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평균자책 3점대 시대?…마운드 ‘절대 약세’ 팀 사라졌다

안승호 기자 2023. 5. 1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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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현재 리그 전체 평균자책 3.89
3점대 자책 6~7팀, 마운드 구도 변화
2012시즌 이후 다시 3점대 시대 가능성
개막 이후 평균자책 0을 유지하며 16세이브를 거둔 SSG 마무리 서진용.



2022시즌 KBO리그 전체가 ‘투고타저’의 흐름을 탄 것은 무엇보다 스트라이크존 변화 때문이었다. 지난해에는 시즌 전부터 KBO(한국야구위원회) 심판위원회가 움직였다. KBO 심판들이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이던 2월, 각 구단 훈련지를 찾아 스트라이크존 확대 관련 설명회를 이어갔다. 시즌 개막 이후로는 스트라이크존이 최우선 화두가 됐다. 특히 높은 코스의 스트라이크 콜이 대폭 늘어나며 타자와 구심간 긴장감이 커지기도 했다,

지난해 리그 평균자책은 4.06. 직전 시즌인 2021년 리그 평균자책 4.44에서 작잖은 폭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그 흐름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적어도 올해는 스트라이크존 확대 관련 이슈는 잦아들었다. 개막 이후에는 “스트라이크존이 어느 정도는 이전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느낌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몇몇 현장 관계자의 목소리로 올해 스트라이크존 크기를 100%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다만, 올해 스트라이크존이 KBO 차원에서 스트라이크존을 조정하려 했던 지난해 시즌 초반 만큼 넓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올해 리그 평균자책은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13일 현재 리그 평균 자책은 3.89. 지난해 수치에서 또 한번 낮아졌다. 지금 페이스라면 리그 평균자책이 3.82였던 2012시즌 이후 11년 만에 리그 평균자책 3점대 시즌 다시 나올 수도 있다.

올시즌만의 이슈인 WBC(월드베이스클래식) 여파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나성범(KIA) 이정후(키움) 박병호(KT) 등 대표팀 타선을 지킨 여러 타자들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기대 만큼 성적을 내고 있지 못하지만, WBC 후유증으로서 보자면 투수들도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올해의 투고타저 현상은 투수력 절대 약세의 팀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팀 평균자책 3점대 팀이 5곳(LG, KT, 키움, SSG, NC)이었지만, 올해는 팀 평균자책 3점대 팀이 6곳(SSG, NC, LG, 키움, KIA, 두산)으로 늘어간 가운데 평균자책 7위 한화(4.02)도 3점대와 4점대 경계선을 오가고 있을 만큼 나쁘지 않다.

시즌 초반 팀 평균자책 순위에서 살짝 밀려있는 팀들도 중장기적으로는 회복 여력이 있어보이는 것이 올해의 특징이다. 예컨대 소형준, 주권, 김민수 등 주력투수들의 부상으로 팀 평균자책 최하위(4.91)로 처진 KT가 고전하고 있지만, 시즌 중반 이후로는 일정 수준 반등할 힘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만큼은 리그 전체 마운드 지표를 대폭 깎아먹는 팀은 나오지 않을 흐름이다.

선발 로테이션에 치명적 빈자리가 있는 팀이 없는 것도 올시즌 특징이다. SSG와 한화, 두산, NC 등이 시즌 초반 외국인투수 부상 공백으로 경고음부터 울렸지만, 대체 선발 자원의 건실한 활약으로 선발진 운영에는 큰 공백 없는 시간을 보냈다. 이같은 변화가 리그 전체의 마운드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또 이들 팀들은 외국인투수 공백을 해결하며 오히려 선발 싸움에서 향후 희망 신호를 켜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수력 강팀과 약팀이 대체로 선명히 구분됐다. 또 선발진이 강한 팀과 불펜진이 강한 팀 또한 자연스럽게 갈라졌다. 그러나 이런 패턴도 거의 사라졌다. 일례로 SSG는 지난해에는 불펜 자책이 4.68로 부문 6위로 힘들었지만, 올해는 불펜 자책이 2.20으로 단연 1위다. 리그 전체 마운드 판도뿐 아니라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시즌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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