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떼일 일 절대 없을줄 알았는데”…가장 믿을만 했던 이 나라에 균열이? [뉴스 쉽게보기]
미국이 부도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 혹시 들어보셨나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정부가 빌린 돈을 못 갚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는 중이래요. 아직까진 다들 ‘에이 설마’라는 분위기지만 위기가 현실화하면 세계 경제는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해요. 안 그래도 걱정거리가 많은 요즘, 신경 쓸게 하나 더 늘어난 모양새인데요. 미국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그런데 미국은 정부가 빌릴 수 있는 돈의 한도를 법으로 정해놨어요. 언젠간 갚아야 할 돈이고, 또 돈을 너무 많이 빌리면 이자 부담도 커지니까요. 무분별하게 빚을 끌어다가 쓰는 걸 막아 정부가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겠다는 취지예요.
대신 미국 의회는 필요할 때마다 법을 개정해 부채 한도를 조금씩 높여줬어요. 경제 규모가 커지고 인구수도 증가함에 따라 정부 씀씀이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1960년 이후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는 78번이나 늘어났어요. 매년 한 번 이상 꼴로 의회가 한도를 높여준 거예요. 현재 상한은 31조 4000억 달러예요. 우리 돈으로 약 4경 2000조원에 달하는 정말 큰돈이죠.
그런데 이번엔 부채 한도를 올리는 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바이든 대통령이 소속한 집권 여당에선 상향을 원하지만,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이 반대하기 때문이에요. 야당은 여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을 의미해요.
국회의원의 종류가 하나뿐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의회를 상원과 하원으로 나눠 운영해요. 미국에선 법을 개정하려면 반드시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하죠. 현재 미국 하원 의석의 절반 이상을 야당이 차지하고 있어서 이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한도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에요.
야당이 부채 한도 상향에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이들은 ‘정부가 쓸데없는 곳에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있어. 빚 한도를 높여 달라고만 하지 말고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노력도 같이해’라고 주장해요.
바이든 대통령은 복지와 관련된 지출을 확대하는 여러 정책을 추진하는 중이에요. 무상교육이나 보육, 의료보험 같은 것들이죠. 하지만 정부 정책을 견제하는 야당은 과도한 복지 지출에 반대해요. 정부 빚이 너무 많으니 이제부터라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거예요. 지난해 1년간 미국 정부의 빚은 하루에 5조원 꼴로 늘어났다고 해요. 야당은 ‘내년 정부 지출 계획을 작년 수준으로 줄여야만 부채 한도를 상향해 주겠다’라는 입장이에요.
미국 정부가 ‘우리 돈 없어’라고 선언하면 미국 사회는 사실상 마비돼요. 정부의 모든 지출이 일시 정지되거든요. 당장 공무원이나 군인들 월급도 못 주고 연금 지급도 중단돼요. 정부가 발주한 공공사업을 진행하던 회사들은 기약 없이 대금 지급을 기다려야 하고요.
경제학자들은 미국 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해요. 파산하는 기업들도 생기고 미국 금융시장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요.
바이든 대통령은 야당이 정부의 발목을 잡기 위해 ‘디폴트’라는 무시무시한 존재를 인질로 잡고 협박한다고 불평해요. 세계 경제에 대혼란이 발생하는 걸 피하기 위해서라도 야당이 부채 한도 상향에 동의해 줘야 한다는 거죠. 물론 야당은 ‘무슨 소리야.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과도한 정부 지출을 좀 줄이라는 단서를 달았을 뿐이야’라고 반박하는 거고요.
사실 미국 외에 정부 부채 상한선을 규정해 둔 나라는 거의 없어요. 대부분의 국가가 한도를 두지 않거나, 국가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에 비례해 한도도 높아지도록 정해놨죠. 한국도 법적인 규제가 없어요.
그래서 이번 사태를 두고 미국이 괜한 혼란을 자초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과도한 빚을 내지 않겠다’라며 스스로 상한선을 정해 놓은 것이 오히려 기존의 빚을 못 갚게 만드는 거니까요. 사실 상한선만 없다면 아무리 부채가 많다고 해도 미국 정부가 추가로 돈을 빌리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요. 지난 2011년에도 미국 정부의 부채가 한도 수준까지 도달했는데요. 당시에도 지금처럼 우려의 목소리가 컸죠. 결과적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미국 정부가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한 신용평가기관이 문제를 제기했어요.
신용평가기관은 기업이나 국가 등을 대상으로 ‘믿고 돈을 빌려줘도 되는 곳인지’를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곳이에요. 당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의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란 곳이 미국 정부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췄어요.
S&P는 신용도를 총 21개 등급으로 나누는데요. 최고 등급이던 미국 정부의 신용도를 한 단계 낮춘 거예요. 단지 한 단계일 뿐이지만 당시 세계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어요. 미국 정부의 신용도가 변동한 건 70년 만에 처음이었거든요.
당장 미국이 망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주면 절대 돈 떼일 일은 없다’라는 믿음에 균열이 생긴 거죠. 안 그래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라 불안감은 빠르게 확산했어요.
우려가 확산하면서 미국 기업에 투자했던 투자자 중 상당수가 돈을 회수하기 시작했어요. 미국 기업의 주식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미국 주식도 크게 하락했고요. 2011년 미국 정부의 디폴트 위기와 신용도 하락 사태 이후 미국 증권시장의 대표 주가지수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약 15%의 하락세를 보였다고 해요.
주식 투자자들만 걱정할 일이 아니에요. 경기가 안 좋아서 주가가 하락하기도 하지만, 주가가 하락해서 경기가 안 좋아지기도 해요. 기업의 가치를 보여주는 주가가 하락하면 기업 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거든요. 과감하게 새로운 사업을 해보려고 해도 은행에서 사업자금을 대출받기가 어렵고요. 기업들이 투자나 고용을 줄이면 경제 전반에 활력이 떨어지죠.
세계가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중이에요. 최근 사태를 두고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피치(Fitch)가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죠. 지난 9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야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직접 만나 부채 한도 상향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요. 세계 경제에 혼란을 몰고 올지도 모르는 미국 디폴트 사태, 과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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