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처럼 콧물 훔쳐도…3만5천팬 호령한 ‘명품가왕’ 조용필[커튼콜]
세상에. 올해 나이 일흔을 훌쩍 넘긴, 55세(!)의 ‘가왕’의 매력을 또 하나 발견했다. 바로 솔직담백 귀.여.움.이다
13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23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가 열렸다.
조용필(73)은 2003년 데뷔 35주년 기념 공연으로 주경기장에 입성했다. 이후 일곱 차례 공연을 개최해 이번이 여덜 번째다. 2018년 데뷔 50주년 콘서트에 이어 5년 만에 다시 주경기장 무대에 오르는 조용필은 모든 관객에게 응원봉을 무료로 제공했다.
다양한 세대의 3만 5천 관객이 객석을 빼곡히 메운 가운데, 어둑해진 하늘을 불꽃이 빠르게 가르고 지나갔고, 이내 하늘로 치솟더니 ‘펑’하고 터져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렸다.
‘미지의 세계’ 반주에 맞춰 무대에 오른 조용필은 오프닝이 마치 피날레인 듯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뜨겁게 분위기를 달궜다. 이후 ‘그대여’, ‘못찾겠다 꾀꼬리’까지 연거푸 소화하면서 ‘가왕’의 시간이 돌아왔음을 몸소 보였다.
주경기장 공연마다 공교롭게도 우천 콘서트가 돼 팬들 사이 ‘비를 부르는 남자’로 통했던 조용필은 “항상 이 무대에 설 때 비가 왔었는데, 오늘은 괜찮다. 있다가 조금 올 지도 모른다는데 그래도 괜찮죠?”라며 “오늘 저와 함께 마음껏 노래하고 춤추고 즐깁시다. 오케이?”라고 환호를 이끌었다.
공연은 그 자체로 명곡 향연이었다. ‘어제 오늘 그리고’, ‘자존심’, ‘바람의 노래’로 그 시절 감성을 소환하는가 하면 지난해 11월 발표한 ‘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 원’(Road to 20-Prelude 1) 수록곡 ‘세렝게티처럼’, ‘찰나’ 무대에선 여전히 젊은 감각과 사운드를 여실히 보여줬다.
멘트 없이 무대를 쭉 이어가던 조용필은 “저는 별로 멘트가 없다. 그냥 즐기시라. 저는 노래하겠다”면서도 “작년에 몇 년 만에 콘서트를 했다. 저도 연습을 많이 했지만 굉장히 떨리고, 부푼 가슴을 어찌 할 줄 몰랐다. 그러나 오늘은 많은 환호 해주시고 같이 노니까 좋다”고 남다른 소회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비련’에선 첫 소절 “기도하는”부터 엄청난 함성을, ‘창밖의 여자’와 ‘친구여’에선 팬들과 함께 한 떼창 장관을 연출했다. 그는 또 쉬지 않고 공연 ‘레어템’이던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잊혀진 사랑’, ‘서울 서울 서울’을 열창, 3만 5천 관객들을 쥐락펴락 했다.
공연 후반부 들어선 ‘고추잠자리’, ‘단발머리’, ‘꿈’, ‘태양의 눈’, ‘나는 너 좋아’, ‘판도라의 상자’, ‘모나리자’, ‘여행을 떠나요’까지 쉽 없이 내달렸다. 조용필은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흔들림 없이 힘 있는 음성으로 무대를 장악하며 노익장(老益壯)을 초월한 성성하고 펄펄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조용필은 앙코르곡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바운스’로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의 심장을 완벽하게 뛰게 했다. 공연 중반 맞바람으로 인해 뜻하지 않게 콧물 공격을 받고 있음을 고백한 그는 마지막 ‘바운스’ 무대에서도 콧물을 연신 닦아내면서도 완벽한 라이브로 공연을 마쳤다.
공연은 국내 최대 야외 공연장인 주경기장의 이점을 십분 살려 레이저와 불꽃으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심장을 뛰게 하는 강렬한 밴드 사운드와 강렬한 색감의 세련된 영상이 어우러져 공연 분위기는 배가됐다. 여기에 조용필이 심사숙고해 선곡한 짜임새 있는 세트리스트가 어우러져 2시간의 공연은 그야말로 ‘명품’ 그 자체였다.
그리고 공연의 주인공인 조용필은 ‘가왕’의 위엄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의 음성엔 여전히 힘이 가득했고 세월을 비껴간 듯 오히려 더 단단했다. 반백년이 지나도 가슴을 뛰게 하는 조용필의 음악세계는, “아직 괜찮다”고 여유를 보여준 만큼 그렇게 우직하고, 무심하고, 요란하지 않게 계속될 전망이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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