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오늘 대선에 바이든·푸틴 희비 갈린다
대러제재 불참·나토확장 반대 등 대외정책 갈림길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대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연임하는지에 따라 서방, 러시아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20년 넘게 집권하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미소를 지을 테지만, 러시아는 중요한 경제적·외교적 협력자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튀르키예는 그동안 EU, 나토의 결속에 상당히 성가신 존재였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서방은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각종 제재를 내놓았지만, 튀르키예는 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튀르키예는 오히려 대러시아 제재로 가격이 내려간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로 경제적 이득을 봤다. 또 러시아에 필요한 수입품을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하며 러시아의 고립을 막았다.
미국과 서방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통치하는 튀르키예가 법치나 언론의 자유와 같은 유럽의 가치와 기준에서도 멀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상당한 군사력을 지닌 튀르키예는 나토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회원국이다.
새 회원국 가입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일원인 까닭에 나토 확장에 혼자 어깃장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가로막고 있어 나토 동맹들의 불만을 일으키고 있다.
에르도안 정부는 스웨덴이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 관련자의 신병을 먼저 넘겨야 나토 가입을 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토는 튀르키예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패배하면 오는 7월 리투아니아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에 스웨덴의 가입 승인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연임 실패는 곧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실패로 간주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튀르키예는 러시아에 없어서는 안 되는 교역 파트너이자 외교적 중재 국가 역할을 해왔다. 러시아에 이런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 중요해졌다.
서방 제재에 불참한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투자를 받으면서 이득을 봤다.
러시아는 튀르키예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고, 튀르키예를 천연가스 무역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러시아 관광객들도 튀르키예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같은 이념을 공유한다기보다는 이해관계에 기반한 관계를 맺고 있다.
두 나라는 캅카스(코카서스),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두고 경쟁하고 있고, 시리아·리비아 분쟁에서 각기 다른 파벌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서방과 러시아가 튀르키예 대선을 누구보다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관측했다.
NYT는 "서방은 자칫 '내정간섭' 비난을 받을 수 있어 공식적으로 누구 편인지 밝히지는 않지만, 에르도안이 패배하면 기뻐하리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 위기와 대지진 여파 등으로 정치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야당 단일 후보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살짝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러시아가 이번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대선에서 승리하면 러시아와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미묘한 균형도 유지할지는 불분명하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루츠다로을루 대표가 치열한 접전을 벌일수록 튀르키예 대선을 바라보는 유럽의 시선은 더욱 불안해진다.
유럽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아슬아슬하게 패하거나 대선이 결선 투표로 넘어가면 튀크키예가 정치적으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선거는 종료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2주 뒤에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가 실시된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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