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목 따러 왔다”던 김신조가 부동산 시장에 남긴 것들[황재성의 황금알]

황재성 기자 2023. 5. 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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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 무력도발에 대응할 대피시설
2: 도시 주택난 해결 수단으로 변신
3: 반지하 절반 이상 40년 이상 노후화
4: 실태 조사 이후 지원책 마련 필요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대통령 암살 지령을 받고 남파된 간첩 김신조의 1968년 체포 당시 모습(오른쪽)과 목사로 있던 2016년 모습. 신동아, 동아일보DB
“21일 밤 10시 10분 서울 근교에 30여 명으로 추산되는 북괴무장간첩이 나타나 경비 중이던 경찰과 교전, 간첩 1명을 사살하고, 1명은 생포했으며 괴한들이 갖고 있던 기관단총 2정 등 무기를 노획했다.”

동아일보가 1968년 1월 22일 발행한 호외(號外·특별한 일이 발생했을 때 임시로 발행하는 신문)에는 당시 채원식 치안국장(현 경찰청장)이 오전 7시 50분 다급한 목소리로 전날 밤에 벌어진 사건 상황을 소개한 긴급 발표가 실렸습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무장한 북한의 특수부대원 31명이 고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할 목적으로 침투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군경합동수색대에 의해 29명은 사살, 1명은 북으로 도주, 나머지 1명은 생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측의 피해도 컸습니다. 군인 25명이 죽고, 민간인 7명이 사망했고, 52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른바 ‘1·21 사태’입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주민등록번호가 만들어지고, 예비군이 창설됩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실미도’의 소재가 된 북파 공작부대인 ‘684부대(1968년 4월에 창설돼 붙여진 이름)’도 이를 계기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은 “서울시민 350만 명을 대피시킬 방공호 구실을 할 지하 건설을 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게 서울시청에서 명동으로 이어지는 ‘소공지하상가’입니다.

이와 더불어 주택에 지하층이 들어서게 됩니다. 1970년 3월 2일 당시 건설부(현 국토교통부)는 건축법을 개정해 인구 20만 명 이상의 도시에서 지상층 연면적 200㎡ 이상인 건물을 신축할 때 지하층을 짓도록 의무화합니다. “언제 발발할지 모르는 긴박한 남북관계를 감안해 유사시 대피소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국토연구원, 국토이슈리포트-‘영화 기생충이 소환한 지하거주실태와 정책점 시사점’·이하 ‘지하거주실태 시사점’)

최근 기상이변으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반지하 주택’의 출발입니다. 느닷없이 반지하 주택을 찾은 이유는 환경부가 15일(월요일)부터 10월 15일까지 앞으로 5개월 동안을 ‘여름철 자연재난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범정부적으로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홍수피해 방지대책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발생한 아까운 인명피해와 수천억 원대의 재산피해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못잖게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따라야 합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건사고를 정부만의 힘으로 막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반지하 주택에 대해 되짚어보는 이유입니다.

● 전쟁 대비시설에서 서민용 주거시설로

1968년 1월21일 발발한 북한무장군들의 도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함께 적잖은 변화를 몰고 왔다. 반지하주택도 그중 하나였다. 사진은 1968년 1월 22일 자로 발행된 동아일보 호외다. 동아일보 DB
보고서 ‘지하거주실태 시사점’에 따르면 1970년 전쟁과 같은 유사시 대피시설로 활용할 목적으로 도입된 지하층이 주거용도로 바뀌게 된 계기는 1975년 12월 31일 개정되고, 이듬해 2월 1일부터 시행된 건축법입니다. 이 법 19조에서 ‘(반지하) 주택의 거실 설치’에 대해 ‘주택의 거실을 지표면 이하에 설치하고자 할 때에는 환기 기타 위생상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 조치는 지하 주거를 비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지하층 전용이 급격하게 확산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고도 경제 성장기에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 서울 등 대도시로 밀려온 사람들이 저렴한 주거시설을 찾으면서 반지하가 인기를 얻자 정부가 이를 합법화한 것으로 풀이합니다.

이어 정부가 1984년 12월 말에 지하층 관련 규정이 또다시 개정하면서 반지하 주택은 급격하게 늘어납니다. 당시 정부는 개정 이유에 대해 “다세대주택의 경우 공동주택에 관한 요건을 적용하던 것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고, 지하층의 경우 사람이 거주하는 경우도 있어 편의를 위해 지하에 묻히는 부분을 축소 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건축물의 지하층은 이전까지 바닥에서 지표면까지의 높이가 천정까지의 높이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했지만, 연면적 330㎡ 이하의 다세대주택과 단독주택은 바닥에서 지표면까지의 높이가 2분의 1이상이 되면 지하층으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반지하 주택은 창문을 이전보다 크게 만들 수 있게 돼 채광이나 환기가 나아지게 됐습니다.

여기에 1980년대 후반에 주택가격과 전세금이 급등하자 1988년부터 추진된 ‘주택 200만 채 건설계획’의 일환으로 1990년 2월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다가구주택을 허용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반지하 주택은 대도시 서민의 대표적인 주거시설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으며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서울시의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20만2741채에 달하는 반지하주택 가운데 80%가 1995년 이전에 지어졌습니다. 특히 1986~1995년 사이에 12만 430채가 지어졌습니다. 이는 서울시 전체 반지하주택의 60%에 육박하는 물량입니다.

급증하던 반지하주택은 1997년과 2002년에 주택의 주차기준이 대폭 강화되고, 필로티(기둥만 있고 벽이 없는 공간)를 이용한 주차공간 확보가 권장되면서 크게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여기에는 1999년 지하층 의무 설치규정이 폐지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어 2010년 태풍 곤바스로 반지하 주택 상당수가 침수피해를 입자 정부가 2012년에 ‘상습침수구역 내 지하층은 심의를 거쳐 건축 불허가가 가능’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합니다. 또 지난해 여름 홍수피해로 1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자 국토교통부는 올해 2월 지하주택 신축은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주거환경·안전 등을 고려해 조례로 정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정부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 반지하주택 거주자 비율은 2004년 3.69%에서 2010년 2.98%, 2020년 1.6%로 점차 떨어지고 있습니다.

● 수도권에 전체 반지하 96% 밀집

1970년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비한 대피시설로 출발했던 반지하 주택은 1980~1990년대를 거치며 서울 도심의 주거난 해소를 위한 핵심 주거시설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일대 다세대주택가 모습. 동아일보 DB
2020년 기준 전국의 반지하 주택은 32만7000여 채이며, 이 가운데 96.0%(31만4000채)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수도권 지역에 집중한 탓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서울에 20만1000여 채(61.4%)가 밀집돼 있습니다. 반지하주택 문제가 ‘서울의 주거 문제’로 봐도 무방한 이유입니다. 이어 경기에 8만9000여 채(27.2%), 인천에 2만4000여 채(7.3%)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의 반지하 주택은 어디에 몰려 있을까요. 또 상태는 어떨까요. 이에 대해서는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서울의 반지하주택 얼마나 있나’)를 참고할 만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서울시내 반지하 주택은 모두 20만2741채로 추산됩니다. 이는 서울시 전체가구(404만6799채)의 5.0%에 해당합니다. 주택유형을 보면 다가구주택이 8만303채(39.6%)로 가장 많고, 단독주택(7만3581채·36.5%) 다세대주택(4만2130채·20.8%) 다중주택(6727채·3.3%)의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5년 단위로 사용승인 연도별 물량을 보면 1991~1995년에 7만6424채로 가장 많고, 1986~1990년(4만4006채) 1996~2000년(2만2292채) 1976~1980년(1만3771채)에 각각 1만 채 이상 지어졌습니다. 또 1990년 이전 사용승인을 받은 물량이 8만6707채로 전체의 42.8%에 달합니다. 40년이 넘어서 노후화가 상당 수준 진행돼 정비가 시급한 상황임을 보여줍니다.

25개 구별로 보면 관악구가 1만6265채(8.0%)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강북(1만4121채) 중랑(1만2793채) 성북(1만2604채) 은평(1만2499채) 광진(1만1165채) 동작구(1만553채) 등도 1만 채 이상의 반지하 주택이 관내에 있습니다.

1990년 이전에 지어진 반지하주택의 비중은 조금 다릅니다. 금천구가 전체 반지하주택(6222채)의 절반을 훌쩍 넘는 3562채(57.2%)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강동(전체 6429채 vs 40년 이상 3436채, 53.4%) 서대문구(8701 vs 4379채, 50.3%) 등도 관내 반지하주택의 절반 이상이 노후화가 상당 수준 진행된 상태입니다.

반면 동대문구는 40년 넘은 반지하주택이 821채로 전체(5712채)의 14.2%에 불과했습니다. 또 관악(1만6265채 vs 5311채, 32.7%) 용산(5178채 vs 1708채, 33.0%) 강남(5464채 vs 1829채, 33.5%) 강서(8669채 vs 3064채, 35.3%) 노원(4009채 vs 1464채, 36.5%) 송파구(6150채 vs 2419채, 39.3%) 등도 30%대에 머물며 상대적으로 노후도가 낮았습니다.

서울에 뒤를 이어 반지하주택이 많은 경기도는 31개 시군별 분포 수 편차가 큽니다. 지역이 넓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경기도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의 보고서(‘반지하의 거주환경 개선방안’)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지하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부천시로 1만 5450채였습니다. 뒤를 이어 수원시(1만 4452채) 성남시(1만2165채) 안양시(1만155채)의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양평군은 한 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연천군(34채) 포천(68채) 등도 100채를 밑돌았습니다. 이어 여주시(102채) 파주시(153채) 오산시(207채) 동두천시(231채) 안성시(255채) 가평군(452채) 의정부시(445채) 김포시(588채) 남양주시(732채) 화성시(750채) 이천시(766채) 구리시(850채) 평택시(931채) 등도 1000채 이하였습니다.

● 남성, 50대, 비정규직 1인 가구가 주로 이용

전국 반지하주택의 60% 이상이 서울에 밀집돼 있어, 반지하주택 문제는 ‘서울시 주거 문제’로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2022년 8월 집중 호우로 발생한 침수 피해 사망사고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설명을 듣는 모습. 맨 오른쪽은 오세훈 서울시장. 동아일보 DB
그렇다면 이러한 반지하주택에는 누가 주로 거주하고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통계청이 지난 2021년 말 발표한 ‘2020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가구·주택 특성 항목’(이하 ‘표본 집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반지하주택 가구주(32만7000가구)의 60.9%(19만9000가구)가 남성으로, 여성(12만8000가구·39.1%)보다 많았습니다. 가구주의 연령은 50대(7만9000가구·24.2%)가 1위를 차지했고, 뒤로 60대(6만8000가구·20.8%) 70대(5만2000가구·15.9%) 40대(5만1000가구·15.6%) 30대(4만 가구·12.2%) 29세 이하(3만7000가구·11.3%)의 순이었습니다.

점유 형태는 보면 월세가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의 절반 이상(16만7000가구)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전세(7만4000가구) 자가(6만9000가구) 무상(1만4000가구) 사글세(3000가구)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영화 ‘기생충’으로 지하방이 크게 주목받던 2021년 4월 국토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지하주거 현황분석 및 정책과제’)도 참고할 만합니다. 이 보고서는 2019년 주거실태조사의 기초자료 등을 활용해 작성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지하방 또는 (반)지하주택이라 불리는 ‘지하주거’ 거주자(지하주거 임차 가구)의 평균소득은 182만 원으로 아파트 임차가구(351만 원)의 절반 수준(51.9%)에 머물렀습니다. 또 저소득층이 거주 가구의 74.7%를 차지했고, 비정규직(52.9%), 1인 가구(60.5%)가 주를 이뤘습니다. 연령대별로는 노년(65세 이상) 가구주가 19.2%로 가장 많았습니다.

주거환경은 고시원과 판잣집,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움막 등과 같은 ‘비주택’보다는 나았지만, 주거환경에 대한 불만은 가장 높았습니다. 최저주거기준에서 미달하는 주택의 비율은 비주택이 95%에 달했지만, 지하방은 10.7%에 머물렀습니다.

주거유형별 주거비 부담은 지하 주거가 아파트나 비주택보다는 낮았습니다.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이 아파트 임차 가구는 29.2%(평균 기준), 비주거가 25.4%였습니다. 반면 지하방은 23.8%에 불과했습니다. 또 주거비 부담이 30%를 넘어 주거비 과부담 가구로 분류되는 비율도 아파트(38.6%)와 비주택(35.5%)보다 지하방(24.7%)이 낮았습니다.

특히 보증금 없이 매월 상당한 월세를 지급해야 하는 월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주택(96.1%)에 비해 지하방은 20.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국토연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정책 과제를 제시하면서도 “지하방 거주자는 주거지원이 가장 시급한 최저 소득층으로 보기 어렵고, 지하에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책대상이 되면 정당성 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정책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이렇다할 후속조치가 마련되지는 않았습니다.

반지하주택 거주자는 50대 남성, 비정규직,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CJ ENM 제공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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