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97%나 빠졌네"…엔데믹 왔는데, 백신 업체 어디로? [dot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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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일같이 들리던 이름들이 이제 좀 귀에 설다. 코로나19 백신 제조업체들이 그들이다.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 기간 백신과 치료제 판매로 2년여 기간 특수를 누린 제약 공룡들은 세계적으로 '엔데믹'(End·끝+팬데믹) 전환이 진행되며 새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화이자, 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길리어드사이언스, 머크 등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자주 이름이 거론된 글로벌 제약사들은 지난해 백신·치료제로 약 1000억달러(약 133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일 코로나19에 대한 비상사태를 3년 4개월 만에 해제, 본격 엔데믹 전환을 알리면서 이들의 매출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 관측통들은 집단면역에 따른 코로나 백신 수요 감소와 치료제 재고 등을 고려할 때 이들 제약사의 올해 코로나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3분의 2 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제약사들은 약품 판매 독점권 만료 후 제네릭(복제약) 출시에 따른 매출 급감에 익숙해 미리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모닝스타의 데이미언 코노버 애널리스트는 "전통적인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및 그 판매 기간을 생각하면 보통은 넓게 퍼져 있지만,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은 개발이나 판매 기간 모두 무척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사들 역시 올해 매출 급감을 잇달아 경고하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백신과 '팍스로비드' 치료제로만 560억달러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지만, 올해엔 매출이 215억달러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백신이 유일한 상용 제품인 모더나의 경우 지난해 184억달러 수준이던 매출이 올해엔 70억달러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머크는 지난해 코로나 치료제 판매로 57억달러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엔 10억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일라이릴리는 지난해 코로나 치료제 판매로 20억달러를 벌었지만 올해엔 아무 기대도 안 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지난해 일라이릴리의 코로나 치료제가 오미크론에 효과가 없다며 허가를 취소한 바 있다.
주가 방향이 엇갈리는 배경엔 코로나 관련 매출 감소를 상쇄할 만한 신약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예컨대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1분기 코로나 백신 매출이 지난해 11억4000만달러에서 2800만달러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암 치료제 임핀지와 중국 등 신흥국에서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시장 예상을 웃도는 매출과 순익을 보고했다. 특히 최근 암과 대사 및 희귀 질환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으면서 신약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게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아라다나 사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올해 30개 약품에 대한 임상 시험을 예상하는데 이 가운데 10개 이상이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낼 블록버스터급 제품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모더나나 노바백스의 경우 코로나 백신만 유일하게 상업적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백신 판매 급감은 실적에 치명타가 된다.
전문가들은 제약 기업들이 팬데믹 특수 기간 불어난 현금을 가지고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빠르게 다음 활로를 찾아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추가 투자하거나 유망한 후보 약을 가진 바이오기업 인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예컨대 화이자는 글로벌블러드테라퓨틱스를 54억달러에, 편두통 치료제 개발사 바이오헤이븐제약을 116억달러에 각각 인수했다. 최근 머크 역시 자가면역 치료제 개발사인 프로메테우스를 108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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