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외면할 수 없죠"...美 결혼 이주 동포 돕기 '온정'

양수연 2023. 5. 1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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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으로 미국 정착한 동포들이 지원 단체 결성
가정폭력·학대 등 겪는 한인 위해 모금 운동
만찬 입장료·정기 회비 등 모아 자립 시설 운영

[앵커]

미국에는, 국제결혼을 계기로 이주했지만 언어와 문화 차이, 편견 속에 가정폭력과 학대 등을 당하는 동포들도 적지 않은데요.

이런 여성들을 돕기 위한 모금 행사가 한인 단체를 중심으로 3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양수연 리포터입니다.

[리포터]

정장을 차려입은 인파로 연회장이 가득 찼습니다.

가정폭력과 학대 등으로 소외된 여성들을 돕기 위해 열린 모금 행사입니다.

[킴 월시 / 미국 보스턴 : 여러분의 후원금은 불우한 한인 여성들에게 쓰이고 있습니다. 이 일을 같이할 수 있게 돼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결혼을 계기로 미국에 먼저 정착한 동포들이 중심이 돼 지원 단체를 만들고, 30년 가까이 모금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제결혼으로 미국에 왔지만 결혼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고 노숙을 하다 1991년 겨울 교통사고로 숨진 한인의 불우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가정폭력과 학대 등을 겪는 한인을 위한 모금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언어와 문화 차이, 인종 차별과 편견 때문에 겪어야 했던 아픔을 나누고 실질적인 자립을 돕자는 취지입니다.

[지니 보너트 / 미국 보스턴 : 그때만 해도 동양 사람들을 무시하는 미국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요.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유영심 / 미국 보스턴 : 아이들이 미국 반반이니까, 데리고 가서 우리 애들을 보고 나서는 깜짝 놀라면서 시선이 벌써 달라져요.]

만찬 입장료와 한인회 기부금, 한인 기업들이 위탁한 성금을 포함해 이번 행사를 통해 소중한 모금이 이뤄졌습니다.

미국 전역의 회원들은 행사가 없을 때도 다달이 회비를 모으고 있습니다.

소외된 한인들이 거주하는 보금자리를 운영하기 위해서입니다.

[인숙 발레리오 / 미국 보스턴 : 열두 명의 불우한 노숙 여성들이 보금자리로 살 수 있는 곳이 마련돼 있어요. 농사도 지을 수 있고 한식으로 먹고 쉬고 여생을 잘 살 수 있도록….]

꾸준한 지원 활동이 지역 사회에 알려지면서, 연방 하원의원도 현장을 찾아 마음을 보탰습니다.

[바나 하워드 / 매사추세츠주 연방 하원 의원 : 학대하는 남편을 떠날 때, 저랑 제 딸도 노숙인이었어요. 여기 계신 분들은 여성과 소녀들이 안전하게 살 곳을 찾아주고 있습니다.]

통역과 진행을 맡은 한-미 다문화가정 2세도 감회가 남다릅니다.

[린다 챔피언 / 미국 보스턴 :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저와 같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였습니다.]

미국 뉴욕 가정상담소에 따르면, 미국 내 한인 중 70% 이상이 가정폭력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고, 피해자는 95% 이상이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가정 내 폭력 신고가 늘어난 점, 알려지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최 측은 앞으로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한인 여성뿐 아니라 청년·노년층까지, 동포 사회 곳곳에 도움의 손길을 뻗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보스턴에서 YTN 월드 양수연입니다.

YTN 양수연 (kwonjs10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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