 ‘큰 대(大)’자 닮았도고 ‘대자문초’라고도 불린다. 이밖에 겨우사리범의귀, 왜호이초(矮虎耳草),불이초(佛耳草)라고도 한다.

꽃은 5∼6월에 핀다. 높은 꽃대를 올려 원추꽃차례(꽃대에서 여러 개의 가지가 갈라져 전체적으로 원뿔 모양을 이루는 꽃 배열순서)를 이루며 핀다.공해에도 강하고 생명력이 억척스럽게 강해 번식을 잘 한다.

바위취는 일종의 약용 허브로 일본에서는 상처와 부종 치료에 쓰여왔고 바위취 추출물이 항산화 작용과 항종양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 있다.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비상 상비약으로 감염성 피부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아무곳에서나 잘 자라며 일년 내내 푸른 잎을 유지해 식용 또는 약용으로 이용됐다. 생잎을 즙을 내어 바르면 습진이나 두드러기, 종기 등의 피부염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중이염으로 고생할 때 생즙을 한 두 방울 귀에 넣어도 무척 효과적이라고 한다. 성질은 차고 맛은 약간 쓰고 매우며 약간의 독성이 있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주며 혈액을 깨끗이 한다고 한다.바위취 나물은 몸안의 독소를 제거하고, 붓기를 빼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 지방에서는 예로부터 술로 담가 먹기도 했다고 한다.

서울 안산의 바위취꽃. 2022년 6월4일 촬영

바위취는 꽃이 특이하고 예뻐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해를 좋아하지만 뙤약볕에서는 잎이 타는 특성을 주의해야 한다. 실외에서 키울 경우 여름에는 그늘진 곳에 두고 실내에서는 양지나 반음지에서 키우는 게 좋다. 잎 색이 진하거나 어두운 품종은 직광을 잘 견디는 편이라 한여름의 직광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든 무난하게 잘 자란다. 잎에 흰무늬가 있거나 색이 밝은 품종은 빛에 약하므로 양지나 반음지에서 키우는 게 좋다.

사철 잎이 푸른 휴케라. 바위취도 휴케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 양재 꽃시장에서 5월7일 촬영

바위취 어린순은 쌈채소나 나물로 먹는다. 6~7월에 어린순을 따서 쌈을 싸 먹기도 하고,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한다. 나물무침을 위해 데칠 때에는 살짝 데치고, 양념과 함께 무칠 때에도 식감을 위해 너무 세게 버무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꽃말은 ‘절실한 사랑’, ‘바위에 새겨진 글자’이다. 전해오는 얘기로는 장난꾸러기 요정이 하늘의 아기 별들을 따서 숲 속 깊이 돌 틈 사이에 아기 별들을 몰래 숨겨 놓았고 한다. 하늘로 돌아가고 싶은 아기 별들은 날개를 달고 빙글빙글 돌며 날아오르려 했지만 요정의 마법 때문에 하늘로 날아갈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돌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꽃으로 살았다고 한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바위취 꽃이 바람에 가냘픈 몸을 요리조리 흔드는 것은, 하늘로 돌아가고픈 아기 별들의 슬픈 몸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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