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많이 의식돼” FA 재벌 1위 솔직고백…1674일의 무게감, 그래서 양의지다[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최악이었다.”
‘FA 재벌 1위’ 양의지(두산)이 그동안 타격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2010년대 이후 KBO리그 최고 오른손타자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포수로서의 능력과 별개로 중심타자로서의 가치가 높은 선수. 그러나 13일 잠실 KIA전 직전까지 30경기서 1홈런은 스스로 ‘아니다’ 싶었다.
양의지는 그날 5회에 아도니스 메디나의 슬라이더를 특유의 배트 원심력을 활용해 ‘퉁’하는 소리와 함께 좌측 담장 밖으로 넘겼다. 그러자 비로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두산 소속으로 잠실에서 터트린 홈런은, 2018년 10월12일 NC전 이후 무려 1674일만이다.
1674일이란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양의지의 책임감은 점점 커졌다. 두산에 5년만에 컴백하면서, 팀이 자신에게 뭘 원하는지 알고, 본인이 뭘 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런 점에서 31경기 2홈런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양의지는 “최악이었다. 솔직히 (홈런이) 많이 의식됐다”라고 했다. 단, “잠실에선 홈런을 치기 어려우니 간결하게 치자는 마음이었다. 투수들의 제구력이 좋아져서 내 스윙을 하지 못하는 타석도 있었는데, 앞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는 타격을 하겠다”라고 했다.
홈런을 쳐야 할 순간에는 노리되, 팀을 위한 타격을 하겠다는 자세. 바람직하다. 홈런 순간 ‘퉁’하고 뻗는 고유의 타격에 대해서도 잘 나왔다며 만족했다. 양의지는 “흐름이 올라오는 느낌이다.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가고 싶다”라고 했다.
양의지는 올 시즌 31경기서 타율 0.275 2홈런 16타점 9득점 OPS 0.772. 양의지 이름값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 반대로 그간의 애버리지를 감안하면,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 중위권서 침체된 두산으로선 양의지의 임팩트 있는 타격이 절실하다.
한편으로 양의지에게 또 하나 중요한 건 젊은 투수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이다. 이를테면 타격감이 안 좋은 KIA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투수에게 집요하게 변화구 승부를 유도하는 등 투수의 피치 디자인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수치화 할 수 없는, 양의지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양의지는 “나도 어릴 때 포수 선배님들이 이것저것 도와줘서 좀 더 단단하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두산에 돌아오니 좋은 젊은투수가 많다. 옛날 생각도 난다. 최승용은 직구에 힘이 있어서 과감하게 승부했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투수”라고 했다. 두산은 그런 양의지와 함께 다시 정상을 밟고 미래까지 밝히려고 한다.
[양의지.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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