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18) '학령인구 위기에 맞선다' 평생교육 전문가 양향숙 교수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군산=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학령인구 감소가 불러온 대학의 위기에 평생교육 분야인 성인학습자 재교육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평생교육 전문가인 양향숙(53) 군장대학교 스마트농식품과 교수는 12일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성인학습자 재교육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 같은 소견을 밝혔다.
양 교수는 "현대사회는 매년 신기술이 등장하고, 평균 수명 연장과 출산율 감소로 고령화가 가속하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이 정년퇴직한 뒤에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평생교육은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은 대학의 중요한 화두가 됐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2008년 교육부 지원으로 순창군에서 전통 장류 교육 사업을 운영하며 평생교육 분야에 발을 들였다.
그는 당시 경력단절 여성과 농촌으로 이주한 외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3년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산업과 연계되는 실질적인 교육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후 전통 장류 자격증 과정을 기획·운영하고,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수행하는 등 성인학습자 재교육 분야에 헌신했다.
양 교수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군장대에서 교육부의 라이프 사업(LiFE·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을 맡아 운영하며 본격적으로 평생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라이프 사업은 전국 4년제 대학 23곳과 전문대학 7곳 등 총 30개 대학에서 운영 중인 교육부의 평생교육 분야 핵심 사업이다.
도내 전문대학 중에서는 군장대가 유일하게 라이프 사업 운영 대학으로 선정됐다.
양 교수는 "현재 군장대 모집 인원 646명 중 143명이 성인친화형 전형으로 입학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은 소상공인, 농업인, 현업 실무자 등이 이 전형을 통해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받는다"고 소개했다.
라이프 사업 지원 대상자는 만 25세 이상이어야 하며, 학비지원과 학습경험인정제(RPL·Recognition of Prior Learning) 등의 혜택을 받는다.
학습경험인증제는 학과와 관련된 실무 경험자의 경우 전공과목 학점을 인정해 주는 제도로 선진적인 평생 학습 제도로 꼽힌다.
양 교수는 "평생 학습 제도가 발달한 미국, 일본, 독일에서는 학습경험인정제를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면 관광 회사에 다니던 실무자가 관광 관련 학과에 입학하는 경우 전공과목 수료를 인정해 주고, 3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양 교수의 제자 중에는 학습경험인정제를 통해 20년간 유제품 가공업에 종사한 경력을 인정받아 유제품 가공실습과 위생학 과목을 수료한 사례가 있다.
양 교수는 "우리나라의 평생교육은 발전 공간이 넓다"면서 "전문대 같은 경우 유연한 학사 제도 도입과 성인학습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평생교육에 맞춘 제도 개선이 현재의 대학 위기를 타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장대학교는 학령인구 감소 위기 속에서도 라이프 사업에 참여한 학부의 신입생 충원율을 100% 달성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양 교수는 2021년 평생교육 분야에서 공을 인정받아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양 교수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시·군 농업기술센터, 사회복지기관, 성인학습자 전문 교육기관 등을 일일이 찾아다녔다"면서 "이제 대학의 영역은 학령인구에 국한되지 않고 확장되고 있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글로컬대학 역시 대학과 실무교육의 벽을 허물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앞으로 평생교육 분야 중에서도 고령친화산업에 관한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2월 전북도의회와 고령친화산업 업계 등과 협력해 '전라북도 고령친화산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산·학·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2040년이 되면 전북의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39.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령친화산업은 의약품, 의료기기, 식품, 화장품, 주거, 여가, 요양 등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을 통해 고령친화산업을 우리 지역의 미래 먹거리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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